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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의 네 가지 키워드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대졸 투수·고교 내야수 빛났다

대졸 투수 강세, 고교 내야수 강세, 오른손 장거리포 강세. 여기에 야구인 2세들의 전면 등장까지.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을 요약하는 네 가지 키워드다.

10년 뒤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주인공을 선택하는 자리,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드래프트는 신생팀 KT와 NC의 가세로 사상 처음 10개 구단이 참가해 10라운드에 걸쳐 진행됐다. 지원자 720명 중 이날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105명. 앞서 우선지명과 1차 지명을 받은 선수까지 포함하면 총 117명의 선수가 프로로 가는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14.6%의 취업률은 신인 드래프트 시행 이래 역대 최고 기록으로, 신생구단 창단이 야구계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번 2차 지명에서는 대졸 투수와 고교 내야수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미 대부분의 고교 투수 유망주가 1차 지명에서 빠져나간 상황에서, 각 구단은 즉시전력감에 가까운 대학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며 올 시즌 프로야구의 돌림병인 '투수난' 해소에 주력했다. 야수 쪽에서는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는 성남고 외야수 배병옥을 비롯해 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고교 내야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예년과 달리 전체 지명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50명의 대학 선수가 선택받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 프로야구와 대학야구 간의 선순환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 꽃다발을 들고 있는 이는 전체 1번 지명자인 서울고 투수 배재환. ⓒNC 다이노스

한동안 유행한 우투좌타 대신 순수 우타자와 장거리 타자가 인기를 끈 것도 흥미로운 부분. LG와 넥센의 경우 지명한 야수 중 한 명씩을 제외한 전원이 우타자일 정도. 또 갖다 맞히는 똑딱이 타자보다는 홈런포를 때릴 수 있는 자질을 갖춘 타자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향후 프로야구에서 이대호의 뒤를 잇는 우타 거포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프로야구 스타 출신 야구인들의 자제들이 상위 지명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끈다. 넥센이 지명한 임동휘(한화 임주택 매니저의 아들), 이용하(KBS N 이병훈 해설위원 아들), 송현우(송인호 전 KIA 코치 아들)과 두산이 택한 이성곤(이순철 KIA 코치 아들), 문지훈(문희수 동강대 감독 아들) 등 프로 출신 야구인 2세만 5명. 예년까지는 야구인 배려 차원의 지명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올해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지명 받은 선수들이 많다. 한 대학 감독은 "프로야구가 32년째를 맞이하며 과거 현역으로 뛴 선수 출신들의 2세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할 시점이 됐다"며 "앞으로 야구인 2세들의 프로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프로야구가 이제 2세를 배출할 만큼 성숙했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전 LA 에인절스 출신 정영일, 전 미네소타 출신 최형록 등 해외파 선수들도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으며 드래프트에 활기를 더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2차 지명에 참가한 신생팀 KT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1라운드 이후 특별지명(5장)까지 포함해 총 17장의 지명권을 손에 쥔 KT는 앞서 열린 우선지명과 1차 지명에서 고교 투수 유망주 확보에 주력했다. 이에 2차 지명에서는 선수단 구성을 위해 야수를 집중적으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17명 중 10명을 포수와 내외야수로 선택하는 행보를 보였다. 1라운드 지명자로 택한 선수는 동국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특별지명에서는 강민국(NC 지명)과 함께 대학 내야수 투톱으로 꼽히는 문상철(고려대)과 발빠른 포수 안승한(동아대), 동국대 2루수 김병희, 경기고 유격수 심우준, 고교 포수 랭킹 1위 안중열(부산고)을 택했다.

