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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좌클릭' 쓴맛 본 민주, 이번엔 우회전 깜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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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좌클릭' 쓴맛 본 민주, 이번엔 우회전 깜빡이

또 오락가락 노선…'난닝구-빽바지' 갈등 재연되나

민주통합당의 '우향우'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총·대선 패배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의 이념적인 스펙트럼을 넓혀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논리다. 당장 당 강령부터 수정될 전망이다. 안보에 있어선 한미동맹 강화로, 경제 분야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폐기하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22일 배포한 강령 및 정강정책 개정안에 따르면, '한미 FTA 재검토' 및 '촛불민심 계승' 등의 문안이 삭제되는 등 중도 노선을 대폭 강화했다.

▲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통합당 강령·정책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자주국방→한미동맹 강화', '한미FTA 재검토→피해 최소화'

'우클릭'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안보와 경제다. 새 개정안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선 "자주 국방과 협력 안보"라는 문구가 빠지고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이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현행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내용엔 박정희 정부 당시 추진된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원문엔 포함되지 않았던 북한 핵 실험 등 안보 위협에 관한 부분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 개정안엔 "우리는 북한의 핵 실험 등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확고한 안보 태세를 갖춘다"고 명시했다.

번번이 새누리당에 의해 발목이 잡혔던 북한 인권에 관련한 내용도 새로 담겼다.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통상 분야에 있어선 민주당 당론이었던 '한미 FTA 재검토'가 페기됐다. 원문에 담겼던 "우리는 한미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 정책을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국익 중심의 통상 정책 추진'이란 항목이 신설돼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 정책에 있어 국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며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는 내용으로 수위가 달라졌다.

경제 분야에 있어선 '기업 활동 촉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문엔 "성장지상주의와 토건 중심 불균형 성장 배격"이라는 내용이 담긴 반면, 개정안엔 이에 더해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성장"이란 내용이 추가됐다.

또 '경제민주화'만 명시한 원문과 달리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새로 신설됐다.

복지 분야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달성한다"는 문구가 삭제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소득과 관계없이 평등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의료 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완화됐다.

노동 분야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의 현안을 세부 기술한 기존의 내용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추구",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 구축" 등 다소 추상적 표현으로 수정됐다.

언론 분야에선 "특권과 특혜를 통해 일방적으로 설립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아예 삭제됐다.

강령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문에서도 '중도화'로 방향을 틀었다.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99% 국민을 위한 정당을 지향"이란 문구는 "서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정당"으로 바뀌었다. "2008년 이후 촛불 민심의 열망 계승"이란 표현 역시 삭제됐다.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은 "복지국가의 완성"이란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런 내용의 개정안은 전대준비위원회 전체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내달 4일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의결된다.

2008년 '뉴민주당 플랜'과 판박이…'선거용' 좌클릭에 패배하니 우클릭?

그러나 당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령 개정의 기반엔 "좌클릭 때문에 중도성향 유권자를 잃었다"는 분석이 깔려 있지만, 지난 총·대선의 패인은 '좌클릭'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선거 맞춤용'으로 수시로 정치적 성향을 바꿔온 당의 일관성 없음에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충분한 내부 토론없이 선거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그 때 그 때 당의 노선을 바꿔 빈축을 샀다. 지난 2007년 대선-2008년 총선 패배 뒤에도 좌클릭을 탓하며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뉴민주당 플랜'을 추진했고, 이후 2009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反)MB 전선'을 명확히 하면서 이조차도 폐기했다.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야권연대를 발판으로 한 진보개혁 노선을 강화해왔지만, 지난해 총·대선 패배를 기점으로 다시 중도강화론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때문에 이번 강령 개정을 기점으로 또 다시 민주당의 해묵은 '난닝구(중도실용파)-빽바지(개혁파)' 간 갈등이 부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노선 변경이 추진될 경우,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반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패배 때마다 진보와 중도 노선을 오락가락하며 당내 계파 싸움에 함몰되어온 고질적인 병폐가 재연될 공산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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