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의 <답사지 배경 설명>을 들어봅니다.
국토학교 제14강은 13강의 남한강 답사에 이어 북한강 상류로 올라간다. 북한강은 한강 본류의 북녘 지역에서 흘러오는 강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최상류는 북녘의 금강산 유역에서 발원하여 휴전선이니 비무장지대니 하는 군사정치지리학을 무시한 채 월남(越南)하여 화천 양구 일대로 흘러오는데 곧 이 물줄기가 북한강 본류가 된다. 그리고 설악산-건봉산 일대에서 인제 쪽으로 내려오는 인북천(제1지류)과 오대산-방태산의 산악군에서 홍천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내린천(제2지류)은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에서 서로 합류하여 소양강이 된다. 특히 내린천은 홍천에서 북류하여 인제 합강에 닿고 있으니, 예로부터 남류하는 북한강 본류와 수태극(水太極)을 이루는 기묘한 형승(形勝)을 찬탄 받아왔다.
▲금학산 정상에 오르면 홍천강이 수태극(水太極)을 연출한다.ⓒ강원일보 |
북한강 본류는 파로호를 거쳐 춘천댐의 건설로 형성된 춘천호로 내려오고 소양강 또한 댐의 물막이로 생겨난 소양호로 모였다가 두 강줄기는 이윽고 춘천시 소양동 남쪽에서 서로 합류한다. 여기에 다시 청평호에 이르러 홍천강을 받아들이는데 이 강은 홍천 동쪽의 고산지역에서 서쪽의 개활지대로 흘러내리고 있으며 유로(流路)는 143㎞이다. 홍천의 팔봉산, 모곡, 마곡 등에는 유원지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여 도시인들의 근교 나들이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복잡다기한 수계의 북한강은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마침내 남한강과 합수되어 이로부터 한강 본류는 대하장강의 본색을 갖추어 도도하게 서울 쪽으로 흘러들게 된다.
팔자가 드센 산하일수록 '금수강산'의 경관을 펼쳐놓게 마련인데 북한강 본류와 지류들이 모두 그러하다. 게다가 험난하기 그지없었던 근대사 1백50년의 역사 격랑을 헤쳐 오느라 북한강 유역은 '피어린 산하'의 사연들마저 수북수북 쌓아놓고 있기도 하다. 다른 한편 경제개발시대의 발전전략은 수도권 및 국토 중남부권을 중심 대상으로 삼아 전개되었으므로 경기 강원의 국토 북동부 지역은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개발 낙후지역으로 뒤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자연지리가 험난하고 인문지리가 열악하여 교통 환경마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니 국토불균형의 불이익을 지금껏 견뎌내야만 하는 강역이 되어 오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이라는 미국 영화를 북한강의 강마을에서 문득 상기해보게 된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강변에서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아버지와 두 아들의 3부자 사이에 도탑게 이루어져 온 가족애가 자연환경의 오염과 함께 인간조건의 모순과 갈등으로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묘파한 명편의 드라마였다고 평가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대로 흘러가야 함에도 막히고 단절되기만 하는 인간실존 상황들은 미국보다도 급격한 사회변동의 습격을 받아온 한국사회에 더욱 절박하게 쌓여 있다. 특히 북한강의 흐르는 강물이 어떠한 대하서사의 사연들을 간직하여 서울로 들어오고 있는지 오늘의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를 발설하기는 하면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질구레한 미시담론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강은 상수도 보호지역의 역할 때문에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후발 개발지역은 선발 개발지역에서 이미 겪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는 '메리트'를 갖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난개발'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과연 <강원도의 힘>을 지금부터 어찌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선견지명의 지혜가 요청된다.
