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요구' 직면 한나라, "혁신할 거냐, 혁명당할 거냐"

내홍 휩싸인 한나라…"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선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한나라당이 패배의 충격과 함께 내홍에 휩싸인 분위기다. 벌써부터 당 일각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됐고, "스스로 혁신할 것이냐, 혁명 당할 것이냐"(남경필 최고위원)는 위기감도 그대로 표출됐다.

선거 하루 뒤인 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선거의 패배를 따른 당의 '전면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자기 희생"을 수차례 강조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누가 누구를 탓하는 책임론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면서도 "현상 유지를 전제로, 자기 희생과 자기 변화엔 진통이 크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을 벌려고 할 때 민심은 더 멀어지고 총선과 대선에선 수권 정당의 마지막 비상등이 켜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검증'이라고 주장해온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해서도 "상대 비방이나 시대착오적 이념 규정이 젊은 세대에게 구정치의 전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자성해야 한다"며 '박원순은 종북주의자'라고 규정했던 홍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남경필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선거"

소장파 남경필 최고위원은 아예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선거"라고 못 박았다. 남 최고위원은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촉발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갈등을 양산하는 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유권자가) 심판을 했다는 판단"이라며 "정치권이 놓여있는 상황은 혁명 당할 것이냐, 혁신할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당연히 변화해야 하고 변화의 폭과 깊이는 근본적이어야 한다"며 "그런 자세로 혁신하지 않아면 혁명당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또 '과도한 제재'라는 논란을 낳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에 대해서도 "유명인의 투표 독려과 인증샷은 선거법 위반이란 조치와 규정들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젊은층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당이 앞장서 듣고 소통하는 노력을 할 때 대책과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석달 반이 넘었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번 재보궐 선거 때문에 그동안 지도부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처절히 반성하고 당의 변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무승부"라던 홍준표 "디지털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날 것"

선거 결과가 '참패'라는 최고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홍준표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이 한나라당에 희망과 애정의 회초리를 함께 주신 그런 선거"라며 "부족한 부분은 더욱 보완하고 쇄신해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홍 대표는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며 친이계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에 미리부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홍 대표는 "지도부 출범 이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관계로 당 개혁에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당 개혁과 수도권 대책에 적극 노력하겠고, 20~30대에 다가가는 정책과 소통을 만들어 그 분들의 마음을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28일 본회의 처리 시점으로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선거에서 패한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 여러분 모두 한마음으로 애써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에겐 고맙다는 말 안 하느냐"고 농을 던지자, 나 최고위원은 다소 당황한 기색으로 "박근혜 전 대표도 애 많이 써주시고 당이 한 마음이 되어 주셔서 감사 드린다"는 말은 남긴 채 휴식을 위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