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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심은 씨앗이 학교와 거리에서 꽃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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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심은 씨앗이 학교와 거리에서 꽃피길 바랍니다"

[인권오름] "차별 없는 학교, 사회를 위한 학생인권조례 실행"

"차별 없는 학교, 폭력 없는 학교! 서울학생인권조례 서명으로 만들어주세요!"

아직까지도 선전전에 나가면 무조건 튀어나오는 문장이다.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을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건만, 그 긴 기간 동안 습관이 되어버린 문장들은 아직까지도 내 입가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내게 습관이 되어버린 이 문장을 나는 시의회 앞에서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시의회에서 한참을 마음 졸이며 통과 소식을 기다리던 그때, 나는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것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많은 활동가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면서 안간힘을 쓰고 받아온 이 서명들이 과연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어떤 의미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뛰어다녔나?

민주주의. 고민이 남긴 답은 매우 간단했다. '진짜 민주주의'를 나는, 우리는 꽃 피우고 싶었다.

내리막길 민주주의와 시민 정치

정치는 국가의 주권자가 그 사회를 통치하는 행위이다.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이 정치는 특정 신분계급의 전유물이었다. 이 신분제도가 무너지면서 정치를 국민에게로 가져온 것은 세계 역사에 그리 멀지않은 과거다. 특히 신분제가 무너진 해방 이후에 여러 번 독재 암흑기에 잠식해있던 한국 정치 역사에서는 더더욱 오래되지 않은 근래의 사건이다. 이러한 오래되지 않은 사건을 통해 얻어낸 것이 바로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것,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에서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다. 특정 신분계급에게 몰려있던 정치를 국민으로 가져오는 민주주의를 꿈꾸었지만, 국가의 거대함과 다양함이라는 큰 현실에 부딪혔다. 이 현실의 장벽 앞에 멈추어선 민주주의에, 현실을 가미하여 장벽에서부터 구출해내는데, 여기서 탄생한 것이 '간접 민주주의'이다.

의회 정치라는 이름으로 다수라는 거대함을 소수로 압축시키고, 압축된 소수에게 정치를 쥐어줌으로써,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몰락을 가져왔다. 그 안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전제는 다수의 소수에 대한 통제와 감시였다.

그렇기에 이를 위한 많은 장치들을 체계 안에 마련해놓았지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 각종 정략 등에 의해 외면당했다. 이렇게 방치되어온 소수의 정치는 전제정치와 심적으로 다르지 않아, 정치와 국민 사이에 큰 장벽을 쌓았고, 이것이 지속되자 민주주의의 후퇴는 점점 더 가속화 되었다.

민주주의의 후퇴 속에서 다수는 2008년 촛불 이후 변화를 접하게 되고, 의회 정치의 약점과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시민정치', '거리정치'라는 또 다른 정치 방식을 끄집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다가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낯선 이것은 매우 당연히도 기초는 빈약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거리정치'가 이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고 굴러가려면 그 기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의 의미는 출발한다.

지반과 양분, 학생인권조례와 주민발의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 주된 내용은 학교 안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압축하여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학교 안에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은 시민정치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 사회구성원의 시작점인 학교와 교육에 민주주의가 꽃핌으로써,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정치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그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고, 이것은 곧바로 정치와 주체 사이의 심적 거리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시민정치의 기초는 완성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경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민정치의 기초는 이렇게 학교와 교육의 민주주의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시민정치가 살아 있을 수 있는 단단한 '지반'을 학생인권조례는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도를 만들 방법으로 택한 주민발의는 시민정치에 대한 실질적 경험을 더한다. 주민발의와 주민투표 등의 주민참여제도는 간접 민주주의라는 직접 민주주의보다 후퇴한 체계 안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남겨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간접 민주주의 안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여지를 남겨두었고, 다수가 이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매우 능동적인 정치 참여 도구라는 점에서 국민의 능동적인 정치 참여를 골자로 하는 시민정치와 그 맥락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민정치의 경험을 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제도이다. 시민이 직접 자기가 거주하는 시정에 참여하는 경험, 그 경험은 시민 정치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이 시민정치에 대한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고로 주민발의는 지금의 시민정치에 '양분'인 셈이다.

학교와 거리에서 민주주의가 피어나기를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의 의미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있는 것이다. 시민정치의 기초를 만드는 것과 시민정치에 경험을 마련하는 것, 그 두 가지가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가진 의미이다. 이 두 가지 의미의 조합은 어쩌면 처음부터 당연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두 가지 의미가 시민정치 부흥에 대한 갈망과 고민에서 비롯되었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면 말이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 조합의 성공은 더욱 아름답고 값지다. 곧 이 성공은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 씨앗을 뿌리고 거리에서 민주주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그리고 이 씨앗들은 머지않아 각자의 장소에서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면 이 사회는 마침내 민주주의의 꽃향기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이 두 가지 의미가 온전히 남아야 한다. 주민발의는 성사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학생인권조례다. 학생인권조례가 하루빨리 학교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해서 하루빨리 학교와 거리에서 민주주의 피어날 수 있도록 하자. 진정으로 이 사회가 민주주의로 가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이 글은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와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 을 찾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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