경춘고속도로는 이미 개통되었고 여기에 경춘선 복선 전철 완공도 올해 안에 이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북한강 거점 도시 춘천이 수도권지역에 새롭게 편입되어 중요한 몫을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왕년의 경춘가도에 쌓이고 서려 있었던 온갖 '청춘극장'의 나들이라든가 MT(멤버십 트레이닝)의 청년수련 장소성과 같은 '전원교향악'을 북한강이 상실당하게 되고 완행열차의 '낭만여로'를 되찾을 수 없게 된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국토학교 제14강의 북한강 녹색체험 답사는 단순한 공간 이동의 편력이 아니다. 북한강의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자신 어찌 흘러가야 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마음의 행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5월 22일(토요일)
07:00 서울에서 출발 (행락객으로 붐벼 교통체증을 만날 수 있습니다.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여행사 경기 76 아 9111호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08:00-10:00 : 홍천강 유역 거슬러 오르기
1) 대성리-청평호 일대 (가평군 청평면 및 설악면)
왕년의 MT(멤버십 트레이닝) 명소였던 '대성리'의 강변에서 추억의 발자국을 찾는다. 현재 경춘선 대성리역은 복선전철 완공을 앞두고 증축공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어서 주변 환경이 흐트러져 있기는 하지만 강물은 여전히 유유하게 흐르고 있고 강 자체는 요지부동으로 녹색환경을 갈무리해 놓으려 한다. 대성리 유원지는 북한강의 강변유원지와 구운천을 거슬러 오르는 천변유원지로 나뉘는데 구운천은 너럭바위, 황새바위 등의 기암절벽과 올배루, 쇠막골, 가는골 등의 강촌풍경을 만나게 한다.
청평호 일대는 왕년에 온갖 허접스런 유흥장들과 수상스키 시설들로 어수선하였는데 서울시의 상수도 보호 정책과 지자체의 난개발 방지 정책에 따라 스카이라인의 훼손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설악면 일대는 설악산 못지 않은 형승의 산악군을 이루어 유명산을 비롯한 명산들이 많은데 강변에서 산악 쪽으로 이동하면서 온갖 <디즈니랜드>들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문도 필요하다. 가평-홍천 지역은 정당하게 수도권지역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위락 관광의 식민지로 예속되어서는 아니 될 노릇이다.
2) 홍천강 모곡유원지-팔봉산 유원지
홍천 바깥으로는 나가보지 않은 채 홍천 안쪽에서만 골짜기 삶을 누리다가 청평호에 합류되는 홍천강은 도처에 비경(秘景)을 간직한다. 그 중에서도 조약돌로 이루어진 넓은 방죽을 간수해온 모곡 일대의 쾌적한 녹색경관은 콘크리트 시설의 유원지 조성으로 인해 넓은 하천의 홍천(洪川)을 유지하지 못한 채 소류지(小流地)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홍천강은 전체적으로 유유자적하게 흐르고 있다. 홍천강은 '도시화'의 환경을 전혀 겪어오지 않은 산간오지의 하천인 것인데 '산업화'의 개입을 어차피 받아들일지라도 '산골 냇물의 순정'만은 간직하면서 도처에 실경산수의 경관을 입때껏 펼쳐놓고 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가 살아 있다.
팔봉산 유원지는 부근의 고속도로 진입도로 개설로 교통이 편리해졌으나 기암괴석의 산첩첩(山疊疊) 골짜기가 고요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함에도 두보의 시에 나오는 '청강일곡 포촌류(淸江一曲 包村流, 맑은 강물이 한 굽이 산골마을을 감돌며 흐른다)'의 수곡곡(水曲曲)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다. 팔봉산(329m)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홍천강을 에두르고 8개의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솟아 있다. 등산로가 8개나 되는데 산림청에서 전국 1백 명산 중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낙랑장송의 소나무 숲과 '해산 굴'의 험로를 통과해야 하는 등 아기자기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막내 봉우리인 8봉이 되레 가장 까다로운 산악미(美)를 뽐낸다(등산 완주는 2시간 30분 가량).
10:30-11:00 : 김유정역-김유정문학촌 (춘천시 신동면 증리)
원래는 '신남역'이라 하였으나 2004년 12월에 문학인의 실명을 역의 명칭으로 삼게 된 것은 작가의 고향인 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을 조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유정역은 남춘천역과 함께 춘천시민들이 사랑하는 <마음의 풍경>을 간직하는데 문학촌의 조영은 거창한 쪽이 아니라 알뜰살뜰한 분위기이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 <산골나그네>, <봄봄>의 작품 배경이 되는 곳인데 미리 이 소설들을 꼭 읽고 찾아보아야 마땅하다.
