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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마이웨이'…노무현과 다른 안철수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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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마이웨이'…노무현과 다른 안철수의 길은?

'가장(家長) 안철수'를 바라보는 범야권의 '동상이몽'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치적 체급에 비해 너무 쉬운 선택이란 비판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안 전 교수의 '부산 차출론'도 제기된다.

당장의 정치적 명분은 대선주자급 정치인인 그가 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노원병에 출마하느냐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을 따지지 말고 야권 지지세가 약한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겨뤄야 한다는 주문이다. 16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떠나 부산에 도전했던 '노무현의 길'을 가라는 명분론이다.

안철수가 '가난한 집 가장'?

이런 주문의 바탕엔 안 전 교수의 컴백으로 인해 복잡해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올 생각을 해야지 집안 식구들 먹는 걸 뺏으려고 한다"(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 "동지들의 밥상을 뺏을 게 아니라 큰 정치인답게 부산에서 겨뤄야 한다"(이동섭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는 주장은 이런 이해관계에서 나온다.

노회찬 전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가난한 집(야권)의 가장'인 안 전 교수가 진보정의당을 포함한 야권(식구들)의 예비 의석(먹을 것)을 빼앗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및 집권여당에 맞서는 범야권으로서의 '동지 의식'이자 4월 재보선에도 야권 연대가 여전히 유효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안철수, 야권연대 거리두고 '독자 행보' 시동

그러나 이런 바람은 범야권의 '동상이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철수 전 교수 쪽의 기류가 기존 야당의 판단과 상이하다. 현재까지 안 전 교수 측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더 이상 '가난한 집의 가장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의 '반대 연합'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송호창 의원)는 선언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안 전 교수를 포함한 범야권의 '동상이몽' 탓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당장 안 전 교수 쪽에선 노원병 출마에 대한 비판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송호창 의원(무소속)은 5일 "거대 여권에 대한 야권의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대안과 비전이 아닌 반여(反與) 후보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정치도, 거대 여당을 뛰어넘는 대안 세력의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야권의 선거 공식으로 자리잡은 야권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야권이 단일화 프레임에 매몰돼 새정치에 대한 대안 제시를 소홀히 하면 지난 총·대선과 같은 패배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자신의 정치적 포지션을 야권에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진영으로서의 야권'은 단호히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를 도왔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6일 "이제까지 중요한 선거를 치르면서 야권 단일화가 필수처럼 돼 버렸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며 "야권이 해온 기계적 단일화는 여러 잡음이 있었다. 그런 단일화를 다시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다 분명하게 '단독 행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안 전 교수가 귀국 후 내놓을 첫 메시지는 '반(反)박근혜, 비(非)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대선에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와 함께 '정권교체'를 제1의 과제로 내세웠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잡음과 대선 패배 후 전자로 무게가 옮겨간 셈이다.

현실적으로는 부산에 출마할 경우 감수해야 할 낙선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안 전 교수가 노원병을 고집하는 1차적 이유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영도는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해 야권 후보에게 만만치 않은 시련이 예상되는 반면, 노원병은 대대로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

정 교수는 부산 출마설에 대해 "노무현의 길은 문재인이 가라"고 일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후배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그 시대의 정치 발전의 걸림돌을 극복하고 실천하는 것"이란 주장인데, '정치 발전의 걸림돌'이 더 이상 부산 출마로 극복될 수 없다는 반박이다. 이는 '노무현의 길'과 '안철수의 길'은 다르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안철수, 준비된 컴백인가?

노원병 출마에 대한 야권의 맹렬한 비판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X파일'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과 진보진영 입장에선 노원병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겠지만, 지역구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이상 안 전 교수가 진보정의당의 사전 승인을 구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로부터 후보직을 양보받은 만큼, 무작정 "니가 가라, 부산"만을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 전 교수를 포함한 범야권 진영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심은 11일 귀국하는 안철수 전 교수의 '정치 복귀 메시지'에 쏠린다. '안전한 선택'에 따른 비판론을 일축할만한 대안과 비전을 내놓을 경우 노원병은 '안철수 정치'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스타성에 의존해 알맹이 없는 '새정치' 구호에 머물 경우, 야권의 질서있는 재편을 교란한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다. 이는 향후 야권 재편의 최대 변수인 안철수 신당이 탄력을 얻을 수 있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안철수 노원병 출마 선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날선 찬반 논쟁은 결국 그가 '준비된 정치인'으로 돌아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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