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군인 월급으로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군인 월급으로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다면"

[20대, 녹색 정치를 말하다] 내가 국가를 지키러 갈 때, 내 가족은?

지난해 3월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환경 문제가 더이상 일부 전문가들의 '듣기 좋은 꽃노래'가 아닌 시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단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만이 아니다. 사고는 전력 낭비에는 길들여진 채, 원자력 발전이 일으킬 수 있는 '재앙'에는 무감각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의식은 없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췄다. 이는 원자력 발전뿐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토건주의, 식품 안전 등 여타 환경 문제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사고는 절망과 동시에 희망을 지폈다. 이러한 자화상에 충격 받은 이들이 곳곳에서 교수 모임, 의사회, 법률가 모임 등 '반핵'을 내세운 모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탈핵, 탈성장, 탈토건'을 내세운 녹색당이 2월 창당을 준비 중이다.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준비위에 참여한 당원들의 이야기를 묶어 조만간 '녹색당선언(가제)'이라는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중 20대 청년들의 이야기 5편을 연재한다. <편집자>


가난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춘

누구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점점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그런 때다. '88만원세대'라는 말이 생겨 난 지 5년째고, 언론에서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죽어라 고생해서 수많은 알바를 뛰지만, 집세와 생활비를 마련하는데도 벅차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은 당연히 대출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학공부는 커녕, 졸업하기에도 4년은 빠듯한 시간이라 휴학은 필수조건이다.

겨우 졸업을 하고 나서도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 정도로 어렵고, 그렇게 들어간 직장에서의 월급은 쥐꼬리만 한 수준이어서, 학자금 대출 갚는데 대부분을 쓰고 나면 20대를 훌렁 지나 30대에 들어선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연애란 돈 없는 자는 못하는 사치일 뿐이며,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사는 것은 꿈속에서만 가능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점점 더 초혼 연령은 늦춰져만 가고, 초산 연령은 그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활동인구도 감소해서 몇 십 년 후에는 젊은이 1인당 부양해야 할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인구감소위기론 속에 저출산 대책을 만들어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 속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대학까지 보내려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지원대상도 첫 아이는 제외시킨 채 다자녀에게만 혜택에 돌아가고 있어, 경제문제로 인해 애 하나만이라도 낳고 오순도순 잘 키워보려는 젊은 부부들은 사회적 불임이란 나락에 빠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애가 하나도 없는 부부와 애가 많은 부부로 나뉘는 출산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처자식의 생계에 무책임한 국가

2011년 말 현재 나는 만 28세다. 내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어두운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결혼을 했으며, 자녀까지 출산해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다. 매월 50만원의 육아휴직급여가 우리 식구의 실제 현금 소득 전부다. 그리고 나는 내년(2012년)에 군대에 가야 한다. 나이도 많고, 기술도 없어서 장교나 공익근무요원, 산업체 기능요원도 아닌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다음의 질문을 계속하고 있는데, 점점 비참한 결론에 다다르고 있어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가장인 내가 군대를 가면 처자식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을까? 내가 국가를 지키러 가면, 국가는 내 가족을 지켜줘야 하지 않나? 나의 군복무로 인한 막막한 생계문제의 해결을 위해 배우자가 취업을 해야 하는가? 애 딸린 유부녀가 원한다고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가? 나의 군복무로 인해 내 배우자가 겪을 육아·생계·가사노동의 3중고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가? 국가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조차 없는가?

