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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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기사를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특히 경제에 관해 반 이상을 할애했으니 이번 주 제 얘기도 반 이상을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회견의 요지는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겁니다. 그 계획의 3대 추진 전략은 1)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 2) 창조 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 경제 3) 내수 활성화를 통한 균형 있는 경제입니다.
셋 다 훌륭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리고 1년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1)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떠올리고 3)에서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상기할 겁니다. 2)의 창조 경제가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혁신 경제라면 참여정부 때부터 모든 정부의 지향이었죠. 혁신 경제가 되려면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틀어쥐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덧붙일 수 있겠죠. 최신의 어떤 혁신 이론을 보더라도 숨 쉴 공간이 있어야, 즉 니치(틈새)에서 새로운 기술은 탄생한다고 얘기하니까요.
▲ 1월 2일 자 손문상 화백의 만평. "2014년 근혜신년"이라는 제목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근혜의, 근혜에 의한, 근혜를 위한" 것이었다. ⓒ프레시안(손문상) |
'비정상의 정상화'=민영화
그런데 이렇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점은 엉뚱합니다. 우리 경제의 비정상으로 원전 비리와 부정 수급 문제를 들고 나서 "공공 부문 개혁"이 바로 정상화라는 겁니다. 물론 공공 부문은 언제나 관료적 비효율성을 지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공공 부문의 개혁은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초점을 맞춰서 노조와 시민이 스스로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1)의 정상화 개혁은 "이번 철도 개혁을 시작으로 올해 공공 부문 정상화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로 결론을 맺습니다. 즉,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바로 그 개혁이라는 겁니다. 실은 이 자회사 설립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바로 위에서 한탄한 "유사·중복 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한다든지, 자회사를 세워 자기 식구를 챙기는 잘못된 관행"인데도 말입니다.
그저 말꼬리를 잡자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신 민영화 전략은 자회사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료 민영화 역시 부대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분명 수서발 자회사는 이익을 많이 낼 겁니다. 무엇보다도 일반 철도에 대한 교차 보조(코레일의 흑자로 적자 노선에 보조금을 주는 것)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코레일은 원래 자기의 이익을 자회사에 떼어주니까 손실이 더 많이 나겠죠. 이런 게 경쟁이라면, 당연히 수서발 KTX를 운영할 분당 자회사가 이깁니다. 그다음 수순은 불을 보듯 뻔하게 코레일 본선도 분당 자회사처럼 운영해야 한다고 나오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민영화'입니다. 즉, 박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란 민영화를 의미하는 거죠.
대기업 횡포 놔둔 채 균형 경제?
3)의 균형 있는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훌륭합니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 수출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해졌습니다". 백번 옳은 말입니다. 뒤를 이어 중소기업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 또한, 천 번 만 번 옳은 얘기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하청 업체의 투자를 가로막는 건 무엇보다도 재벌의 하도급 단가 인하입니다. 어떤 중소기업이 만 원짜리 부품에 대해서 기술 투자를 해서 이제 9000원에 생산하게 됐다면 추가 이익이 1000원이 생깁니다. 이 돈은 임금 인상과 추가 투자에 쓰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모기업이 하청 단가를 1000원 깎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어마어마한 수익에는 이렇게 '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전된 이익도 상당할 겁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청 기업들의 단체교섭이나 단가 인하 규제와 같은 '경제 민주화'가 필요한 거죠. 그런데 이런 내용은 쏙 빠지고 대기업과 함께 사이좋게 외국에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도 마지막 결론에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에 있어서 서비스 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아주 익숙한 얘깁니다. 국민의정부 때부터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까지 재벌과 기획재정부가 일관되게 했던 얘기니까요.
물론 공공 서비스 규제 완화와 민영화는 역대 정부에서 야금야금 진전됐습니다. 시민 생활에 밀접한 만큼 저항이 무서웠겠죠. 하지만 박근혜는 다릅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주위에서 하도 그것만이 살길이라니까 귀가 솔깃했겠지만, 동시에 공공성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고(한미 FTA 때는 노 대통령도 완전히 공공성을 무시했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을 무서워했죠.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철도 파업이 어정쩡한 타협으로 끝난 걸 완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보건 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를 5대 유망 서비스 산업으로 선언하고 보건 의료와 교육의 민영화에 본격 나섰습니다. 지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선보인 정책을 이제 정책 기조로, 또는 경제를 살릴 묘수로 보는 겁니다. '줄푸세'의 '푸'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저항하면 '세'를 내세우겠다는 거죠. 불행하게도 금년은 박근혜 정부와 시민, 노동자의 일대 결전이 벌어지는 해가 될 겁니다.