특히 9라운드에서 택한 장현진(성균관대)까지 포수만 3명을 택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KT가 포수 외부영입보다는 내부 육성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조범현 초대 감독은 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과거 쌍방울 코치 시절 박경완을 혹독하게 단련해서 최고 포수로 키워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가 끝나면 FA가 되는 강민호를 잡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될성부른 포수 유망주들을 확보해서 키워내는 편이 팀의 미래를 위해 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포수 3인방 중에서 KT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제 2의 박경완'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전체 1순위 지명권은 올해로 세 번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NC 다이노스에 돌아갔다. NC가 가장 먼저 택한 선수는 서울고 우완투수 배재환.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투수로서의 재능만큼은 고교 투수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NC는 배재환이 1년간 재활을 거치면 다시 원래의 재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위 라운드에서 박광열(포수), 이지우(외야수), 김태진(유격수) 등 고교 선수를 주로 지명한 NC는 5라운드 이후에는 대학 선수들을 대거 선택하며 '대학야구 살리기'에 발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NC에 이어 2번 지명권을 받은 한화 이글스는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사정상 빠르게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에 치중했다. 동아대의 강속구 투수 최영환을 가장 먼저 선택한 뒤 2라운드에서는 대학 포수 랭킹 1위 김민수를 발탁했다. 그 외 박준혁(외야수), 정광운(투수), 이창열(내야수), 서균(투수) 등도 프로 레벨에 근접한 기량을 갖춘 대학 선수들. 한때 150km/h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진 박한길(인천고)과 투수를 포함해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조영우(제주고)도 한화가 거둔 의외의 소득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선전한 팀이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 좋은 재목들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선수들의 성장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최근 드래프트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팀 중 하나인 LG는 첫 지명권을 성남고 외야수 배병옥에 던졌다. 정확성과 파워, 스피드와 강한 어깨에 수비력까지 겸비한 배병옥은 박재홍 이후 대가 끊긴 5-툴 플레이어. 향후 드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책임질 적임자다. 그 외에도 LG는 고교 유격수 상위권의 장준원(경남고), 류형우(제물포고)와 대학 최고 장타자 중 하나인 3루수 양석환(동국대)을 지명하며 앞으로 3~4년 뒤 있을 주전 야수들의 세대교체에도 대비했다. 10명의 지명자 중 한석현을 제외한 9명이 우투우타 선수라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올해 4강 싸움에 뛰어든 넥센 히어로즈는 팀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즉시전력감 투수와 내야수 확보에 주력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선수는 진흥고의 우완 에이스 하영민. 고교 투수로는 최고 수준의 제구력과 변화구, 위기관리 능력이 강점이다. 그 외 구자형(동의대), 박병훈(세한대) 등 투수들도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 기존 넥센 투수들의 가장 큰 약점이 제구 불안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 외 덕수고 임동휘(3루수), 야탑고 김하성(2루수), 경기고 송현우(1루수) 등을 뽑아 내야 자원들의 공백에 대비했고 우타자와 파워히터 중심의 영입으로 타선의 균형에도 신경썼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신음 중인 KIA 타이거즈는 드래프트를 통해 팀 전력상의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1라운드에서는 원광대 2루수 강한울을 지명했다. 안치홍, 김선빈 등 주전 선수들의 공백에 대비한 선택이다. 이어 연세대 박상옥(우완), 동강대 김지훈(사이드암), 홍익대 김영광(좌완) 등 좌-우-사이드 투수들을 하나씩 발탁해 팀의 투수난 해결에도 역점을 두었다. 강한울, 박찬호, 박준태 등 지명한 야수들 대부분이 고교와 대학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라는 점도 흥미롭다. 올해 김주찬 영입으로 시작된 기동력 야구가 내년 이후로는 더욱 위력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타격의 팀에서 최근에는 투수력의 팀으로 돌아선 롯데는 올해 지명에서도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선택했다. 1라운드 지명자인 문동욱과 2라운더 이인복은 140km/h 후반대 강속구가 일품인 대학 우완 투수. 3라운드에서 뽑은 심규범(경희대)은 올해 대학 좌완 중 가장 뛰어난 투수로 꼽힌다. 앞서 1차에서 지명한 김유영(경남고)과 더불어 롯데 철벽 마운드를 더욱 강화하는데 일익을 맡을 선수들. 한편 4라운드 이후로는 고교 상위권 유격수 배성근(울산공고), 영남대 외야수 신원재, 건국대 유격수 이창진 등을 지명해 야수진 보강에도 신경을 썼다.

▲ 좌측부터 1차 지명 한주성(덕수고), 2차 1라운드 지명 최병욱(동국대), 5라운드 지명 정기훈(광주일고) ⓒ두산 베어스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는 두산은 올 시즌 투수진 붕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 이에 1차 지명에서 덕수고 에이스 한주성을 지명한데 이어 2차 1라운드에서는 동국대의 강속구 투수 최병욱을 먼저 확보했다. 최병욱은 최고구속 152km/h를 뿌리는 우완투수로 내년 시즌 불펜에서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청룡기 MVP로 잠재력이 큰 우완투수 전용훈(덕수고)을, 4라운드에서는 고교 좌완 중 숨은 진주로 꼽히는 이승헌(신일고)을 확보했다. 연세대 유격수 이성곤과 광주일고 3루수 정기훈, 야탑고 김경호와 선린인터넷고 심형석 등은 빼어난 타격 재능을 갖춘 선수들. 팀에 현재 필요한 포지션과 앞으로 필요할 포지션을 모두 성공적으로 보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 와이번스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선수 지명을 했다. 우선 1라운드에서는 동성고의 강속구 투수 박규민을 택했고, 2라운드에서는 성남고 유격수로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준 유서준을 지명했다. 3라운더 박민호(인하대)와 7라운더 이승진(야탑고)은 앞서 열린 1차 지명에서 SK의 지명 대상으로 거론된 선수들. 이에 이건욱-박민호-이승진 등 1차 지명 후보 3명을 한꺼번에 손에 넣은 셈이 됐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은 덕수고 나세원과 휘문고 정선호도 외야수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 박민호, 이진석(외야수) 등 뛰어난 재능에 비해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가치가 하락한 선수들은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 LA 에인절스 출신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정영일을 5라운드에 지목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매년 그렇듯이 1라운드 9번으로 뒤늦게 지명권을 행사했다. 여기서 덕수고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안규현을 선택. 안규현은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심창민과 비슷한 유형"이라는 평가를 듣는 선수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효천고 유격수 박계범을 택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고교 유격수를 상위권에서 뽑았다. 3라운더 박제윤(우완)과 4라운더 배진선(좌완)은 투수층 강화 차원의 선택. 5라운드에서 건진 한양대 내야수 김재현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제 2의 조동찬'이 될 가능성이 크다. 7라운드 이후에는 대학 투수-포수-내야수-외야수를 골고루 지명해 대학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올해 2차 지명을 받은 선수들의 명단이다.

