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갔다. '중국에 한국의 가요와 드라마 등이 유행하고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에 혐한 감정이 생기고 있다', '중국의 무리한 동북공정 등 중국 중심적 역사관 때문에 반중 감정이 생긴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한국의 보수적 시민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객석에 있던 한 젊은 중국 기자가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언론사의 기자라는데, 정말 대단하다. 언론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회자가 토론회 참석자들을 소개하면서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기자에 대해 "한국에서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들"이라고 설명했던 터였다. 내심 뿌듯했다. 시간이 부족해 질문을 한 기자에게 답변할 기회가 없었지만, 답변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자 정신'에 대해 뻐겨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토론회가 끝난 뒤 대사관 직원에게 들은 설명은 정 반대의 것이었다.
"아까 중국 기자가 질문한 거 있죠. 동시통역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이 안 된 것 같은데. 그 기자는 '언론이 어떻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한 질문이었어요. 중국은 기자들도 당원입니다."
중국은 사실상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지난해 <남방주말>이라는 언론사가 당의 검열에 문제제기를 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 당 중앙선전부는 언론사들에 당의 언론통제를 지지하는 사설을 내도록 공문을 보냈고, 언론사들은 당의 지시대로 사설을 실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중국은 179개국 중 173위다.(북한은 178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유는 공기와도 같은 것인가.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공기 속에 살고 있지만 평소에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 한다. 언론의 자유도 당연한 것으로 알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생소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온전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노무현 정부에서 31위까지 올랐던 국경없는기자회 발표 언론자유지수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50위까지 떨어졌다. 원인은 인사권을 통한 정부의 공영방송 통제 시도와 해직 언론인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올해 한국일보의 편집국 봉쇄사태로 인해 순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6명의 YTN 기자 해직 사태를 시작으로 최승호 PD를 비롯해 MBC 8명, 국민일보 3명 등 해직된 언론인은 총 17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정직 징계를 받은 언론인이 139명, 경고 119명, 대기발령 및 전보 66명, 교육 41명 등 365명에 이른다. MBC가 203명, KBS가 133명, YTN이 51명, 국민일보가 14명, 연합뉴스가 9명이다. 사측의 '괴롭힘'에 스스로 사표를 내야 했던 언론인들을 포함하면 해직자 수는 17명에 그치지 않는다.
사측에서는 '정치적 이유의 불법파업'을 해고의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등 공영방송, 혹은 언론의 공공성에 맞서다 인사의 횡포를 당한 이들이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공영방송은 만신창이가 됐고, 보수 족벌언론들은 종편을 손에 쥐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그 사이 총대 매고 싸우던 '낙하산 사장님'들도 모두 바뀌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언론계에서는 '그래도 사정을 이해하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 문제도 역시 국정원처럼 "내가 한 일이 아닌데"라는 태도인가.
▲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원회 앞에서 언론 정상화와 해직언론인 복직이 국민대통합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다 YTN 기자들이 해직된 날이 2008년 10월 6일. 해직 5년째다.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은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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