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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정부, '문전박대'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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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정부, '문전박대' 헌재

진상조사위ㆍ국조특위 무기력…바닥에 떨어진 국회 위상

강만수 장관의 종합부동산세 관련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을 두고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와 쌀 소득 직불금 불법 수령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헌법재판소와 정부 기관의 미온적 태도로 연이어 파행을 겪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국회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직불금 불법 수령자 명단 제출 '지체'하고…

지난 10일 시작된 국조특위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닷새째인 14일까지도 수령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것. 여야는 건강보험공단,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미온적 태도로 증인 채택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연 국조특위는 정부의 불법수령 의혹자 명단 미제출 문제로 여야 간 대치를 이어갔지만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을 겪다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산회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이날 "명단은 국조 개시 전까지 제출키로 돼 있는데도 정부가 거부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최규성 의원도 지난 12일 "명단 제출을 안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행정안전부를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기필코 받아낼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 하철용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뉴시스

행정안전부는 현재 "개인 신상 정보 유출 때문에 전체 명단(5만 여명)은 공개할 수 없고 부당수령자를 가려낸 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명단 분석 및 불법 수령자 색출 작업은 미루고 감사원 감사 은폐 의혹 등의 일정을 먼저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명단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18일로 예정된 기관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한승수 총리가 직불금 불법수령 의혹자 명단 자료내겠다고 말했으니 원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은 즉각 "미온적인 반응일 뿐이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불법수령의혹자 명단 제출을 미루고 있는 정부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 총리 이하 관계자들을 고발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지금 민주당을 보면 도둑이 물건 훔치고 피해자에게 피해 목록을 제출하라는 격"이라고 비난하자 백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중 3명이나 직불금을 받았는데 어디서 도둑 얘기냐"고 맞서는 등 고성이 오갔다.

헌법재판소는 현장조사 '거부'하고…

강만수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을 두고 꾸려진 조사위는 이날 10시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현장조사를 거부당했다. 게다가 조사위가 출석을 요구한 관련 재판연구관도 특별한 해명 없이 불참했다. 하철용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3일 "현장조사는 적절치 않다"고 거부 의사를 이미 밝혔었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선호 조사위원장(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현장 조사반의 헌법재판소 현장조사가 헌재 측의 이해할 수 없는 거부로 무산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현장조사 당일인 오늘 헌재 측으로부터 헌재 방문이 헌재의 권위와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관련 재판연구관을 국회에 출석시키겠으니 양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조사반은 헌재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고 10시에 관련 재판연구관에 대한 조사를 국회에서 실시하기로 했지만 재판연구관도 끝내 약속 시간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헌재와 한나라당은 "헌법연구관은 재판관도 아니고, 정부 기관과 대면이 특별히 문제될 것도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 헌법연구관이 국회 출석도 거부하고 나선 것.

유 위원장은 "헌재가 조사위의 활동을 거부함으로써 진상규명활동이 완결되지 못함은 물론 의혹이 남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법 등 절차에 따라 조사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피감기관인 헌재의 관련 재판연구관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헌재의 잘못된 태도가 국민과 법의 이름으로 고쳐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을 마쳤다. 조사위는 오는 17일 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지만, '부실 조사'로 종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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