뿔난 의료계 "예정대로 11일 총파업 출정식"

의사들, '신년하례회'에서 與의원 냉대-野의원 환호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1일 총파업 출정식을 앞둔 가운데, 정부와 '신년 인사'에서 각을 세웠다. 반면 '원격 의료'와 '영리 병원' 반대를 내건 야당 의원들은 의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한국여자의사회·서울시의사회는 3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격 의료'와 '병원의 부대사업 확대', '저부담-저보장-저수가 원칙의 건강보험 제도'를 비판했다.

노환규 회장은 "최근 불거진 원격의료 논란과 잘못 설계된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는 신뢰의 회복과 의료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고, 정부는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 손실이 발생하는 병원에게 의료기관 임대업, 의료기기 공급업, 호텔업, 화장품 사업, 건강식품 사업 등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그와 같은 이유로 지금 의료계는 대규모 투쟁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의사들의 가슴에서 분노가 사라지고 의사들의 입에서 투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국민과 의사, 정부 모두가 만족하는 올바른 의료제도가 세워지는 2014년이 되자"고 말했다.

의료계의 투쟁 예고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 의료는 대면 진료 대체가 아니라 상호보완"이라며 "동네 의원에서 원격 의료를 진행하면 대면 진료에 준하는 충분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격 의료 추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영리 병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격 의료와 영리 병원 논란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의 중재 역할도 불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원격 의료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분란만 일으키는 소모적인 정책"이라고 맹비난해 참여자들로부터 4차례나 박수를 받았다.

설 의원은 "안홍준 의원, 박인숙 의원이 영리 병원, 원격 의료를 하지 않겠다며 주저하지 않고 딱 잘랐는데 문형표 장관은 하겠다는 재밌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 의견이 갈라선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어찌됐는지 정부와 여당이 견해가 다르다. 그렇다면 분란만 일으키는, 설익어도 한창 설익은 정책이라고 결론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도서벽지에는 의료기관을 더 세우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는 방문 진료를 하면 된다. 영리 병원을 허용하면 동네 의원은 다 쓰러진다"며 "영리병원은 허용하지 말고 원격 의료는 22세기에 하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튿날인 4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민주당 이언주 의원 등이 참석한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경기도 의료계 신년교례회'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문정림 의원이 짧은 축사를 마친 뒤, 바통을 이어받은 이언주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맹비난했고 축사를 하는 동안 4차례 박수를 받았다.

이 의원은 원격 의료와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뒤 "섣불리 시작하고 사회적인 논의도 거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해 개탄한다"며 "너무 짜증이 나서 견딜수가 없다. 의료계 편을 들고자 하는 게 아니라 원칙에 맞지 않는 불공정한 행정에 대해 철저하게 따지고 견제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들은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와 의협 간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불만을 표시한 뒤, "예정대로 오는 11일 총력 투쟁 출정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이후 반나절 휴진 투쟁을 벌인 뒤 정부가 그래도 의료계 요구를 받지 않으면 무기한 휴진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전통적으로 보수 정권을 지지해왔던 의사들은 최근 정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의사들의 지지율은 68%에 달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에 '부정적'이라는 응답률이 70%로 뒤집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앞으로 의료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의사 응답자는 8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