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2일 금품 및 향응 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부상일(제주을)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당의 공천이 번복된 사례는 이번이 벌써 6번째로, '부실 공천'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공천위가 부상일 후보의 공천을 취소키로 했다"며 "부 후보의 부인이 제주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본인 역시 수사 의뢰 조치를 당한 사실이 새로 공천위에 알려졌고, 혐의도 일정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 공천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부 후보의 부인 등 2명이 선거사무소 개소식 이후 한 식당에서 자원봉사자 17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총 17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85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 후보에 대해선 금품제공과 공모관계가 있는지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권 사무총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당이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제주을에 대해선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전날 비례대표 후보였던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의 공천을 취소한 데 이어 이틀 내리 후보자 공천을 철회하는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후보자 검증', 하긴 했나? 6번째 공천 번복
새누리당이 공천장을 '줬다 뺏은' 첫 낙마자는 역사관 논란을 빚은 이영조(서울 강남을)·박상일(서울 강남갑) 후보였다.
이영조 후보의 경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반란'으로,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박상일 후보 역시 이에 뒤지지 않아, 독립군을 "소규모 테러단체 수준", 한일강제병합에 대해선 "제 3자가 보았을 때 한국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빚었다.
그럼에도 당 공천위는 "지금껏 나온 논란은 사전에 다 검토된 것"이라며 시간을 끌었고, 이에 역사단체는 물론 광주·제주지역의 여론이 부글부글 끓자 5일 만에 공천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 손동진(경북 경주), 이봉화(비례대표) 후보의 공천 철회는 "도덕성 검증을 최우선에 뒀다"는 정홍원 공천위원장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석호익 후보의 경우 한 강연에서 "여성이 XX 하나가 더 있어서 우월하다"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손동진 후보는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 금품을 뿌린 의혹으로 각각 공천이 취소됐다.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이봉화 후보의 경우, 이미 지난 2008년 쌀 직불금 불법 신청 파동으로 보건복지부 차관 자리에서 낙마한 전력이 있음에도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15번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사실상 구멍이 난 셈. 김종인 비대위원이 "사람을 뽑을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사퇴 일성을 남긴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자신의 소속 기관 직원들에게 '클린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곳에 쓰겠다'며 이른바 '접대비 모금'을 종용한 의혹, 특정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요구한 의혹 등이 추가로 드러나자 결국 하루만에 공천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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