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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경원의 '생활', 박원순의 '변화'…승자는?

[서울시장 후보 정책검증①] 羅 '세심함', 朴 '따뜻함'으로 승부수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발끈'했다.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부친의 사학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책 질문은 안 하느냐"고 사회자에게 따져 물은 것. 이는 사실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정치적 공방만 넘쳐나고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각 후보 정책을 총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첫 회는 두 후보 모두 전면에 내세운 '변화'의 내용, 그에 따른 주요 정책을 개괄적으로 훑어봤다. <편집자>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과 박원순 범야권 단일 후보. ⓒ뉴시스

■ 변화 : 羅 "전임 시장 발전적 계승", 朴 "10년 시정 심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가 가장 선두에 내세운 것은 '변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임 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그러나 '변화'의 내용은 다르다. 나 후보의 경우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적극 지지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전임 시장의 시정에 대한 '발전적 계승'을, 박 후보는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10년 시정에 대한 '심판론'을 펼치고 있다.

나경원 후보의 경우 "개발중심 도시계획에서 생활중심 도시계획으로 전환하겠다", "전시성 사업, 행사성 사업 예산을 줄이겠다"며 초반부터 오 전 시장과의 선 긋기에 나섰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명박, 오세훈 두 전임시장의 모든 행정을 전시성 콘크리트 행정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11일 <한국방송> 토론회)"는 입장이다.

공약에 있어서도 오 전 시장의 주력사업인 한강르네상스 사업, 서해뱃길 사업에 대한 일부 재검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차별화'는 몇몇 토목 사업에만 그칠 뿐 비(非)강남권 표심 공략을 위해 내놓은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의 공약은 오 전 시장의 주택정책을 계승한 '제2의 뉴타운' 사업이란 비판이 나온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지난 10년의 시정을 '콘크리트 시정', 자신이 해나갈 시정을 '인간 중심의 시정'으로 대비시키며 지난 한나라당 10년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단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한강의 친환경적 복원을 주장했고,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전면 무상급식과 등록금 인하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전략 : '심판론' 활용 못한 박원순, '네거티브'로 치고 나온 나경원

사실 정권의 중간평가 격인 재보궐선거의 테마는 전통적으로 '심판론'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야권은 선거판의 중심에 심판론을 내걸려하고, 여권은 비켜가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치러진 6번의 재보선에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한나라당이 번번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재보궐선거의 판세에도 여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여권이 먼저 치고 나왔다. '후보 검증'이란 이름의 네거티브 선거전부터 점화한 것이다. 대통령 사저와 측근 비리에 대한 민심은 들끓었지만, 박 후보가 이 부분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점차 '별개의 사안'으로 비춰졌다. 야권단일화 후보 선출 직후부터 "네거티브는 않겠다"던 박 후보의 '소신'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한나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공세는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박 후보를 이르러 "길거리 선동세력의 가짜 변화"라고 공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 후보 역시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선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선 전혀 '변화'하지 않은 모습을 스스로 내보인 셈이다.

■ 복지: 너도나도 '복지', 각론에선 羅 '선별' VS 朴 '보편'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태생' 자체가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있는 만큼, 복지 문제 역시 선거판을 지배하는 핵심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강국 도약) 공약, 한나라당이 전면에 내세운 '뉴타운 공약' 등 성장·개발 담론이 지배했던 과거의 선거와 비교할 때 커다란 변화다.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7년 대선·2008년 총선과 달리, 민주당이 승리한 지난 지방선거 이후 복지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핵심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이를 의식한 듯, 두 후보 모두 '개발'에서 '복지'로 선거의 중심을 옮겨가며 수많은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후보가 발표한 12건의 정책 중 6건이 복지 관련 공약이며, 박원순 후보 역시 10대 공약 중 4개를 복지 공약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선 차이가 있다.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후보는 양화대교 공사 예산을 복지 예산으로 돌리겠다며 '전면 무상급식' 추진을 내걸은 반면, 나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지만 시의회와 협의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대신 "무상급식 도입으로 급식의 질이 많이 낮아졌다"며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먹이는 데 애쓰겠다"(7일 TV토론회)고 말했다.

나 후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했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행사에 참여해 아예 "여러분이 바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했던 소득차등 없는 무상급식 확대가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성전(聖戰)'으로 추켜세웠던 '소신'과 '대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시설 증설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두 후보 모두 주력하는 보육 분야에 있어선 나 후보가 영아 전용 국공립어린이집 100개를 포함해 250개의 공공보육시설을 추가하겠다고 밝혔고, 박 후보도 "국공립보육시설을 동별로 2개 이상 확보하겠다"며 287개 신설을 밝히는 등 대동소이했다.

'복지 최저 기준선'을 마련해 지역별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 역시 두 후보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 후보는 '생활복지 기준선'을 마련해 '강남정당' 이미지 벗기에 나섰고, 박 후보 역시 이와 비슷한 '서울시민생활 최저선' 기준을 마련해 재정이 취약한 자치구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

■ 나경원의 '생활특별시' VS 박원순의 '새로운 서울', 승자는?

이번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는 '생활특별시'를, 박원순 후보는 '새로운 서울'을 내걸고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여성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여성 유권자 공략에 나선 나 후보가 "보도블록에 여성들의 하이힐이 끼지 않도록 작은 것부터 신경 쓰겠다(7일 TV토론회)"며 '세심한 시정'을 내세운 것이 상징적이다.

나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도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세심하고 부드러운 힘으로 서울을 변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사학재단을 소유한 부친, 40억 원 대의 재산,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판사 생활-한나라당 재선 의원까지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자신의 차가운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선거 전략인 셈이다.

한편 박원순 후보가 내세운 '새로운 서울'은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차가움에 대비되는 '따뜻한 시정'이다. 지난 11일 TV토론에서 나 후보가 "도시경쟁력 9위인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 후보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에 많은 돈을 쓰는 것보단 오히려 종로2가 피맛골을 철거하지 않고 놔두는 게 서울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응수한 것이 두 후보의 철학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이제까지 서울시장의 일은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것이었지만, 앞으로 서울시정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바꾸는 10년이 될 것"이라며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민의 시대를 열자"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박 후보가 공략하는 것은 기성 정치권과 대비되는 '새로운 바람'이다. 나 후보 측의 공격을 '네거티브 공세'로 규정, '구태 정치'와 '새 정치'를 대비시키는 것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나경원의 '생활'과 박원순의 '변화'. 신뢰와 심판의 두 축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후보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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