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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만세', 이현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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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호준 '만세', 이현곤 '글쎄'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프로야구 FA 5인방 성적표

지난 겨울, 프로야구에선 도합 241억원이 오가는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50억 대박을 터뜨린 김주찬을 비롯해 홍성흔, 이호준, 정현욱, 이현곤 등 준척급 선수 5명이 새로운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대부분의 팀이 6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반환점에 도달한 시즌 초반, FA 이적생 5인방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A+
이호준 SK->NC (3년 20억)
23일 현재 61경기 9홈런 54타점 .289/.372/.489(타율/출루율/장타율)


▲ 이호준. ⓒ연합뉴스

올해 FA 이적생 중 최고의 성공사례. 현재까지 활약만 봐서는 3년 20억이 헐값 계약처럼 보일 정도다. NC에서 기대한 4번타자 해결사와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 모두를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23일 현재 2루타 18개로 단독 1위, 홈런 9개로 전체 8위, 타점 54점으로 2위 나지완과 5개차 1위를 달리는 중. 특히 주자있는 상황에서 타율 .336, 득점권 타율 .408, 만루에서 타율 .600로 득점 찬스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아무도 그를 '로또준'이라 부르지 않는다. 팀 타선 전체가 부진에 시달린 4월에 .241에 그친 타율도 6월 들어 .400(60타수 24안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89까지 끌어올린 상태. 5월 이후 나성범-모창민 등이 라인업에 가세하며 상대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난 덕이다.

이호준의 존재감은 타석을 벗어나 있어도 두드러진다.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NC 선수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끊임없는 입담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끊임없는 잔소리로 프로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에게 야구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NC는 벤치 분위기가 항상 밝고 활기차다는 평을 듣는다.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에도 후유증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더 의욕적으로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덕아웃 분위기를 이끄는 이호준의 캡틴 역할 덕분이다. 여름 이후 체력 저하와 부상 문제만 피해간다면, 2005년 이후 8년만의 20홈런은 물론 2004년 이후 9년만의 세자리수 타점도 노려볼 만하다.

A
김주찬 롯데->KIA (4년 50억)
20경기 22타점 14도루 .319/.410/.458


▲ 김주찬. ⓒ연합뉴스
4년 50억 원의 파격적인 조건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당시만 해도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개막 첫 3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7타점 4도루의 '샘 해밍턴급' 활약을 선보이며 몸값 논란을 쑥 들어가게 했다. 개인 활약도 뛰어났지만, 김주찬의 가세로 KIA의 타선 전체가 짜임새와 활력을 띄게 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러나 야구지사 새옹지마. 시즌 4번째 경기인 4월 3일 한화전 첫 타석에서 손등에 공을 맞고 경기에서 빠졌고(그 와중에 도루까지 성공했다), 병원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손목 골절 진단을 받았다. 첫 4경기 3승 1패로 잘 나가던 KIA는 김주찬이 빠진 기간 20승 18패로 주춤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특히 5월에는 한 달간 팀타율 .248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극심한 공격 침체를 겪었다.

약 2달간 재활을 거친 김주찬은 5월의 마지막 날 LG전에서 1군에 복귀한 뒤, 6월부터 본격적으로 라인업에 가세했다. 6월 15경기에서 타율 .283에 15타점 9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력의 활력소 역할을 해냈고, 팀도 9연승을 질주하며 다시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다(6월 10승 5패). 김주찬이 합류한 KIA는 6월 들어 팀타율 2위(.299), 팀장타율 1위(.455), 팀홈런 2위(16개), 팀도루 1위(23개)로 시즌 초반과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김주찬 효과'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 성적도 훌륭하지만 영양가도 만점이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율이 .444, 득점권 타율이 .448로 찬스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또 좌완투수 상대 타율 .600로 좌투수에 대체로 약한 KIA 타자들 사이에서 라인업의 균형을 잡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항상 약점이던 선구안도 올해는 타율보다 1할 가까이 높은 출루율 .410를 기록하며, 빠르게 KIA 스타일에 동화되는 모습. 부상 없이 현재 페이스만 꾸준히 유지해도, KIA로서는 50억의 투자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A-
정현욱 삼성->LG (4년 28억 6천)
31경기 33이닝 2승 3패 2세 11홀드 평균자책 2.45