<2차지명 명단>

NC: 배재환(서울고 투수), 박광열(휘문고 포수), 이지우(경북고 외야수), 김태진(신일고 내야수), 홍지운(경남대 내야수), 이찬우(동강대 투수), 정성민(경희대 포수), 장민호(경기고 투수), 구황(동국대 외야수), 김학선(건국대 투수)

한화: 최영환(동아대 투수), 김민수(영남대 포수), 박준혁(제주국제대 외야수), 박한길(인천고 투수), 조영우(제주고 투수), 정광운(홍익대 투수), 이창열(건국대 내야수), 서균(원광대 투수), 정우석(경남고 내야수), 노태형(천안북일고 내야수)

LG: 배병옥(성남고 외야수), 장준원(경남고 내야수), 양석환(동국대 내야수), 류형우(제물포고 내야수), 한석현(경남고 내야수), 진재혁(선린인터넷고 투수), 조윤성(고려대 외야수), 오세민(경남고 투수), 김정택(세계사이버대 투수), 박재욱(개성고 포수)

넥센: 하영민(진흥고 투수), 임동휘(덕수고 내야수), 김하성(야탑고 내야수), 구자형(동의대 투수), 박병훈(세한대 투수), 이용하(성남고 포수), 김광영(동아대 외야수), 송현우(경기고 내야수), 이재림(공주고 투수), 김윤환(인천고 투수)

KIA: 강한울(원광대 내야수), 박상옥(연세대 투수), 김지훈(동강대 투수), 김영광(홍익대 투수), 박찬호(장충고 내야수), 박준태(인하대 외야수), 이진경(울산공고 포수), 박진두(진흥고 내야수), 최원준(성균관대 내야수), 류현철(경남대 외야수)

롯데: 문동욱(건국대 투수), 이인복(연세대 투수), 심규범(경희대 투수), 배성근(울산공고 내야수), 신원재(영남대 내야수), 이창진(건국대 내야수), 김태석(부산고 투수), 권태양(천안북일고 투수), 마상우(강릉영동대 내야수), 이상준(부산고 외야수)

두산: 최병욱(동국대 투수), 전용훈(덕수고 투수), 이성곤(연세대 내야수), 이승헌(신일고 투수), 정기훈(광주일고 내야수), 김경호(분당 야탑고 내야수), 심형석(선린인터넷고 외야수), 최형록(군산상고-미네소타 내야수), 문진제(원광대 내야수), 문지훈(광주일고 투수)

SK: 박규민(광주 동성고 투수), 유서준(성남고 내야수), 박민호(인하대 투수), 이진석(충암고 외야수), 정영일(광주진흥고-LA 에인절스 투수), 서동민(대구고 투수), 이승진(야탑고 투수), 나세원(덕수고 외야수), 정선호(휘문고 외야수), 김성민(휘문고 투수)

삼성: 안규현(덕수고 투수), 박계범(순천효천고 내야수), 박제윤(경남대 투수), 배진선(원광대 투수), 김재현(한양대 내야수), 구준범(배명고 투수), 최선호(동의대 외야수), 김희석(성균관대 포수), 홍유상(성균관대 투수), 백승민(영남대 내야수)

KT: 고영표(동국대 투수), 문상철(고려대 내야수), 안승한(동아대 포수), 김병희(동국대 내야수), 심우준(경기고 내야수), 안중열(부산고 포수), 조현명(군산상고 투수), 김성윤(동의대 외야수), 안상빈(세광고 투수), 양형진(세한대 투수), 김민혁(배재고 내야수), 이영준(단국대 투수), 이지찬(경성대 내야수), 장현진(성균관대 포수), 양효석(홍익대 외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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