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의 '1억 원대 피부클리닉 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정작 나 후보 측의 해명은 수차례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나 후보는 청담동 피부클리닉 출입을 처음 보도한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바쁜 정치 일정상 피곤하거나 피부가 많이 상했을 때 찾아가서 클리닉을 주로 받곤 했다"며 "앞으로 시장이 된다면 피부관리 클리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건강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 이야기는 없었다.
'호화 피부클리닉 출입'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나 후보 측은 20일 밤 논평을 통해 "가족 가운데 이 병원의 진료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어 병원을 소개 받게 되었으며, 나 후보가 업무의 과다로 극심한 심신피로가 있을 때 치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 클리닉이 연회원만 받는다는 <시사인> 보도와는 달리 "치료를 받을 때마다 병원비를 내는 식이었지만 보도된 것처럼 시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엄청난 금액과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21일 <한겨레>가 "나 후보는 1년 계약으로 500~1000만 원 사이의 돈을 받았다"는 D클리닉 원장의 말을 전하며 나 후보의 계약 기간이 1년이라고 보도하자, 나 후보 측은 이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면서도 전날과는 조금 다른 해명을 내놓는다.
선대위의 이두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비용은 35~40회에 500~600만 원 정도였고, 나 후보는 지난 2월부터 딸과 함께 10차례 정도를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진료를 받을 때마다 '건별'로 진료비를 냈다는 전날의 해명과 달라진 것이다.
이런 '오락가락 해명'에 대해 이두아 대변인은 "(나 후보가) 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했다"며 "딸을 보호하기 위한 어머니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했고, 안형환 대변인 역시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의 엄마로서 갔다가 같이 관리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선대위는 논평을 통해 일부 언론의 보도가 "범죄"나 다름없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1억 원짜리 피부샵 다닌 걸 숨기려고 장애인 딸까지 활용하는 것은 나쁜 태도"라며 "그렇게 말하면 본인 지역구인 중구엔 피부샵이 없나. 왜 자기 지역구에 있는 피부샵에 안 가고 강남까지 갔나. 그렇게 변명하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함께 라디오에 출연한 나경원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은 "청담동 의사 선생님이 본래 내과가 전문이었기 때문에 딸의 치료를 본래부터 많이 해 왔던 분"이라며 "딸을 팔았다는 것은 후보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우 대변인은 "처음에 나 후보는 '실비로 자기가 받았다', 자기가 받았다고 인정했다"며 "그럼 나 후보가 가서 피부관리 한 적이 한 번도 없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고, 이에 안 대변인은 "(나 후보도) 피부관리 한 적이 있다"면서도 "처음에 그런 답변이 나온 것은 딸을 핑계 댄다고 할까봐 딸 얘기를 하기 싫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이 자기 일을 가족 내세워 변명하는 것, 가장 실망스럽다"며 "가족을 함부로 공격해선 안되고, 변명의 도구로 쉽게 써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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