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사태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애초 두 의원의 제명에 유보적이던 민주통합당이 '강경 모드'로 돌아선 탓인데, 거대 여야 정당이 손을 맞잡음에 따라 두 의원의 의원직 역시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이한구 "박지원 판단에 경하…역시 정치 9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의지를 피력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그동안 이석기, 김재연 제명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박 원내대표가 정치 9단으로서 훌륭한 판단을 내리신 것 같다"며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경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원내대표의 뜻은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본다"며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회법 제 138조에 따라 무자격 결정을 내리자고 제안했는데 민주당이 수용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 청구에 연명하고 본회의 처리 절차에도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거론하며 이를 위한 법적 검토를 마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야권연대 우방'으로서 애초 "통합진보당 스스로의 쇄신에 맡겨야 한다"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의 수 차례에 걸친 사퇴 권고에도 두 의원이 버티며 '중북 주사파' 논란까지 일자, 자진 사퇴 하지 않으면 제명하겠다는 최후통첩 식의 경고를 던진 것이다. 다만 민주당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 이야기는 '제명'보다는 '자진사퇴'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야, '자격심사 통한 제명' 검토…김형태, 문대성 제명도 '급물살'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로, 두 의원에 대한 의원직 박탈 수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일단 두 의원에게 자진사퇴를 할 여지를 준 뒤, 그래도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5일 개원 이후 제명을 위한 자격심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일명 '이석기 법' 등 법안 개정 의지도 피력했지만, 민주당이 제명 절차에 동의한 이상 자진 사퇴가 아니고서는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이 가장 빠른 방법이란 판단이다.
여야가 검토 중인 국회의원 자격심사는 헌법 제64조 2항인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으로, 제3항엔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을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국회법 제138조에 따라 먼저 의원 30인 이상의 연서로 자격심사를 청구한 뒤, 이를 국회의장이 접수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윤리위원회가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이 심사 결과를 본회의에 부의하게 된다. 이 본회의에서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으로 가결하면 해당 의원의 제명안이 확정된다. 이 처분에 대해선 법원 제소도 할 수 없다.
새누리당 150석과 민주통합당 127석을 합치면 277석이 되기 때문에 양당 의원들의 이탈이 없는 이상 재적의원 3분의2(200명)를 충분히 넘어 두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여야는 이 두 의원 외에 제수 강간 미수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문대성 의원의 제명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민주통합당의 줄기찬 요구에 두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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