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07년 9월9일,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이다. 당시 나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노무현 타운'이라고 빗대며 맹렬히 비판했다. 4년 후인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극비리에 추진한 '메가톤급 사저'를 두고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연이은 '악재'에 고심하고 있다. 신지호 대변인의 '음주 방송'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극비리에 추진해온 호화 사저가 언론에 폭로된 것. 과거 나 후보는 대변인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를 '노무현 타운'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盧 사저 '노무현 타운'이라 비판했던 나경원, 'MB 아방궁'엔 침묵?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연이은 '악재'에 고심하고 있다.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신지호 의원의 '음주 방송' 파문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내곡동 사저 공사를 극비리에 추진해온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나 후보의 과거 행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나 후보는 2007년 9월 <위클리조선>이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가 역대 대통령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하자 논평을 통해 "노무현 마을 내지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며 "후보 시절부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고 비난했다.
2008년 1월 정부 예산을 들여 봉하마을 주변을 개보수한다는 보도에도 나 후보가 나섰다. 그는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세금을 주머니돈 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며 "노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봉하마을 주변의 웰빙숲 조성 사업과 생태하천 사업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봉하재단 측이 "웰빙숲 사업은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사저와 상관없이 3년간 추진해온 것이고, 화포천 생태하천 가꾸기 사업 역시 환경부에서 추진한 것으로 사저와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아방궁'이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은 계속됐다.
당시 청와대가 밝힌 봉하마을 사저 부지매입비와 공사비·설계비는 모두 합해 12억 원 가량.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서초구 내곡동의 사저 부지를 구입하는 데만 11억2000만 원을 썼고, 경호시설 부지 매입까지 합하면 54억 원에 이른다.
경호시설 비용 차이도 엄청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경호시설은 1157㎡으로 매입가격은 2억5900만 원인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 조성 중인 경호시설 부지 면적은 2143㎡에 매입 가격은 42억8000만 원에 이른다. 부지 매입비만 16.5배 남짓 차이가 나는 것.
▲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경호시설 부지 매입비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에 15.5배에 달한다. ⓒ연합뉴스 |
그러나 이 대통령의 '메가톤급 아방궁'에는 한나라당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다.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 누구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날 오전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나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나경원 후보의 논평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나 후보를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2007년 9월9일과 2008년 1월28일,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나경원 후보의 논평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며 당시 나 후보의 논평을 빗대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뭐든 다 해봐서 없이 사는 서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하시던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준표 대표를 겨냥해 "봉하 사저의 15배인 내곡동의 '울트라 아방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며 "홍 대표는 2008년 10월14일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봉하마을 현장 조사를 지시했는데, 즉각 내곡동 현장조사도 지시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신지호 음주' 어물쩍 넘어간 나경원, '옥매트 차떼기'는 어떻게?
최근 폭로된 한나라당의 '옥매트 차떼기' 사건 역시 나 후보가 떠안은 짐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의 옥매트 횡령 의혹과 관련, 민주당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나 후보가 장애인체육회 이사를 맡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
당장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나경원 의원까지 포함한 이사회를 열어 윤석용 회장을 즉각 직무정지 시켜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윤 의원의 체육회 직원 폭행 사건까지 드러나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다가올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나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터진 '장애아 알몸 목욕' 논란에 침묵하고 신지호 대변인의 '음주 방송'을 부대변인의 사과 논평으로 '어물쩍' 넘어간 나 후보 측이 연이어 터진 두 가지 '악재'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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