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8대 국회에 들어서만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국회 윤리특위에 제기된 징계안은 모두 56건이나 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징계안이 가결된 경우는 오늘 제명안 부결로 국민들의 비난이 두려웠던 국회의원들이 면피용으로 강용석 의원에 대해 내린 국회 출석 정지 한 달이 유일하다. 특히 여성을 비하하고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던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국회는 늘 관대했다. "유흥업소에서 자연산을 찾는다"며 여성비하 발언을 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징계안은 여섯달을 끌다 결국 여야 합의로 철회됐고,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은 끝까지 의원직을 유지했다.
▲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그리고, 지난해 7월 대학생 토론회에 참석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여자는 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 등의 성희롱적 여성비하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10개월이 지난 지난 5월30일에야 국회 윤리심사특별위원회를 통과했고, 한 달이 지난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강 의원 제명안을 상정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8월 31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은 국회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로 부결되어 강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국회의원들은 어떤 잘못을 해도 국회 자체 '정화' 과정을 통해서 국회의원직을 뺏기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국회의 부끄러운 전통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김형오 '성경 모독'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이날 강용석 의원 제명안 표결 과정에서 강 의원을 적극 변호한 것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강용석 의원을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하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구정을 인용한 뒤 강 의원을 제명하지 말 것을 호소해 제명안 부결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경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는 현장에서 간음하다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잡혀 예수께 끌려온 여인이다. 마침 예수에 대한 비난 거리를 찾고 있던 유대인 지도자들은 이 여인을 이용해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유대인의 율법에 기록된 간음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는 명령을 들먹이며 예수께 "당신은 어떻게 말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대답하셨다. 예수가 이렇게 대답하신 이유는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유대인 지도자들의 잘못된 계획과 의도에 대해 그들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성경에서 예수는 공의를 중요한 가치로 가르치고 있다. 잘못에 대해 무작정 덮으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성경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아나니아와 삽비라라는 부부는 하나님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이유로 현장에서 죽임을 당했다. 성경 전체에 흐르는 가르침의 중요한 핵심중 하나는 공평과 정의다. 공평과 정의가 흐르는 세상이 성경이 가르치는 중요한 핵심 중 하나라는 말이다.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성경의 이러한 가르침은 무시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해 상식 이하의 성희롱적 여성비하 발언으로 온 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된 강용석 의원의 의원직을 지켜주기 위해 왜곡해서 사용했다. 이는 성경과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모독이다. 성경을 잘못과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해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강용석 비호한 의원들, '국민 무시' 선거에서 심판해야
앞으로 몇 달 더 의원직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길래 국민들의 철저한 심판을 받아 사실상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인 강용석 의원을 성경구절까지 들먹여 가면서 보호하려고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이번 강용석 의원 제명안 처리 과정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들과 강용석 의원 보호에 적극 나선 김형오 의원은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비난은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국민의 대표들로서 강용석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반대표를 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요, 국민들의 심판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이제 국민들이 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다.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지 않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어떤 댓가를 치루는지 투표로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 다시는 이처럼 국민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발을 못 붙이도록 선거를 통해 몰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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