'김유정문학촌'에서 춘천시내로 진입하려면 퇴계동을 거쳐야 하는데 퇴계 이황의 모친 춘천박씨의 태생지여서 이러한 동명이 붙게 되었다. 봄 냇물 고을 '춘천'이 호반의 도시이면서 교육도시이고 문학도시인 데에는 빼어난 자연환경으로부터 유서 깊은 인문국토 문예학이 배양돼 왔기 때문이었다.
11:30-12:10 : 점심식사 (소양강변 통나무집식당에서 닭갈비&막국수)
12:20-12:40 : 소양호반 산책,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행 유람선 승선
춘천은 춘천댐(1965), 의암댐(1967), 소양댐(1973)의 건설로 3면이 인공호수로 둘러싸인 '물의 도시(水都)'이다. 영동-영서 지역을 아우르는 강원도 도청소재지로서 서울시의 1.8배 면적에 26만 명의 인구를 건사하는데 비록 '안개고을'의 독특한 환경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전국에서 오염과 공해가 가장 적은 쾌적한 도시임을 내세운다. 춘천시가 주선하여 작년에 <문학인 29인의 춘천연가>라는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많은 문인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이러한 도시는 오늘에 와서 드물게 되었다. 전국 도처의 경제자유도시, 국제무역도시, 계획도시, 기업도시,혁신도시, 유비쿼터스 시티, 디지털 미디어 시티 등의 신개념 도시들과는 구별되는 도시문화를 누리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공지천, 의암호, 위도, 중도, 우두동 등의 호반 산책을 제대로 누려볼 수 없는 여정을 아쉽게 여겨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13:00-14:00 청평사 & 문수원 고려선원 탐방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오봉산으로 들어가 청평사 일대를 탐방한다. 고려시대 원림의 특성이 어떠하였던지 '문수원 고려선원 유적지' 답사도 마련한다. 역대 임금들을 쥐락펴락 세습귀족독재를 폈던 이자겸과는 달리 그의 사촌동생 이자현(李資玄, 1061~1125)은 소양강 오봉산 자락에 숨어들어 보현원(후일 '문수원'으로 개칭)의 원림을 조영한다. 더러운 것들을 맑게 하고(淸), 소란스러운 것들을 평화롭게 하여(平) 참선과 다도(茶道)를 한껏 누리는 '선원(禪院) 산수'를 가꿨다.
문화재청은 2009년 12월 '청평사 고려선원' 유적지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정을 예고한 바도 있는데 오봉산의 아늑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려 계곡, 폭포, 영지(影池), 소(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자신의 '귀거래향(鄕)'을 세우고 '진락공(眞樂公)'으로 자호를 삼으니 '참 즐거움을 아는 늙은이'로 자처하였다. <진락공 부도>, <문수원 기비(記碑)> 등이 청평사 경내에 남아 있기도 하다. 이자현이 쓴 시편들과 진정문(陳情文)이 <동문선>에 전해오고 김시습, 이황, 정약용 등이 이자현을 기리는 시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관해서는 <국토학교 카페>에 그 본문 내용을 올려놓고자 하니 많이 방문해주기를….)
14:40-15:10 : 추곡약수(춘천시 북산면 추곡리)
춘천에서 양구로 찾아드는 46번 국도는 1993년에 '추곡터널'이 완공되어 도로환경이 개선되었지만 구도로의 아기자기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하였던 드라이브 정취는 놓치게 되었다는 엉뚱한 불평도 받는다. 사명산(1198m)은 파로호와 소양호를 한꺼번에 양쪽으로 내려다보는 산상의 전망이 좋아서 산악인들의 애호를 받는데 이 산의 남쪽 산자락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을 '약수골'이라 하는 것은 상탕(上湯)-하탕(下湯)의 두 약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외부에 덜 알려져 있으나 약간 붉은 색을 띠는 약수는 각종 무기질 영양소가 풍부한 고급수라 한다.
