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길이 맞나싶게 좁은 길을 따라 산으로 한참 올라가면 갑자기 큰 건물들이 드문드문 들어선 내촌목공소 부지가 나온다. 꼭대기 즈음에 위치한 내촌목공소 작업장. 내부는 민감한 나무들을 위해 전체가 온도, 습도 조절 처리 되어있다고 한다. |
답사계획을 세우면서 그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는 대뜸 투박한 경상도 말투로 '나는 마을하고 관계가 엄심니다' 한다. 자기는 강남에 비싼 가구를 팔아 40살까지 돈을 엄청 버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예술가의 마을에서의 역할 운운'한 미리 보낸 마을답사 취지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에게 그냥 마을하고 관계없이 목공소 구경이나 하자고 그랬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승낙을 했다.
우리는 내촌목공소도 그렇지만 그 동네에 같이 있다는 화가 이진경(인사동에 있는 '쌈지길'의 'ㅆ'자를 비롯한 그 안의 대부분의 간판을 그녀의 군고구마 서체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의 작업실과 그 지역의 폐교를 사들여 주)쌈지에서 운영한다는 '쌈지농부'를 한꺼번에 둘러보러 갈 심산에 이 쪽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홍천 IC에서 나와 한참 국도를 타고 가다 '내촌'이라는 이정표를 따라갔다.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가는데 도대체 면 단위의 마을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큰 개울이 나오는데 그 개천을 따라 꽤 넓은 들이 펼쳐진다. 목공소의 직원에게 묻고 하여 마지막 산비탈을 기어오른다.
▲ 호젓한 산 중턱에 외따로이 자리 잡은 내촌 목공소 아래로 큰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아직은 기초공사 중인 집들이 나중에 이목수의 손길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된다. |
목공소 간판이 저 위에 보이는데 그 중간 중간에 새로 몇 채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나중에 이목수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이 집들은 그의 고객들이 요청해서 짓게 된 집들인데 그가 그의 목공기술로 직접 시공하는 조건이란다.
위에 올라가니 목공소 직원인 이노을씨가 우리를 맞는다. 그녀는 이목수는 집 건축 관계로 손님이 와 저 아래 집 짓는데 있다고 그러면서 우선 공장 앞 전시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전시장 안에는 보기에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커다란 탁자와 의자들이 전시 돼 있었다. 이 나무가구들은 참나무, 물푸레나무, 호두나무 등 주로 나뭇결이 좋은 목재들을 사용하는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는 목재들이라고 한다. 이 전시품들은 하나같이 나뭇결을 위주로 한 재질감과 독특한 디자인, 기능성 등이 어우러진 목공예 작품들이었다. 손 가는 대로 값을 물어보니 이 쪽 장탁자는 천만 원, 저쪽 의자 딸린 장탁자는 3천만 원 정도 한단다. 요즘 잘 팔리는 순수회화 쪽의 값에 비해 싼가? 비싼가? 같은 값이면 요즘 정치인들이 잘 써먹는 (중도)실용이 낫지 않겠는가?
▲ 작품목공소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과 조명 등 투박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섬세한 손길이 엿보인다. 복층으로 된 내부에는 견고하게 만들어진 나무 가구들이 전시되어있다. 내구성은 물론이고 그 우아한 자태가 욕심나서 가격을 물어보니 고급 나무를 수입해 와서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까닭에 비쌀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술작품이라고 치면 결코 비싼 값은 아니지 싶었다. |
조금 지나니 이목수가 올라왔다. 인사를 나누고 그가 사는 집(이 집도 목재와 흙 회벽으로 자기가 손수 지었다고 한다)으로 따라 들어갔다. 차를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7년 전에 이 마을에 들어 왔다고 한다. 화가로서의 길을 접고 목공에 뜻을 세운 뒤 아주 외진 곳에서부터 일을 시작할 결심으로 산천을 두루 헤맨 끝에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을 택하게 되었단다. 무슨 특별한 연고는 없었다고 한다. 목공 일은 독학으로 이곳에서 1년 동안의 수련 기간을 거쳤다고 한다.
▲ 뒤늦게 올라온 이정섭 목수와 인사를 나눴다. 이목수에 게서는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가적 기질이 엿보인다. 왼쪽부터 필자, 이노을, 이정섭 |
▲ 내촌 목공소 건물 옆에 있는 이목수의 집. 역시 손수 지었다고 한다. 내부는 남자 혼자 산다고 안믿길 만큼 아기자기하고 아늑하다. |
이목수의 집에서 그가 끓여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이야기 안에 들어있는 좋은 작업을 위한 고집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
그와 함께 마을을 지나 면사무소로 나갔다. 그가 내 옆에 타고 '큰골'로 불리는 마을 주민들에 대해 조금씩 얘기한다. 2~30 가구 되는 이 곳 마을 주민들을 대충은 아는 모양이다. 좁은 마을길 옆에 있는 이 밭주인은 자기 밭을 길가 끝까지 작물을 심어 밭작물이 크면 길이 보이지가 않을 정도라며 혀를 끌끌 찼고, 면사무소 근처의 외제차를 가리키며 그 아버지가 돈 많은 농분데 그 아들이 다 거덜 내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나한테 한다.
그는 동네일에는 참여를 안 하는 데 주민들 중에는 그가 제일 어려 거의 절하고 술 따르는 일이 시간도 없고, 도대체가 성가시어 주민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단다. 그의 성격으로 봐선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는 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 허름한 농협 창고를 빌려 전시장을 만들었다. 음산해보이기까지 하는 외부와 달리 내부로 들어가니 높은 천장과 벽 위쪽에 뚫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의 조화에 탄성이 터졌다. 가구 외에도 나무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
면사무소 있는 동네에 안 쓰는 농협 창고를 빌려 만든 '내촌 목공소' 전시장 두 곳을 더 둘러보고 다 같이 점심 먹은 후 그와 곧바로 헤어졌다.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 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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