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내 경제부처와 재계의 힘에 밀려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제도를 도입하는 데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권오승)가 21일 기업들의 편법적인 상호출자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상 금지된 상호출자를 교묘히 회피하기 위해 특정금전신탁이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극 규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다시 B기업이 A기업으로 출자하는 형태의 상호출자는 현행법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특정금전신탁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중간에 넣어 이같은 상호출자 금지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한 예로 지난 1996년 LG 계열사들이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상호출자를 하다가 적발됐고, 2003년에는 SK글로벌과 SK(주)가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편법적으로 상호출자를 하다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같은 사례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편법적 상호출자를 규제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번 공정위 발표의 골자다.
그러나 특정금전신탁이든 페이퍼컴퍼니든 실제 투자 목적인지 아니면 상호출자 금지를 피하기 위한 투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병배 부위원장은 "탈법 목적의 악성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도 규제가 가능하지만 시행령에 구체적인 기준이나 유형을 포함시키면 더욱 명확하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런 김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규정 도입에 실패한 공정위가 또다시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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