15:40- 16:10 박수근미술관 탐방(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여 한국인 심성의 가장 보드라운 내면을 형상화하였던 박수근(1914~1965)의 미술세계를 화가의 생가 터에 마련된 '박수근미술관'에서 찾는다. 향토 현장의 정서를 통해 이 화가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양구군 군립으로 세운 이 미술관은 2002년 10월의 개관 당시에는 화가의 작품들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족이 기증한 다수의 스케치 그림들과 엽서 모음, 스크랩 북, 화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동화책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및 화가의 유품들을 전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내 최고액을 호가하는 그의 대표작 명품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수장하고 있는 스케치와 드로잉 그림들은 매월 교체하여 전시할 정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미술관 해설사의 구체적인 안내 설명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처음 공개되는 박수근 작 <아기 업은 소녀> |
올해는 특히 박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45주년이 되는 해로, 갤러리현대는 사간동 신관에서 45주기 기념전을 마련했다. 5월 7-30일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1953년 제2회 국전 특선작인 <우물가>와 1954년 제3회 국전 입선작인 <절구질하는 여인> 등 그의 절정기였던 1950~60년대 작품들이 주로 소개되며, 특히 1960년작인 <목련>과 1964년작 <아기 업은 소녀> 등은 처음 공개되는 작품. 현장 답사 전에 한번 찾아볼 전시다.
16:40-18:00 양구의 인문환경, 파로호의 풍광
1) 양구 향토사료관(양구읍 하리)
2002년 11월 개관하였으며 민속자료관, 도자기실 등 2개의 전시실이 갖춰져 있다. 민속자료관에는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양구지역의 생활사와 민속자료가 진열되고, 도자기실에는 방산지역의 백자유적과 유물이 소개되고 있다. 정원에는 화전농경의 상징인 '쌍겨리'와 항아리, 디딜방앗간, 대장간 등을 복원하여 설치하였고 양구지방의 전통주거양식을 보여주는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인근에는 <선사박물관>이 있는데 1987년 '평화의 댐' 공사를 위해 파로호의 호수 바닥을 드러내게 했을 때 상류에서 발굴된 선사유적지의 구석기유물은 4천여 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였다. 구석기인의 불씨 사용을 보여주는 발화석과 찍개, 주먹도끼, 돌날 등과 함께 북방식 고인돌도 전시되고 있다.
2) 자연하천 인공습지와 파로호 전망대(양구읍 동수리)
파로호 상류의 자연하천에 인공습지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인데, 27만㎡의 습지 식생대, 관찰 데크, 그리고 한반도 모양의 섬을 만들어 놓았다. 인공습지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생태 습지의 현상계가 어떠한지 살필 수 있다. 2009년 여름에는 <파로호 인공습지 전망대>를 동수리의 동수 고개 위에 세웠는데 163만㎡의 광활한 파로호의 상류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하는 표어를 양구군은 내세우고 있는가 하면 <국토의 정중앙 양구>라는 로고를 선전하고 있다. 2002년 GPS를 이용한 4극 지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 국토정중앙이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무거운 분위기의 군사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겨내어 역사문화관광, 녹색생태관광의 자원을 계속 개발해내려는 노력을 양구군이 보이고 있는 중이다.
