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 대통령 "한글은 지배층의 계급적 세계관 뛰어넘은 것"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 대통령 "한글은 지배층의 계급적 세계관 뛰어넘은 것"

'지배층-피지배층의 괴리' '기득권의 비난 극복' 연달아 강조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대왕의 정치철학은 오늘 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글 창제에 담긴 민본주의와 자주적 실용주의, 그리고 창조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혁신과 통합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 자신의 정책 방향의 시원을 세종대왕의 정치철학에서 찾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9일 오백 예순 돌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해 "세종대왕이 창제하고 반포한 한글은 또한 자주적 실용주의와 창조정신의 백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글은 지배층 비난 이겨낸 자주적 실용주의의 백미"

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한글은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이자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라며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했고 세계 언어학계도 한글을 가장 뛰어난 표현력과 실용성을 가진 문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한글 자체의 우수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처럼 훌륭한 한글의 탄생에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며 '세종대왕의 개혁성'을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세종대왕이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릅쓴 것을 높이 평가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노 대통령은 "세계 어느 역사를 봐도 지배층이 쓰는 문자가 있는데도 백성을 위해 새롭게 글자를 만들었던 일은 없다"며 "그것이 국민간의 소통을 막아 지배층의 특권을 유지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중국을 섬기는 데 어긋나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하나도 이롭지 않은 일에 왜 그렇게 힘을 쏟느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세종대왕께서는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과 함께 하겠다는 일념으로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했다"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한글은 계급적 세계관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의미부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글은 계급적 세계관을 뛰어넘어 백성을 하나로 아우르고자 했던 민본주의적 개혁정치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만약 세종대왕께서 한자만을 고집하던 지배층에 굴복하거나, 중인들이 쓰던 이두에 만족했다면 한글은 결코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노 대통령은 이전부터 세종대왕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배-피지배층 차이가 적은 것이 내 희망"

지난 달 29일 신무문(경복궁 분문) 개방 행사에서도 노 대통령은 경복궁 향원정을 가리키며 "저기가 '뿌리 깊은 나무'의 첫 번 무대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 과정의 비밀과 미스테리를 다룬 팩션(팩트+픽션)으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흥미롭게 읽었다고 알려진 소설이다.

한편 신무문 개방 행사에서도 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와 유사한 느낌의 발언을 남긴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우리 어린이 손님이 많이 왔으니 어린이 손님을 상대로 얘기하겠다"며 과거 출입이 통제됐던 경복궁, 청와대 인근 지역의 개방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며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받는 사람 사이에 가장 큰 단절은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 희망은 이 차이가 적길 바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런 것(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단절)이 오래 가면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잘 살겠지만 일반국민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며 "권력은 높아지고 소통은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었다.

점점 강도 높아지는 노 대통령의 발언

이처럼 노 대통령은 최근 연달아 국민들에게 '과거 지배층의 기득권 옹호가 피지배층, 백성에게 질곡으로 다가왔다'는 직접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비록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지배층과 피지배층' '계급적 세계관을 뛰어넘어' 등의 어구를 사용하며 발언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 판결로 좌초된 데 이어 작통권 환수, 비전 2030 등 자신의 야심작 들이 잇달아 야당과 일부 언론 등 구 기득권 계층의 반발로 여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다시금 특유의 '기득권층, 지배층 때리기'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최근 프레시안 5주년 기념 강연에서 "민주화 정권들, 특히 노무현 정권 내부에서는 정서적 급진주의와 기술합리주의(신자유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되어 더 나쁜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