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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뒷심', 새누리 '강남 텃밭'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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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정배 '뒷심', 새누리 '강남 텃밭' 무너지나

[4.11 총선 현장⑪] 서울 송파을 새누리 유일호 VS 민주 천정배

"여기는 볼 것도 없어, 무조건 1번이지. 누가 와도 여긴 1번이야."
"이번만큼은 새누리당 안 찍을 겁니다. 염치가 있어야지, 이 판국에 어떻게 표를 또 줘요?"


4.11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3일 서울 송파구 일대. '대세'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어 보였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수준의 대규모 민간인 사찰이 폭로된 이후, "한결같이 1번"이던 이곳의 표심도 요동치고 있었다.

강남벨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서울 송파을은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성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8000여 표 차이로 누른 것을 제외하곤, 한나라당 후보가 연이어 당선되는 등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불렸다.

그런 이곳의 민심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 4선 관록의 '거물' 천정배 의원을 전진배치한데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악재'까지 터지면서 과거 격전지 축에도 못 꼈던 이곳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강남벨트' 중 유일하게 재공천을 받은 이 지역 현역 유일호 의원이 나섰다. '지역 현역'을 내세운 새누리당과 '히든 카드'를 꺼내든 민주당의 대결이 '방패'와 '창'의 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유다.
'탄탄한 인지도' 천정배, '현역 프리미엄' 유일호…승자는?

4월의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둔 두 후보의 유세도 치열했다. 두 후보 모두 새벽부터 비를 맞으며 출근길 인사를 했고, 하루 종일 골목골목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인지도에선 단연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천정배 후보가 우세해 보였다. 호불호를 떠나, 이 지역 총선 화두 자체가 '천정배'에 맞춰져 있었다. 4년 전부터 텃밭을 다진 유 후보와 달리 공천된 지 채 한 달이 안 된 천정배 후보지만, "천정배는 알아도 새누리당 후보는 모른다"는 주민도 꽤 있었다.

특히 20~30대,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잠실동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회사원 최모(34) 씨는 "워낙 새누리당에 유리한 지역이라 선거가 항상 싱거웠는데, 이번엔 천정배 후보가 나온다니 해볼 만한 승부인 것 같다"며 "간만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왔다"고 반겼다.

이날 오후 신천역 일대에서 퇴근길 인사를 하던 천 후보 주변에도 시민들이 몰려드는 등 이 같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사람이 붐비는 길목을 찾아 혼자 골목골목을 누비는 천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주민, 함께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천 후보 역시 "많이 반겨주셔서 감사하지만, 이게 표로 연결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 3알 오후 신천역 일대에서 퇴근길 인사에 나선 천정배 후보가 한 시민의 손을 잡으며 웃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그러나 표면적인 선거 초반 판세는 유일호 후보에게 더 유리해 보였다. 당장 방송 3사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 후보는 천 후보를 10.7%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천 후보가 공천을 받은 직후인 지난달 15일 실시된 여론조사보다 더 벌어진 격차다. 국민생각 박계동 후보가 출마하면서 '보수표 분열' 역시 예상됐지만, 그 영향도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유 후보보다 뒤늦게 공천을 받은 천 후보가 탄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복병'까지 터지면서 판세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날 잠실 3동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7) 씨는 "지금 이 판국에 새누리당이 표를 달라는 것 자체가 뻔뻔한 것 아니냐"며 "무조건 새누리당은 안 찍을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민간인 불법사찰, 총선 정국 '쓰나미'되나?

불법 사찰 문제는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 유 후보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보였다. 유 후보는 이날 기자에게 "주민들과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진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것 아니겠느냐"며 "다만 이 문제가 새롭게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새누리당 사람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는 "집권당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한 책임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천 후보 측에선 민간인 사찰 문제까지 터지면서 '정권 심판론'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천 후보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권력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한 건데, 도대체 이 정권은 자고 나면 새로운 비리가 터져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라며 "형님 비리, 측근 비리, 디도스 공격, 이젠 불법 사찰까지…유신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부활했나. 이건 정권 퇴진 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이제 참여정부도 불법사찰을 했다고 물타기나 하고 있는데, 이제 국민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우리 송파을은 지식인층과 양식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신 동네다 보니, 그런 문제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갖고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 내 소득차도 변수…천정배 "아파트촌에서도 7대3으로 이길 것"

부유층이 모여 사는 이른바 '강남 벨트'의 한 축이지만, 지역 내 소득 격차 역시 선거의 변수다. 송파을은 롯데월드 인근의 아파트촌으로 상징되는 중산층과, 가락시장 인근 연립주택 밀집지역의 서민층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간의 투표 경향도 엇갈렸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의 지역별 득표율만 봐도, 대표적 부촌인 잠실3동과 7동에선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따돌렸지만, 서민밀집 지역인 가락동·삼전동·석촌동 등에선 박 후보가 우세했다. '야성'이 적지 않은 동네지만 보수 성향의 잠실 아파트 주민들의 '몰표'가 송파을 민심을 좌우해 왔던 것.

유일호 후보는 이런 지역 특성을 의식한 듯 "기본적으로 양 진영의 표가 결집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후보는 지난 4년간 이 지역 현역의원이었던 점을 강조한 '지역 일꾼론'과 경제전문가라는 특성을 내세워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론'에 맞선 '민생' 선거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두 후보 캠프의 캐치프레이즈에도 이런 전략 차이가 드러나 유 후보는 '송파의 경제전문가'를, 천 후보는 '상식과 양심의 정치'를 내세웠다.

천 후보는 오히려 새누리당에 몰표를 던졌던 '아파트촌'에서의 승리도 자신했다. 그는 "잠실 1,2단지 아파트 주민들 중 70% 정도가 세입자고, 자녀 교육문제로 이사 온 30~40대 젊은 부부가 대부분"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에 굉장히 불리한 지역이었지만 이런 점에서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본다. 어쩌면 7대3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역일꾼론' VS '정권심판론'

지역 재선을 노리는 유 후보의 '수비'에 맞선 천 후보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천정배 후보는 유 후보가 내건 '지역 일꾼론'에 "오히려 제가 재건축 등 지역 문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라며 "송파구청에서 내놓은 교통대책 35가지 중 34가지가 서울시장 관할일 정도로 송파구 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과 박원순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상대편 유 후보에 대해선 "유일호 후보 공약을 보면, 신천역의 이름을 바꾸고, 동사무소를 복합문화센터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사실 구의원 수준의 공약 아니냐"며 "구의원 정도의 역할을 할 사람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를 이끌어갈 비전과 역량의 정치인을 선택할 것인지는 송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락시영·잠실주공 5단지 등 아파트 재건축 문제도 최대 지역 쟁점 중 하나다. 당장 이 지역에선 재건축의 공공성을 중시한 박원순 시장과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일호 후보의 경우 재건축 규제 완화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천 후보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가교 역할을 강조한다. 천 후보는 4일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가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일호 후보 홈페이지

유권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가락시장 인근에서 만난 주부 김모(47) 씨는 "천정배면 민주당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 아니냐"며 "이명박 정부 내내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대통령이 미워서라도 천정배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50대 남성(잠실동)은 "이명박 정부 들어 민생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살기 힘든건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며 "이 동네는 다들 말은 안해도 새누리당"이라고 답했다.

총선 D-6. '창'은 '방패'를 뚫을 수 있을까? '공격수' 입장에선 진보진영의 '숨은 표'를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수비수'로선 보수층 이탈을 막고 텃밭을 사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 전망은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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