18:30- 저녁식사 및 숙박 (양구읍 월명리 파로호변 월명리낚시터팬션, 메기잡어매운탕정식)
5월 23일 (일요일)
06:00- 월명계곡 또는 파로호변 새벽산책
07:00-07:40 : 아침식사(배추국정식)
09:00-10:00 : 비목공원, 세계평화의종공원, 평화의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비목공원>은 평화의댐 동쪽 산언덕에 조성되었는데 가곡 <비목>이 태어난 곳이다. 공원에는 기념탑을 비롯하여 철조망을 두른 언덕 안에 녹슨 철모를 씌운 나무십자가가 10여 개 서 있고 <비목> 노래비도 있다.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매년 6월 3일부터 6일까지 <비목> 노래의 탄생 경위와 함께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는 <비목문화제>가 열려 진중가요 부르기, 시낭송 등의 추모제 행사와 비목깎기대회, 주먹밥먹기대회, 병영 체험, 군악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세계평화의종공원>은 2007년 10월 30일 착공하여 2009년 5월 26일 완공되었다. '평화의 종'은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 포탄 등을 이용해 지름 3m, 높이 5m의 거대한 규모로 축조되었는데 무게는 1만관(37.5t)에서 1관(3.75kg)이 모자라는 중량이라 한다. 종의 윗부분에는 동서남북으로 네 마리의 비둘기를 조각하였는데 북쪽 방향 비둘기의 날개 한 쪽은 잘려져 별도로 보관 중이라 하는바 1관의 무게가 되는 그 한 쪽의 날개는 통일이 되는 날에 제대로 부착시킬 예정이라 하고….
'세계평화의 종'은 전 세계의 지역분쟁, 종교분쟁, 이념분쟁을 종식시키고 특히 한반도의 분단극복 평화생명을 기원하기 위해 타종되는데 일반인에게도 허용된다. 이와 함께 세계 29개국이 보내온 60개의 크고 작은 종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공원에는 '물문화전시관' '인공벽천' '쉼터' 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화천군의 홍보책자는 <안보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하는데 국토학교는 <평화관광객>의 처신으로 이 공원을 방문하고자 한다.
<평화의댐> 건설은 1986년 10월 21일 북한 당국이 DMZ 북쪽 10km 위의 북한강에 <금강산발전소>를 착공했다는 발표로부터 촉발되었다. 그 직후인 11월 26일 전두환 정부는 수공(水攻)을 방비하기 위함이라 하여 '대응 댐'의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 해 봄인 1987년 2월 28일부터 군사분계선 남쪽 9km 지점에 <평화의댐>을 세우기 시작하여 그 다음 해인 1988년 5월 27일에 1단계 공사를 완공했는데 총공사비 1,506억원 중에서 639억원은 국민성금이었다. 화천군의 홍보책자는 <흐르지 않는 북한강 평화의 댐>이라는 제목을 붙이어 오늘의 북한강 현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북측의 '금강산댐'에서 DMZ를 거쳐 남측의 '평화의댐'에 이르는 19㎞의 수역은 물길이 가로막힌 흐르지 않는 강이 되었다."
<국토학교>는 '세계평화의 종' 앞에서 <북한강 평화 기원 모임>을 갖고자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시대의 <소울>과 <스피릿>이 과연 어찌 되는지 묵상하면서 <북한강에 바치는 노래>를 헌시(獻詩)하고자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마음이 흐르고 흘러
평화의 종소리 들려오는 곳에 이르렀네
도란도란 오순도순 풀잎들 속살거리고
북한강이 부르는 자장가 소리를 우리는 듣네
<국토학교>는 이와 함께 진정표(陳情表)를 올리고자 한다.
"<평화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셔요. 북한강은 더 이상 얄타체제-냉전체제-분단체제의 강으로 막혀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평화의 종'을 평화롭게 들을 수 있도록 '평화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셔요. '파로호'라는 이름은 민망해요."
