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부동산세력에 밀린 탓"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동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반대로 "3년은 지나야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최근 털어놓은 바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10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는 '양질의 값싼 주택, 대량 공급'에 초점을 두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공급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서민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번 만 더 믿어주세요"?
이 글에서 홍보수석실은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언론보도를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들겠지만 정부 정책을 믿어달라는 당부"라고 호소했다. 한 마디로 "한 번 만 더 믿어주세요"인 셈이다.
홍보수석실은 "정부는 지난해 투기이익 환수, 시장투명성 제고, 안정적 주택공급,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안정 등을 골자로 한 8.31 부동산 정책을 발표해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지금 준비 중인 정책은 당시 결정한 공공택지 공급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말대로라면 8.31 부동산 정책도 잘 되는데 왜 집값이 자꾸 오르냐'는 지적에 답이라도 하듯 홍보수석실은 "부동산 세력이 문제"고 "경제가 심리이듯 부동산시장은 심리"라고 규정했다.
홍보수석실은 "△투기를 조장해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 △'떳다방'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자극적인 기사로 시장관계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부동산 언론이 '부동산 세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홍보수석실은 "부동산세력은 부동산투기가 일어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 틈만 나면 정부정책을 왜곡하려 한다"며 "일부 언론은 부동산세력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홍보수석실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기사를 그 예로 들었다. "정부는 줄곧 공급확대 정책을 실시했는데 마치 최근에 돌아선 것처럼 보도"한 두 신문의 기사는 "대표적인 정책 왜곡"이라 주장한 홍보수석실은 "그들은 세금폭탄 운운하면서 8.31정책의 투기억제정책만 부각시키는데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홍보수석실은 "정부가 획기적 공급정책을 준비하고 거래가 급속도로 투명화되기 때문에 이같은 동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한 번 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보수석실은 "현행 부동산세제에서는 투기이익을 숨길 틈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보수석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vs 담당 비서관 "3년은 지나야"
홍보수석실은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서민들'이나 '투기목적으로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 모두 조금 기다렸다가 결정하라고 충고했다. 곧 발표될 정부의 공급확대 내용과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고 결정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 부동산 정책의 주요 포스트에 있는 인사들은 최근 "3년은 지나야, 2010년은 돼야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홍보수석실이 언급한 '조금 더 기다린 후'가 3년 뒤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홍보수석실이 이날 주장한 것처럼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신도시를 발표하면 집값이 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홍보수석실이 "정부 부동산 정책은 다 잘 되가는데 부동산 세력이 문제일 뿐이니 믿어 달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설마 그렇게(정책이 잘 되간다고) 생각할 리는 없고 정부 정책의 잘못을 시인하면 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모양"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부 말 믿고 집 사는걸 미뤘던 실수요자들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잘 되는 건 내 탓이고 잘못 되는 건 남 탓'이라는 게 청와대 주장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보수석실이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한 이 글은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강력하게 대처하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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