▲ 정현욱. ⓒ연합뉴스
확실히 구위만 놓고 보면 전성기(2회 WBC 전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33이닝 동안 잡은 삼진이 19개로 이제는 완연하게 맞혀 잡는 투수가 됐다. 시범경기 당시 신인급 타자들이 정현욱의 공을 자신 있게 때려내는 모습을 보고 일각에선 LG의 'FA 잔혹사'를 섣부르게 거론하기도. 하지만 구위가 떨어진 대신 관록이 더해졌다. 개막 2연전 2경기에 모두 등판해 홀드 2개를 따낸 뒤, 4월에는 10경기에서 1승 1세이브 3홀드를 기록하며 유원상이 빠진 LG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23일 현재 LG 투수진에서 등판횟수 공동 1위(31경기), 홀드 공동 1위(11홀드), 이닝 2위(33이닝)로 불펜투수 가운데 최고의 팀 공헌도를 자랑한다. 특히 1이닝만 던지는 역할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2이닝 이상 길게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준다.

정현욱의 역할은 마운드를 내려와서도 빛난다. 삼성 한 관계자는 "성적을 떠나 정현욱의 이적으로 불펜의 리더를 잃어버린 게 가장 뼈아프다"고 했다. 실제 삼성 시절 정현욱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철벽 불펜진의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올 시즌 LG 투수진이 하나로 끈끈하게 뭉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데는 정현욱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올 시즌, LG는 삼성을 제치고 팀 평균자책점 부문 1위(3.59), 팀 홀드 부문 1위(41홀드)를 달리는 중이다. 철벽 마운드가 있는 곳, 거기에는 언제나 정현욱이 있다.

B+
홍성흔 롯데->두산 (4년 31억)
60경기 8홈런 42타점 .291/.364/.448


▲ 홍성흔. ⓒ연합뉴스

부산에서의 4년 생활을 끝내고, 우여곡절 끝에 친정 두산으로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주장 자리를 꿰차고, 단번에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다잡으며 '역시 홍성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유의 공격력도 여전하다. 최다안타와 타점 부문에서는 팀내 1위이자 리그 7위. 타율과 홈런, 타점에서 지난 시즌과 거의 똑같은 기록을 내며 FA '먹튀'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다만 주자 없는 상황(.306)에 비해 주자있는 상황(.280)과 득점권(.263), 만루찬스(.200)에서 결정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건 아쉬운 점. 홍성흔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두산 타자들이 득점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타율 .313의 오재일이 8경기, 타율 .309의 최준석이 41경기, 타율 .294의 윤석민이 21경기 출전에 그치며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 선수들은 앞으로 3년을 더 벤치와 2군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올해 홍성흔이 낸 기록과 지난해와 올해 윤석민의 성적 상에는 크게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덕아웃 리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긴 하지만, 홍성흔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거나 감독 대신 작전을 낼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벤치의 역량 부족을 FA 선수 영입으로 만회하려던 것부터가 판단 착오였다.

C
이현곤 KIA->NC (3년 10억5천)
42경기 3타점 1도루 .208/.247/.247


▲ 이현곤. ⓒ연합뉴스

지난해 KIA에서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경험을 높이 산 NC가 3년 10억5000만 원 조건에 영입했다. 시즌 초반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롯데와 개막전에서 NC의 팀 창단 1호 도루를 기록한데 이어, 2차전에서는 4타수 3안타에 창단 첫 득점의 영예도 차지했다. 개막 3연전 성적은 11타수 4안타(2루타 2)로 '역시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는 다르다'는 평을 듣기도. 그러나 개막전 이후로는 타격 부진이 이어졌고, 급기야 4월 중순에는 허리 통증으로 잠시 C팀(2군)으로 내려갔다. 5월부터는 신인인 유격수 노진혁, 3루수 모창민의 활약에 가려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6월 들어 선발로 출전한 경기는 친정 KIA를 상대로 한 12일 경기가 유일했다(4타수 2안타).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하는 NC의 팀 사정상,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FA 영입 실패라고 봐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 구단 관계자는 "어차피 NC가 이현곤을 영입하면서 2007년 타격왕 당시의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안정감 있게 버텨주는 게 이현곤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NC 입장에서 봐도 젊은 유격수 노진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서 주전 자리를 꿰찬 지금의 상황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 3루와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이현곤이 벤치에 있으면, 노진혁과 모창민 등 주전 선수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측면도 있다. 또 주전의 부상이나 부진이 발생하면 언제든 믿고 내보낼 수 있는 든든한 예비 전력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260 안팎의 타율을 기록한 '예측 가능한' 선수의 존재는,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팀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NC가 이현곤을 필요로 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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