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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만을 위한 규제 완화 주장, 이제 그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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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만을 위한 규제 완화 주장, 이제 그만해야"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보수언론

취임 직후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껏 추진한 부동산 정책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 9월 운정 신도시 등의 고분양가 논란 이후 서울·경기 전역에서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이제는 "현 정부 내에 집값 잡히기는 글렀다"는 인식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끝없는 비판을 해 온 보수 신문들은 연일 노 대통령 등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이들이 비판을 하면서 내놓은 논리가 부동산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보수 신문들은 현 정부의 정책이 애당초 '반 시장적'이었다는 데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해주는 기본 원리인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을 내니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나아가 최근의 집값 폭등은 반 시장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보복'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동아>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시장 논리를 무시했기 때문" 주장
  
  이같은 인식은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 편의 칼럼과 사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동아>에서 경제부 차장을 맡고 있는 최영해 기자는 "대통령, 불패(不敗)라고 해놓고…"란 제목의 칼럼에서 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길게 언급한 뒤 다음과 같이 썼다.
  
  그는 "(부동산값을 잡겠다는) 열정만 있을 뿐 시장 논리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의 결과는 아마추어리즘이 초래한 재앙에 가깝다"면서 "모르핀 주사를 놓듯이 대책을 남발했지만 시장의 내성(耐性)만 키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칼럼에서 어떤 정책들이 '시장 논리'를 무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동아>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걸핏하면 들이댄 '세금 폭탄론' 등을 그가 염두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 기자의 글에 담긴 <동아>의 심중은 이날 사설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反시장' 분양가 규제로 부동산 시장 더 흔들건가"란 제목의 사설은 11.3 부동산 정책 이후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이 흘리고 있는 부동산 추가 대책을 언급한다. 특히 노 대통령이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사설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한마디로 가격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면서 헌법까지 들먹인다. 즉 헌법 119조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37조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과잉 금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건설업체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분양원가 공개 등을 추진하는 것은 반 헌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사설은 "규제만능주의 발상으로는 더 안 된다. 해법은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확대 공급하는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시장친화적인 자세로 부동산과 관련한 무슨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을 반 시장 정책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글을 맺었다.
  
  "불안심리 부추긴 신문부터 반성해야"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안 그래도 미흡한 정부 정책을 한 단계 더 개악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시장 원리가 통하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 시장 원리를 들이미는 것은 더욱 더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남기업 사무처장(경제학 박사)는 "오늘날 부동산 시장은 '시장의 실패'가 가장 잘 드러난 사례"라며 "실패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당연한 일일 뿐더러 이것이 반 시장적이라거나 반 헌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 처장은 이어 "사실 <동아> 등 보수 신문들은 지금껏 '시장근본주의'적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에 딴지를 걸어 왔다"면서 "이들의 주장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고 투기가 더 극심해지는 일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동산 폭등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크지만 보수 언론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면서 "국민들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집값이) 하양 안정화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이들 신문을 보면 불안 심리에 빠져든다.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자신들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를 위한 시장 논리를 말하나?"
  
  한편 보수신문들이 강조하는 '시장 논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1998년 분양가 자율화 도입 등 공급 개발 업자만을 위한 규제철폐로 오늘날과 같은 부동산 대란이 발생했다"면서 "보수 신문이 또다시 강조하고 있는 시장 논리와 규제 완화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본부장은 "소비자를 위한 규제 완화는 백번 도입되도 되지만, 공급 개발업자를 위한 규제완화는 사실상 이들이 지금껏 누려 온 각종 특혜를 그대로 존치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부분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 사례를 언급하며 "짓지도 않는 아파트를 비싸게 팔아먹는 제도(선분양제)를 보수 언론은 시장 논리라고 포장하고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이상한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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