2011년 기준으로 이등병의 월급은 7만8300원이고, 일병은 8만4700원, 상병은 9만3700원, 병장은 10만3800원을 받는다. 그리고 육군 현역병의 군 복무 기간은 21개월이다. 이등병 5개월, 일병 6개월, 상병 7개월, 병장 3개월을 하는데 이 모든 금액을 모두 모은다면 186만7000원이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공표한 2012년 최저생계비는 3인 가구 기준 121만8873원으로, 내년에 내가 군대 훈련소에서 받을 첫 월급은 최저생계비에서 114만 573원이 부족하다. 부족한 비용은 국가가 대신 주는 것도 아니다. 줄 생각도 안한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채 굶어죽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국가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방부는 "입영보다 결혼을 먼저 해 애를 낳은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 했고, 병무청은 "계속 민원을 제기해도 우리는 규정대로 한다"라고 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안타깝지만 군대 문제는 국방부의 소관사항"이라고 했다. 역시 군대는 아직도 '까라면 까라'는 곳임을 군대 가기 전부터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가난한 청년을 착취하는 군대

더욱이 21개월의 군 복무 기간 동안 받게 될 전체 급여는 겨우 내년도 월 최저임금 95만7220원의 두 달 치에 불과하다. 국가도 인정한 최저임금도 무시한 나머지 19개월의 군복무는 명백히 무상노동으로 이는 착취이며, 국가폭력일 뿐이다. 더 따지고 보면 군복무는 24시간이고, 최저생계비는 8시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21개월 군복무에 따른 사병월급은 최저임금의 두 달 치가 아니라 겨우 약 17일 분에 불과하다. 군대에 가도 집에서 용돈을 부쳐줘야 생활할 수 있다주는 것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이미 수 년 전부터 사병월급 현실화 이야기가 있었고, 최소 월 30만원은 줘야 한다는 주장이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국회의원으로 부터도 나왔지만,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그나마 이런 시도가 있었기에 현재의 사병월급이 저 정도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넘는 경제대국에서 대다수 젊은이들이 수행하는 국방의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하지 않는 게 제대로 된 국가인지 의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6.25때를 살고 있는 듯하다.

특히 '88만원 세대'에게 약 2년간의 군복무를 무상노동으로 한다는 것은 심각한 경제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우리가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적인 이유가 된다. 2012년도 최저임금이 시간급 4580원이고, 하루 8시간 근무를 한다쳐도 군복무기간 동안 약 2000만원을 벌 수 있으며, 이 정도의 금액이면 학자금 대출이나 집세 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저당 잡힐 필요까지는 없다.

실제로 군복무 기간 동안 돈을 많이 번 제대군인들을 보면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이툰 부대로 이라크에 파병 갔다 온 친구들이나 학사장교를 통해 3년간 군복무를 한 친구들은 1000~3000만 원 정도를 저축해 돌아왔고, 이 돈을 통해 어학연수나 해외유학 등에 나서는 사례를 많이 봤다. 이미 고전적인 사례지만 산업체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해도 사병월급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대체복무를 하며,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전공과 특기, 적성을 살리기도 한다.

이렇게 국방의무의 수행과정에서 겪는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가난한 젊은이들을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런데 국가는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며 즐기기까지 했다. 돈이 부족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부사관이나 유급지원병으로 복무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전했다. 돈 많고 빽 있는 집 아들은 면제되고, 입대해도 편하게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무청은 치사하고 옹졸하게 군인을 선발하고 있다.

▲ 혹한기 훈련 중인 육군. ⓒ뉴시스(51사단 제공)

10년 간에 걸친 고민과 실천들

2012년 이면 내가 군 입영 신체검사를 받은 지 딱 10년째다. 군대를 5번이나 다녀오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병역미필자다. 군부독재에 의해 수 십 년간 지배당해 군사주의 문화가 뿌리박힌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군대'다. 이러한 곳에서 병역미필자는 여성과 장애인처럼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취업공고란을 보면 남자의 경우 군필자 또는 면제자 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마치 병무청 징병요원인 듯, 나에게 왜 군대에 빨리 가지 않느냐고 질문을 가장한 독촉을 해왔다.

처음에 나는 군대에 다녀오고 나면 대학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결국에는 졸업을 하지 못할까봐, 그나마 조금이라도 등록금이 낮을 때 빨리 졸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적중했다. 그런데 대학을 다니던 중 군대, 그리고 생명과 평화와 관련해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러한 일에 나도 일정 부분 동참을 하게 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으며, 깊어져만 갔다.