두 번째 창조 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창조 경제 타운', '창조 혁신 센터'에서 여러 기술의 융합을 꾀하겠다는 건데 이 역시 국민의정부 때부터 나왔던 얘기죠. 에너지·환경 분야를 창조 경제의 대상으로 삼은 건 그래도 일보 진전인데, 기껏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원전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산형 에너지 생산을 스마트그리드로 연결하는 사업 정도는 얘기할 걸로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시대를 역행하면서도 3년 뒤에 3만 달러를 넘기고 고용률 70%를 이루겠다고 하니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제 글보다 훨씬 더 쉬운 해설을 찾았습니다.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번역문)
저는 세계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거의 매일 찾습니다. 이번 주 <신디케이트>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고문(1월 6일)과 박근혜 대통령의 기고문(1월 7일)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 Japan's Coming "Wage Surprise")
(☞ Reinventing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아베 총리의 기고는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입니다. 제목이 "일본에 출현한 '임금 충격'(Japan's coming 'Wage Surprise')"입니다. 아베노믹스의 두 개의 화살인 "과감한 통화 정책"(양적 완화를 말합니다), 그리고 "신축적인 재정 정책"(재정 확대입니다)를 통해 일본이 지난 20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얘깁니다.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에 나선 중국·일본, 한국은?
과연 일본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가 일본 경제의 핵심 문제를 명목 임금의 하락에서 찾은 것만큼은 상찬해야 할 부분입니다. 더구나 재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가 임금을 올리기로 합의해서 바로 임금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중국은 3중전회에서, 그리고 일본은 아베노믹스에서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로 경기 회복을 이루겠다는 정책 의지를 천명한 셈입니다. 여러 번 말씀 드린 대로, 현재의 세계적 장기 침체의 원인은 지난 8년간 빈부 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데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그 문제를 직시하고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에서 탈출구를 제대로 찾은 겁니다. 미국과 유럽이 못한 일을 동아시아 국가들이 하고 있는 거죠.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은 미국과 유럽도 이제 포기한 과거의 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경제가 동아시아에 있다는 게 위안이었는데, 그 안에서 나 홀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베 총리가 세 번째 화살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외부 쇼크에서 찾은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아베노믹스가 막 나왔을 때 제가 쓴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정동칼럼] 과녁을 벗어난 화살)
빈곤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또 하나 나왔습니다.
(☞ '가난 탈출' 갈수록 어려워..소득계층 안 바뀐다)
7일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2005-2012)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소득 기준 빈곤 탈출률이 2005~2006년 31.71%에서 2011~2012년 23.45%로 8%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패널 분석이란 일정 기간 동안(여기선 2005년에서 2012년까지) 똑같은 대상(여기선 5015가구)을 계속 조사해서 그 변화를 살펴보는 기법입니다. 또 빈곤 탈출률이란 저소득층(중위소득 50% 이하)이었던 가구 가운데 해당 기간에 중산층(50~150%) 이상으로 이동한 비율을 말합니다.
즉, 2005년에는 저소득층 세 가구 중 하나가 2006년 살림이 나아져서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2011년 이후에는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넷 중 하나 정도 정도만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는 얘깁니다.
또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율도 2005~2006년 13.38%에서 2011~2012년 10.95%로 떨어졌죠. 계층의 상향 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열심히 노력할 유인은 점점 더 적어지고 결국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어떻게든 희망찬 소식 하나쯤은, 이 글을 쓰는 저를 위해서도 하나쯤 전해 드려야겠습니다.
(☞ 99%를 위한 99%에 의한 구제…美 '빚 탕감 프로젝트')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얘긴 아니고 세계 금융의 중심부인 미국 월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의 유명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는 2012년 11월부터 부실 채권을 사들여 서민의 빚을 탕감하는 '희년을 환호하라(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데요. OWS는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서 부실 채권(NPL) 시장에서 헐값으로 떨어진 개인 채무자들의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했습니다.
OWS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6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시민들로부터 67만7552달러(약 7억1481만 원)를 모아 부실 채권 1473만4569달러(약 155억4497만 원)어치를 매입해 파기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부채를 탕감받은 채무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병원 등 의료 기관에 빚을 지고 있던 269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도 이런 운동을 한번 해 볼까요? 아니 이제부터는 "빚내서 집 사라, 주식 사라, 대박 난다"는 말을 듣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증권에서 보듯이 은행이나 증권 회사의 얘길 믿으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이 정부의 말을 따라 하면, 쪽박 차기 딱 좋습니다.
돈의 여유가 있다면,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고리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얘긴 다음에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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