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방사선이 검측된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의 아스팔트 도로에 대해 "인근 주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해 환경단체 등으로 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사능 아스팔트'에 관한 이번 발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출범 후 사실상 첫 업무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원자력위원회는 원자력 찬성론자인 강찬순 위원장 등 '독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환경단체는 "위원회는 출범 이후 첫 안전사고인 이번 문제에서 어떤 신뢰성있는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전하다'는 원자력 안전위, 그러나 방사능에 '안전한 양'이란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현장 정밀 조사 결과, 월계2동 주택가 및 학교 주변 도로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은 0.51~0.69밀리시버트(mSv)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는 "이는 자연 상태에서 일반인이 받는 연간 평균 방사선량(3mSv)의 6분의 1~4분의 1 수준이며, 원자력안전법에서 정한 연간 방사선 허용량(1mSv)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은 "원자력위원회는 10년 이상 주택가와 통학로에서 고농도 방사능에 일상적으로 노출됐던 학생들에 대해 '매일 1시간'이라는 자의적 기준을 들이대고 '안전에 문제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국제방사능보호위원회(ICRP)는 '방사능에 관한 한 안전한 양이란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면서 "방사능 노출에 관한 안전한 기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정하고 있는 일반인 연간 피폭허용치 1밀리시버트는 1만 명 당 1명 꼴로 암을 유발할 수치"라며 "그래서 미국은 0.25밀리시버트, 독일 0.3밀리시버트로 기준을 낮춰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사선량 기준치를 정해 놓고도 자연 방사능과 비교하는 것 역시 고의적 은폐"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원자력안전위가 △2000년 시공 당시 더 많은 농도의 방사성물질이 섞였을 가능성 △아스팔트가 마모되어 먼지로 날려 인체에 '내부 피폭'될 가능성 △어린이와 임산부 같은 방사능 피폭 취약자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스팔트서 세슘137 검출…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
한편 방사선이 검측된 아스팔트에는 방사능 물질 세슘(Cs-137)이 도로 포장 재료(아스콘)에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슘의 농도는 1.82~35.4 베크렐(Bq)/g로 원자력안전법상의 최소 농도 10Bq/g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해당 지역 도로 아스콘 가운데 세슘 농도 기준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은 "세슘137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방사능 핵종으로 이러한 인공 핵종이 아스팔트 재료에 섞여 주택가 도로에 쓰여진 것은 핵연료 순환 과정에서 생성되어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며 "외부로 유출되서는 안되는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사성 폐기물을 외부로 유출한 원인자를 찾아내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폐기물이 유출된데 책임을 지고 원인규명에 앞장서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방사능 오염 문제를 회피하고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직접 방사능 오염 원인 규명과 지역 주민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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