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장집 품은 안철수, 결선투표제 꺼내들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장집 품은 안철수, 결선투표제 꺼내들까?

'양당제' 비판한 安, 제도 개선 출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최근 행보가 거침없다. 오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독자세력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를 주장해온 진보 정치학계의 원로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자신의 싱크탱크 수장으로 영입했다. 이로써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종착지가 신당 창당이 될 것이란 점도 더욱 분명해졌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공식 선언했다. 연구소 이사장엔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사진 가운데)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정작 안 의원 측은 "세력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신당 창당도 그 중 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현재까지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창당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독과점 체제'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가 양당 체제의 폐해를 극복할 유일한 방안은 제3정당 창당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대선주자 급'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안 의원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명망에만 기댄 제3정당은 반짝 빛나다 사그라진 전례가 많은 탓이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정치에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다"며 "편 가르기 정치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안 의원이 사실상 '탈이념-중도정당' 쪽으로 가닥을 틀면서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양당의 담합 구조와 뿌리 깊은 이념 과잉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지역 기반없이 '중도'를 표방하고 성공한 정당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안 의원의 24일 발언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양당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짜맞춰져 괴리가 심하다"며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제3정당의 생존을 모색한다면 '제도'에 대한 고민도 빼 놓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정당중심론자'인 최장집 교수의 영입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치 개혁안에 관한 내용은 '정책네트워크 내일'를 통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내일' 이사장인 최 교수의 평소 지론을 수용한다면, 비례대표제 개선과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한 제도 개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오래 전부터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최 교수는 1위 득표자를 곧바로 대표로 결정하는 현행 단순다수제 방식은 양당제를 발전시키기보다 이른바 '진영 대립'을 강화해 여야 간의 극단적인 적대감과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해 왔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이념 과잉과 배제의 정치는 진영 정치라는 낡은 정치 유물을 만들었다. 결코 '편 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는 안 의원의 주장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안 의원이 이미 4.24 재보궐선거부터 '기계적인 야권 단일화'에 대한 거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에도 민주당과 야권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안 의원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우리가 이른바 '짬짬이'를 한다면 결국 2인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두 개의 군소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기계적 단일화 거부 방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작은 규모로 출발하는 신당이 생존하려면 결선투표제 등의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랜 기간 '군소정당'으로 머물렀던 진보정당의 요구이기도 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학자 그룹도 비례대표제 개선과 결선투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편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 몸 담았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결선투표제 도입에 찬성한다"며 "여론조사나 협상을 통한 단일화 방식보다 결선투표제가 유권자의 선택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안 의원의 싱크탱크 '내일'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정치혁신포럼에 합류했던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24일자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정치시장에선 신생 정당들의 시장 진입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어 문제"라며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더 나아가 "안철수 세력이 20% 중후반대의 현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며 신당으로 나아간다면 그 자체가 다당제로의 재편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게다가 그 신당이 비레대표제의 개혁에 앞장서준다면 정치시장의 자유화는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안 의원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미 양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정치제도 개혁 의지를 피력한 안철수 의원은 내달 21일 '내일' 창립 세미나를 통해 정치 개혁안에 대한 구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설익은 주장으로 한 때 '반(反)정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가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를 혁파할 내실 있는 대안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