▲비목공원은 가곡 <비목>이 태어난 곳이다. ⓒ화천군 |
<주변의 가볼만한 곳>
1) 파로호 & 수력발전소 (화천군 간동면)
1938년에 일본군국주의자들이 화천 구만리에 수력발전소를 세우기 시작하여 1943년에 완공하면서 생겨난 인공호수에 대해 이승만 집권 시절에 '파로호'라는 명칭을 붙였다. 잉어,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여 전국 제1의 낚시터로 손꼽히고 있다 한다. 화천군은 <산악자전거 1백리 길>을 조성하여 전국 그린웨이 투어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2) 두타연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
수입천(水入川)은 DMZ 바로 남쪽에 있는 가칠봉(加七峰, 1,242m)에서 발원하는데 두타연은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에 위치하고 있는 여울목으로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위의 산세가 수려하고 천연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절경지이다. 두타연 답사는 방문 2일 전까지 양구군 경제관광과에 신청하여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수입천은 연장 길이가 34.8km에 불과하지만 민통선 아래쪽으로도 승경지가 이어지는데 물줄기가 곧바로 떨어지는 직연폭포라든가 파로호와 만나는 파스탕 계곡 등은 자연생태 관광코스로 새롭게 부각되는 중이다. 이와 함께 양구 관내의 광치계곡, 천미계곡, 팔랑폭포 일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1:00-11:30 : 인제 합강정, 산촌민속박물관 (인제군 인제읍)
인제읍 합강(合江)은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인북천과 홍천에서 올라오는 내린천이 합류하는 곳인데 합강정은 1676년(숙종 2)에 건립된 정자였다. 수변공원을 조성하여 '합강축제'도 벌어지는데 외래객의 번지점프와 래프팅으로 시끄러워졌다. 인제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1926-1956)의 고향이기도 한데 합강정에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이라는 시를 새겨놓은 박인환 시비가 있다. '산촌민속박물관'은 사라져 가는 산골마을의 풍습과 농가의 세시풍습 등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국내 유일의 산촌민속 전문 박물관임을 내세운다. 귀틀집(토막집), 디딜방앗간, 뗏목, 숯가마 등을 살필 수 있다.
인제군은 <하늘내린>이라는 로고를 각종 농산품이라든가 지역관광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설악산을 '하늘'로 삼아 내린천을 천혜의 혜택이 '내려주신' 풍요의 삶터로 누리고 있다는 뜻이 되는 듯하다. <강원총람>에 따르면 인제에는 1천m가 넘는 산이 무려 96개, 8백m가 넘는 봉우리도 200개나 되고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곰배령, 박달령(단목령), 북암령, 조침령, 광치령 같은 고갯길을 넘어야 대처 왕래가 가능했고 전체 면적의 91%가 산과 강일 정도의 벽지였다. 이처럼 궁벽한 산간오지의 자연조건을 외려 풍요의 밑바탕으로 전환시키려는 이 지역의 노력은 이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양구 보면서 살지"
전방부대에 배치 받은 사병들이 불렀다는 이러한 <병사의 노래>가 있었다. 인제읍과 그 북쪽의 원통(인제군 북면 원통리)의 군 생활이 그처럼 고달팠으나 그래도 양구 지역에 비해서는 낫다는 것이었다는데 지금에는 그 가사가 바뀌었다고도 한다.
"인제 가면 좋을시고/ 원통에서 살맛나고/ 양구에서 양양이라네."
11:40-12:20 : 점심식사 (인제군 인제읍의 인제골식당에서 감자옹심이&칡칼국수&도토리묵&부추보쌈&감자떡 등)
12:50-13:40 : 하추자연휴양림(인제읍 하추리∼귀둔리)
남설악의 한계령(980m)에서 가리봉(1518m), 점봉산(1424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깊숙한 골짜기를 귀둔리(貴屯里)에서 하추리(下楸里)로 뻗게 한다. 인제군 산림녹지과에서 관리하는 '하추자연휴양림'은 아직 숙박시설이 미약한 쪽이지만 50여종 3만본에 이르는 산야초 초원지를 갖추고 있으며 등산로 6km, 트레킹 코스 4km를 마련해놓고 있다.
<주변의 찾아갈만한 곳 : 방태산 자연휴양림>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인제군 기린면 일대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림, 원시림이 남아 있었다고 할 정도로 국토의 가장 깊숙한 심산궁곡을 이루고 있었는데 방태산 계곡은 활엽수림이 울창하다. 주봉인 주억봉(1,443m)과 구룡덕봉(1,388m) 등을 거느리고 있어 골이 깊은 방태산 능선은 천혜의 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는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1997년에 개장하였고 들머리 쪽에 산림문화휴양관을 새롭게 조성했다. 자연휴양림은 10㎞에 이르는 등산로, 1.5㎞의 산책로, 1.9㎞의 숲 체험 코스도 있는데 일대에는 심마니가 산삼을 캔 자리에서 솟았다는 방동약수를 비롯하여 필례약수, 불바라기약수 등도 있다.
