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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박근혜 '1인 통치' 균열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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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박근혜 '1인 통치' 균열 가져올까

[박근혜 취임 한 달] 맞수 없는 '나 홀로' 대통령의 불행

여전히, '박근혜만' 보인다. 취임 후 100일을 이르는 허니문 때문이 아니다. 인사 파행 등 국정 난맥상으로 박 대통령에게 허니문은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도 정치뉴스의 주어가 온통 '박근혜'뿐인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박근혜' 같은 정치적 대항마가 박 대통령에겐 없는 탓이다.

역대 대통령에겐 언제나 '정치적 맞수'가 존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당시 거대 야당의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국가보안법 폐지 및 사학법 개정 등에 반발해 127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53일간 장외 투쟁을 벌일 정도로 강력한 견제자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세종시 수정안을 친박계 의원들을 이끌고 불발시킨 게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견제 없는 '나 홀로' 대통령, '독선의 덫' 빠진다

그러나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대통령을 견제할 사람도 사라졌다. 보수 리더십은 사실상 실종 상태고, 진보 역시 리더십은커녕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50일을 넘게 끌어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온갖 진통을 겪고서야 22일 국회를 통과한 것이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는 박 대통령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견제 없는 막강한 대통령은 독선에 빠지기 쉽다. 실제 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 보여준 행보는 사실상 '정치 외면'이었다. 이른바 '나 홀로 인사'로 수많은 인사 사고가 터졌고,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대화와 타협이 아닌 윽박지르기와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여의도 정치를 싫어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한 술 더 뜨는 모습이었다. "이제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라는 일침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야 정치권의 '리더십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자신을 견제할 강력한 정치적 대항마가 없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사진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모습. ⓒ뉴시스

'내 뜻이 옳으니 무조건 따라 오라'는 방식은 오랫동안 한 계파의 수장이었던 박 대통령 특유의 리더십 스타일이지만, 이를 견제할 정치적 맞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시절에나 가능했던 '1인 통치'가 다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박 대통령이 한 계파나 당의 수장이었을 때 이런 1인 통치 스타일은 효율적인 수단이었지만, 그가 국가를 이끌어갈 통치자가 된 이상 이런 방식은 위험해진다.

리더십은 고사하고…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서당'?

당장 여권 내에선 "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나온다.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부터 존재감이 없다는 평이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과정에서도 이런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야권에 대한 '선전 포고'에 가까웠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를 사실상 '돌격 명령'으로 이해, 다시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고 한때 타결 조짐을 보이던 정부조직법은 다시 몇 주를 끌고서야 상처만 남긴 채 합의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접 야당을 상대로 메시지를 보내고 야당이 이에 반응하는 '여당 존재 상실 상태'가 지속되기도 했다. 거의 이뤄진 합의가 청와대의 전화 한 통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에 협상 권한이 없다"며 야당이 박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볼멘소리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5년 전과 입장이 180도 뒤바뀐 친이계가 당내 '쓴 소리 담당'을 자임하고 있지만, 매번 허공에 부딪힐 뿐이다. 76명이나 되는 초선 의원들이 있지만, "우리도 박 대통령의 성은(공천)을 입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지도부 주장을 복창하기에 바쁘다. 의원총회는 번번이 제대로 된 토론없이 교장 훈화 말씀(당 대표 인사말)으로 끝나, "학생(의원)들은 그저 받아적을 뿐"이란 자조 섞인 탄식까지 나온다.

대선 패배 석 달이 되도록…집안 싸움 바쁜 민주

민주당의 상황도 좋지 않다. 리더십 부재의 측면에선 오히려 더 큰 위기 상황이다. 대선 패배 이후 무기력과 방황의 상태도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지만,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한 당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의 상황을 "그야말로 지리멸렬"이라고 요약했다. 제대로 된 대선 평가와 반성 없이 전당대회 룰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우더니, 이제 안철수 전 교수의 등판으로 '딴 살림'에 대한 공포만 커졌다는 것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친노(親盧)-비노(非盧) 간의 계파 갈등도 4.24 재보궐선거 이후 열릴 5.4 전당대회에서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선은 정치 무대에 복귀한 안철수 전 교수에게 쏠린다. 민주당 내 여러 계파가 안 전 교수를 놓고 각기 다른 셈법을 구동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출마를 선언한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낼 것인지의 문제부터, 그의 여의도 입성 후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야권 쟁탈전' 시나리오까지. 민주당으로선 '안철수 변수'가 당의 권력 재편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셈이다.

'정치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돌아온 안철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낙관하기 어렵다.

일단 '세력'이 문제다. 안 전 교수 측은 신당 창당에 대해 "신경 쓸 겨를도 없다"(윤태곤 공보팀장)는 입장이지만, 안 전 교수 스스로가 민주당 입당에 부정적인데다 "좋은 기회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11일 귀국회견)고 밝힌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안 전 교수가 여의도 입성 후 당장 신당을 창당하지 않더라도,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사이엔 창당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관건은 안철수 신당에 얼마나 힘이 쏠릴지 여부다. 안 전 교수 쪽에서 반(反)새누리 연합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고 선언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범야권 지지층 쟁탈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 전 교수로선 유권자로부터 '반(反)새누리당'이면서 '비(非)민주당'인, 동시에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세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간 야권에서 민주당이 누려온 독점적 지위에 균열을 내는 것이 그에게 당장 부여된 숙제인 셈이다.

▲ 돌아온 안철수 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가 찍힌다. ⓒ프레시안

지표상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새누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민주당을 제쳤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조차 신당에 밀렸다.

그러나 신당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담겨 있던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통해 '개인 안철수'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그가 당이란 형태로 존재할 때 과연 그 경쟁력이 계속될 수 있냐는 물음이다. 과거 대선주자 문국현이 대중의 지지를 받았지만 '문국현 당'은 실패했듯, 지방선거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철수 개인의 '스타성'만으로 민주당을 뛰어넘는 당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안철수 전 교수로서는 이번 노원병 보선을 시작으로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야당 정치인 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맞수로 성장할지, 아니면 노회찬 전 의원의 경고대로 '제2의 문국현'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할지는 이제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정치 혐오로 상징되는 '안철수 현상'은, 이제 '정치인 안철수'에게도 뛰어넘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제 '어린왕자'가 아닌 그리스인 '조르바'가 돼야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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