9.11 테러와 그에 이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공격, 이에 동참하는 한국군의 파병, 주한미군의 재배치에 따른 평택 미군기지의 확장과 이에 저항하는 대추리-도두리민들의 투쟁, 새만금 살리기를 위한 성직자들의 3보1배, 천성산 고산습지의 도롱뇽을 구하려는 지율 스님의 단식,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역에 대한 평화순례, 그리고 내가 대학 새내기였을 때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던지는 화두들을 그냥 내던져 버릴 수 는 없었다.

나는 대학생이었기에 시대가 던지는 문제의식에 대해 공부도 하고, 그에 따른 실천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과 실천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래서 결국 나는 군대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다음의 내용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양육수당 신설, 최저생계비로 사병월급 현실화, 사회복무제로의 완벽한 전환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에 가는 이유는 헌법에 나온 국방의 의무를 병역법에 따라서 시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행위에 대한 설명일 뿐이지, 그 본질적 사유는 아니다. 국방이란 내가 속한 정치공동체(영토·주권·시민으로 구성된 국가)를 외부의 위협으로 방어하기 위한 시민의 의무로서 주로 군사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인은 국가의 노예가 아닌, 군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그 시민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를 함께 고민해보자. 우선 매년 입대하고 있는 수 십 만 명의 현역병 중 극소수에 불과한 유자녀 기혼자의 생계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수당을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의 사병월급으로는 기혼자 현역병 가정의 생계문제 해결은 절대 불가능하다. 또 사병월급을 국가가 인정하는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현실화해볼 필요도 있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의 의무라는 명목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불쌍한 청년세대들을 너무 값싸게 부려먹기만 하는 것 같다.

나아가서 단순히 병역으로만 한정되어 있는 국방의 개념을 현실적인 맥락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확대해볼 수 있지 않나. 이미 공익근무요원·산업체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이 수행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와 연계하여 보건·환경·사회복지·농업 등 다양하고 폭넓은 방향으로 확대하고,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자발적인 선택의 기회를 널리 부여하는 사회복무제로의 완벽한 전환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이 점에서 독일 녹색당이 1980년대부터 주장한 평화정책인 '사회적 방어'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오스트레일리아 울런공 대학의 브라이언 마틴(Brian Martin)에 따르면, 사회적 방어는 군사적 방어에 대한 비폭력적 대안 개념으로 군사적 침략 또는 정치적 억압에 대항하기 위한 사회 공동의 비폭력 저항을 일컫는다. 이를 위해 보이콧, 불복종, 파업, 시위, 대안 공동체 건설 등 광범위한 저항과 설득, 비협조, 개입 방식을 동원한다.(정용욱, <'군사적 방어'가 아닌 '사회적 방어'>, 2005년.(미간행))

물론 현역병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 사병월급 현실화, 사회복무제로의 전환을 실행하기에 앞서 현 정부 들어 중단된 군 복무기간 단축도 원상복귀부터 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것들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시민이 국가를 지킬 때, 국가가 시민을 지켜줘야 하는 것은 공화국의 기본원리가 아닌가. 또 시민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가를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와 국방의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6.25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의 관리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들이 댈 테고, 최후에는 예산타령을 할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모욕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토생태(영토)를 파괴하는데 22조원 +α를 쏟아 붇고 있다. 또한 외적의 방어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부유한 자들의 재산일 텐데, 현 정부는 그들에게는 세금감면까지 해줬다. 온갖 문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였고, 건설의 필요성에도 의문인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돈 타령은 집어치우라고 하자. 국토생태파괴를 멈추고, 국방으로 혜택을 입는 자들에게 방어세를 징수하며, 쓸데없는 군비증강사업들을 없애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군인도 시민이고, 시민으로서 대우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정책은 대상자가 같은 청년대책과 동일한 사회적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에 가장 적합한 정당은 '사회적 방어'라는 평화정책을 옹호하고, '탈핵, 탈토건, 탈성장'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녹색당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