내린천 일대는 예로부터 도사, 술사, 은둔자, 치병자(治病者)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는데 특히 '3둔4가리'를 길지로 꼽았다. 달둔-살둔-월둔의 3둔은 내린천 상류가 되는 홍천 쪽에 있고, 아침가리-곁가리-적가리-연가리의 4가리는 인제 쪽의 방태산 기슭에 있다.
14:10-15:00 : 개인산방 산책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개인산방(開仁山房)은 심산유곡에 사람의 마음을 어질게 열고자 하는 원림의 조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토학교 제14강을 이 산방에서 마무리한다. 개인약수로 유명한 개인산(1341m) 자락의 내린천변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풍광은 가히 국가보물의 명승(名勝)에 해당된다. 미산 신남휴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가꾼 공간이며, 약 5년간 더불어숲학교가 열렸던 곳으로 그 절경이 널리 알려졌는데 더불어숲학교의 개교사를 여기에 인용한다.
"한국의 비경 내린천,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미산계곡의 절정에 '개인산방'이 있습니다. 장엄한 암벽과 소나무, 개울이 어우러져 실경산수화를 재현하고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는 '비조불통(飛鳥不通)' 계곡의 원시미(原始美)가 압도하는 그 곳에 조그만 학교를 세웠습니다. 대자연의 깊고 아늑한 품에서 휴식하며 우리의 삶과 영혼을 문화로 살찌우는 뜻 깊은 주말, 미산의 푸른 교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5:00- 서울로 출발
<국토학교>는 원활한 교외교수(校外敎授)를 위하여 <국토학교 카페http://cafe.naver.com/dadsaschool>를 인터넷에 개설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전토의 국토답사를 위한 온갖 정보와 지식의 아카이브(도서관)이며 아스날(보관창고)이 되고자 합니다. 매월의 국토답사 현지 강의 교재라 할 예습자료와 학습자료, 예술고문 김억 화백의 목판화와 국토미학 해설, 교무를 담당하는 '허여사'의 사진과 동영상, 실무를 맡는 'ID 심쥐'의 깔끔한 바라지와 설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토학교 참가자들의 사진과 그림과 글의 보고문서, 기행문서와 가입인사, 각종 문의와 답신의 쌍방향 통신들로 이 카페는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바른 국토문화 창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회원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든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국토학교의 국토강좌는 개교 2년째에 이르기까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2009년>
제1강 (4월): 남한강 뱃길 따라 영남대로 옛길 따라
제2강 (5월): 영남 전통마을 순례 (답사 키워드 - 산은 책이다)
제3강 (6월): 호남의 누정문화 원림문화 (풍경의 발견과 재발견)
제4강 (7월): 북강원의 요산요수 (동해안 풍류길 되살린다)
제5강 (8월): 내포지방에 부는 바람 (백제의 미소와 제2의 지중해)
제6강 (9월): 금강문화권의 초대장 (옛이야기 재잘대는 실개천 휘돌아)
제7강 (10월): 낙동강 따라 가야 달빛기행 (우리 땅의 고고학 상상력)
제8강 (11월): 만추의 호남 단풍길, 침엽수길 (대자연 소자연 합자연)
제9강 (12월):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동해용왕과 수로부인과 해신당)
<2010년>
제10강 (1월): 임진강의 봄, 한탄강의 봄(분단유목문화 가로지르기)
제11강 (2월): 얼쑤! 대보름 달마중 가세(봄맞이 카니발 : 아산 공주 청양 부여)
제12강 (3월): 순천만에서 섬진강으로(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제13강 (4월): 남한강 상류 녹색체험(주천강, 영월 동강, 정선 아우라지)
국토학교 5월 참가비는 16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와 뒤풀이, 입장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10-9794-8494 또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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