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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영남 물갈이론'에 부글부글…"발설자 문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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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영남 물갈이론'에 부글부글…"발설자 문책해야"

'쇄신 열풍'에 물러선 홍준표…주판알 튀기는 친박계

'대대적인 외부인사 영입', '고령 의원 자진 출마 포기'.

일부 현역 의원들에겐 '살생부'나 다름없는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내부 문건을 놓고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당 쇄신안 논의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로 미루며 수습에 나섰지만, 의원별·계파별 이해에 따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쇄신안을 둘러싼 자중지란은 9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또 한 번 재현됐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아예 '고의적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여의도연구소는 공천하는 곳도, 공천 기준을 만드는 곳도 아니다"라며 "보고서의 공천 얘기를 듣고 제 개인적인 생각과 너무나 달라 어이가 없었다"고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당 대표한테 질문하는데 언제 당 대표나 지도부가 여의도연구소에 공천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나?"라고 반문한 뒤 "제 기억엔 없다. 여의도연구소가 교체 질서나 소통 질서를 만드는 현상이 왜 생기는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제가 12년 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당에 처음 들어왔고, 소장을 3년6개월 동안 상당히 오래했다"면서 "문건 사건이라는 게 실무자의 실수로 유출되는 경우도 있으나 공천이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고의적으로 유출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고의적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게 만약 고의적 유출이라면 당의 공식 기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왜 이런 이상한 보고서가 나와서 이렇게 됐는지 당 대표가 조사해서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 최고위원은 "중진의원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과 지역이 공천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수도권과 충청, 영남 지역의 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물갈이론에 거듭 반대 입장을 표했다.

친박계 4선의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구을)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영남 의원 50% 물갈이론'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신한국당 이래 총선이 가까이 오면 늘 해괴망칙한 논리가 한나라당을 지배했는데 소위 '영남 물갈이론'이란 망령"이라며 "특정 지역을 거론해서 대단히 죄송하지만 수도권의 경우가 여야가 아슬아슬하게 맞서는 경합지구다. 여기에 참신하고 신망받는 인사를 공천해야지, 비교적 안정적인 영남지역을 많이 갈아본들 당선은 마찬가지인데 한나라당에 무슨 이익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의 지지를 업어서 공짜로 당선됐느냐"며 "여기에도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여의도연구소의 '고령 의원 자진 출마 포기' 전략에 대해서도 "한 번 대비해보자. 민주당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57.7세고, 한나라당이 여기보다 1.5세 평균 연령이 낮다. 30~40대 국회의원도 한나라당이 32명이고 민주당이 12명이다. 연령상 한나라당이 훨씬 젊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나라당을 늙은 정당으로 보나. 바로 (국회의원 연령이 아닌) 정책에 원인이 있는 것"라고 주장했다.

물러선 홍준표 "대통령 만나 청와대 변화 협의할 것"

이날 회의에선 쇄신안을 두고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수도권 소장파 의원 중심의 쇄신 모임은 전격적인 당청 개혁론의 수위를 높이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쇄신파 의원 25명 중 14명은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이후 행보를 논의했다.

특히 이들은 이날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당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쇄신파 정태근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지도부의 사과를 기대하고, 또 사과할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라도 적극적인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들의 압박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쇄신 의총에서 나온 말들을 전부 수렴해 정부나 청와대가 변할 일은 대통령과 만나서 협의하겠다"며 사실상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한편 친박계의 움직임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쇄신파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여 들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손을 들어줬지만, 이들이 제기한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선 "순서가 잘못됐다"며 선을 그은 것.

'국정기조 변화'와 '당의 쇄신'은 수용하지만, 물갈이론엔 동조할 수 없다는 말로 이는 친박계가 대다수인 영남지역 고령의 다선 의원들의 이해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특히 친박계 다선 의원들은 여연의 '고령의원 물갈이'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향후 친박계-쇄신파의 연합 전선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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