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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도 못 믿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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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도 못 믿겠다더니…

[편집국에서] "정부를 믿으라"는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

최장기 철도 파업 사태는 여야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과 노조의 파업 철회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하얀 백지 같은 합의문으로 출발하는 철도발전소위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파업 참가자들의 고통과 최악의 노·정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우회로가 열린 점에 주목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격분한 모양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사진을 난자하고 화형식을 하는 등 난리를 벌였다. 협상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원칙과 뚝심의 승리'를 바랐던 청와대도 논란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고 소위 구성이라는 꼬리를 남긴 게 마뜩치 않은 눈치다. 공공부문 개혁을 집권 2년차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그 입구인 철도 부문을 진압해 의료·가스 등의 부문으로 넘어가려는 구상에 타협론이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파업 철회 소식이 속속 타전되던 30일 오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민영화 반대론에 대한 비타협적 발언을 쏟아낸 건 그래서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민영화 괴담'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공공 부문의 민영화가 몰고 올 현실에 대한 국민적 각성의 계기가 되었음을 역으로 드러낸다. 박 대통령이 1년 전 철도·의료·가스 등 공공부문에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거짓일 수 있음을 일깨웠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현 정부와 동종인 이명박 정부 때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던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부활한 전례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를 믿으라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났을 때도 정부는 어지간히 '괴담'과 싸워댔다. 촛불의 배후를 색출하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고, '광우병 괴담'을 반박하는 홍보자료도 숱하게 뿌려댔다. 그런데도 그 일을 겪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국민들의 의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력 정치인이 참 옳은 말을 했다. "쇠고기 협상을 전후해서 정부의 자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우병이 발생해도 계속 수입해야 한다거나 어떤 대책이나 설명도 없이 안전하다고 하면 국민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걱정하지 않게 바로잡고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협상 이후에도 '무조건 받아들여라' 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문제를 굉장히 걱정하게 된다. 전 국민이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선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 거짓이 있는 거 아니냐 걱정할 수밖에 없다." SNS 유언비어 단속을 주문하고 정부의 홍보 부족을 질타하는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게 자신의 발언이었다고 믿을 수 있을까 싶다.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 수순 밟기라는 의심의 근거는 합리적이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수서발 노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 버는 구간인데 여기랑 경쟁하라고 하니 말이 되지 않는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정책부터 완전히 잘못됐다"(유승민 의원)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8년 74%이던 철도공사의 부채 비율이 2012년 244%로, 2013년엔 435%로 폭등한 데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넘어올 때 이미 5조 원 이상,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2조 원 이상, 그리고 용산개발까지 하면 10조 원 가까이가 정책부채"라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지적은 일리 있다.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민영화 방지 입법이나 수서발 KTX 면허 철회에는 일체의 고려도 않겠다는 정부를 보면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지 스톤의 경고가 새롭지 않다. 그러나 거기엔 이런 말이 따라붙는다. "관리들이 거짓을 유포하며 자신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런 나라에는 곧 재앙이 닥친다." 잘못된 경로를 택한 정부가 자신들만의 논리에 취해 방향감각을 상실할 때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은 SNS 괴담이 야기하는 혼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굳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국가기관이 동원돼 야당 후보를 빨갱이라고 매도한 'SNS 괴담'의 수혜자인 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SNS 유언비어 단속을 거론하는 것도 여간 민망하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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