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목 잘린 문재인' 만화 게재로 뭇매

진중권 "곱게 실성했나"…이준석 "명예훼손 사과"

새누리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이 잘린 패러디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위원은 만화를 삭제하고 문 고문에게 사과했다.

이준석 위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만화 <삼국지>를 패러디한 출처 불명의 만화를 링크시켰다. 원래 만화 내용은 관우가 전투에서 적장의 목을 베어 와 바닥에 내팽겨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문제는 패러디 내용이었다. 관우 얼굴엔 지난 4.11 총선에서 문재인 상임고문과 맞붙어 패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의 얼굴 사진이 합성됐고, 목이 잘린 적장의 얼굴에 문 고문 사진이 담겼다. 이준석 비대위원의 얼굴은 조조 측근의 얼굴에 삽입됐다.

만화는 관우로 분한 '사상 주례여고 학생회장 출신'의 손 후보가 "명만 내리시면 (문)재인의 목을 베어 오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 후보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주는 술 한 잔을 마신 뒤 문 고문의 목을 베어 돌아온다는 게 만화의 내용이다.

만화 속 손 후보는 목이 잘린 문재인 상임고문의 머리를 땅에 내팽겨 쳤고, 이 위원이 "재인의 목이다!"라고 외치자 손 후보가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으며 딸꾹질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만화는 4.11 총선 전인 지난 3월부터 인터넷 상에서 유포되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패러디 만화.

해당 만화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이 위원은 해당 링크를 삭제하고 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남긴 상태다. 이 위원은 "트위터 메시지로 전달받은 만화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고 페이스북에 링크시켰다"며 "만화가 길어 마지막 부분에 문 고문님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링크하게 돼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문 당선자의 트위터에도 "당선자님, 방금 전에 제가 페이스북에 만화 링크를 하나 올렸었는데 제가 내용을 잘 살펴보지 못해 그 안에 문재인 당선자님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보냈다. 이 위원은 이날 오전 중 문 고문을 만나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문 고문은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선 이 위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상태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사진을 만든 원작자의 정신 상태가 궁금하다"며 "'호승지벽'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젊은 애가 정칫물을 마시더니 곱게 실성했네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렇게 적개심으로 가득한 것이 '박근혜 키즈' 정신세계"

민주통합당도 즉각 포화에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렇게 흉악하고 예의없고 적개심으로 가득한 것이 '박근혜 키즈'의 정신세계라는 사실에 경악스럽다"며 "상대 당 대선 후보를 목을 베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박근혜 위원장이 이준석 비대위원이나 손수조 씨에게 상대에 대한 증오를 키우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일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며 "적장이라고 하셨으니, 한마디 덧붙이면 적장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은 이 비대위원의 사퇴와 박근혜 위원장의 사과 표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