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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던 손님이 뚝! "건장한 젊은이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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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던 손님이 뚝! "건장한 젊은이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현장] '마리'는 타결, 하지만 명동 2·4구역 세입자 문제는?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30분. 명동 일대에서 일하던 사무직 직원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인근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인기 있는 식당의 경우, 문밖으로까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유독 향린교회에서 명동성당으로 가는 골목길 식당만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뭣 때문에 그러겠어요? 이게 다 저놈의 용역들 때문이죠. 억장이 무너져요. 저렇게 막무가내로 막고 있으니 누가 무서워서 오겠어요."

명동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자(가명) 씨는 한숨을 쉬며 손 사레를 쳤다. 박 씨의 식당이 연결된 골목길을 언제부턴가 용역이 막고 있으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

박 씨는 "덩치도 우람하고 팔에 문신을 한 20대 젊은이들이 이쪽 골목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오지 못하게 하는데 어느 간 큰 손님이 오려 하겠냐"며 혀를 끌끌 찼다. 박 씨의 식당 하루 매상은 이 때문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실제 박 씨가 운영하는 식당 골목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20대 건장한 젊은이 2~3명이 의자에 앉아 시민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골목길로 갈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행인이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40대의 남성 행인은 "당신이 전세 낸 땅도 아닌데 왜 사람 가는 길을 막느냐"며 "길을 비켜라"라고 강하게 항의를 하자, 용역 직원은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라"고 윽박 질렸다.

▲ 용역 직원이 길을 막고 통행을 저지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명동의 눈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명동 세입자의 눈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동 마리'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명동 내 재개발 분쟁은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 3구역, 즉 '명동 마리'와는 별도로 명동 2·4구역 세입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2·4구역에서는 용역·세입자 사이의 충돌이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 중심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은 명동성당뿐만 아니라 명동 인근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그간 논란이 됐던 명동성당 맞은편 을지로2가 161번지 일대 명동3구역(2797㎡)에는 지하 6층~지상 25층, 전체면적 4만1200㎡의 업무용 건물이 들어선다.

명동성당 인근 도시환경정비구역 내 중앙극장 터를 중심으로 한 명동4구역(2959㎡)에는 용적률 1200%가 적용돼 지하 7층~지상 24층, 전체면적 5만3000㎡ 규모의 금융센터가 들어선다. 반면 2구역의 경우 아직 사업계획과 시행사가 확정되지 않았다. 명동4구역은 시행사가 있지만, 아직 재개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명동3구역 시행사 (주)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이 2·4구역의 시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이미 2·4구역 건물을 대부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들은 3구역이 정리되면 2·4구역도 철거를 하려고 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세입자들은 3구역 건물의 철거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명동 마리가 타결한 다음날인 지난 9일 새벽 4시 30분께는 철거 용역 직원이 3구역 건물을 철거하러 오자 2·4구역 세입자는 이를 막으며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 충돌로 세입자 3명이 병원에 실려 가고 세입자 차량이 용역 직원에 의해 유리창이 깨지고 지붕 등이 찌그러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정자 씨도 이때 용역 직원에게 밀려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이 사고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프레시안(허환주)

반복되는 재개발 속 세입자의 눈물

이날 충돌 이후 용역 직원은 명동성당에서 명동2·4구역으로 들어오는 길을 제외하고 나머지 명동 2·4가로 들어오는 길을 막고 행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명동3구역 건물을 철거 중이라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자신들의 상권을 죽이려고 일부러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명동3구역 철거현장은 4구역 상가와 불과 1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명동 2·4구역 세입자 26명으로 구성된 명동구역 세입자 대책위원회 이근혜 위원장은 "철거 과정에서 펜스 설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선 안전상의 문제라며 용역 직원이 세입자 차량 검문검색을 일삼고 있다"며 "또한 행인에게 위험하다며 통행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구청을 방문했지만, 중구청 관계자는 이렇게 길을 막는 용역 직원을 '공사장 안내요원'이라고 설명했다"며 "중구청은 용역 직원이 상권을 죽이는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자 씨는 "용역은 이곳 상권을 죽여서 우리가 결국 제 발로 떠나기를 바라는 듯하다"며 "하지만 10년 넘게 이곳에서 상권을 이루면서 살아왔는데, 이곳을 나가 어디에서 다시 장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 마리'가 해결됐다고 언론에서는 명동 재개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지만 재개발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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