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007년에 발표한 자살자 수는 1만2174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 24.8명. 이것만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같은 해 자살자 수를 1만3407명, 인구 10만 명에 27.3명으로 집계했다.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것.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살 통계 차이에 주목했다.
백 의원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이 집계한 자살자 숫자는 경찰청의 통계(국가승인통계)에 비해 지난 10년간 매년 1233명~5344명이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00년, 2001년에는 경찰청 통계에 따른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숫자는 26.7명(2000년)과 27.4명(2001)으로 통계청이 추산한 14.6명(2000년), 15.5(2001년)명에 비해 무려 182.6%, 177.1%가 많았다.
이러한 차이는 경찰청 통계가 검찰의 지휘하에 경찰이 직접 수사해서 나온데 비해 통계청은 자살자 유족이 자의적으로 사망신고서에 신고하는 호적법에 따라 집계되기 때문이다. 즉 자살로 사망한 경우 유족들이 사망신고서의 사망원인 항목에 '자살' 대신 '병사 등'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백 의원은 이에 대해 "통계청은 주민번호가 확인되지 않거나 미신고 및 지연신고되는 경우는 당해연도 자살통계에 넣지 않고 있어 유족이 없어 신고가 안되거나 신원미상자, 노숙자의 경우는 자살하고서도 통계청의 자살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러한 통계청의 허점투성이 자살률을 근거로 2004년부터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자살 정책이 사상누각에 세워지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OECD 자살률 1위는 10년 전인 1998년(28.9명)에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된 자살통계에 따라 무대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자살의 원인을 경제정책의 실패로 추정할 수 있다"며 "최근 선진국의 자살연구는 '자살의 충동성'에 기초하는 것을 벗어나 변수를 경제, 실업율, 이혼율, 형사정책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자살률과 경제 상황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바 있나"고 반문했다.
백 의원은 또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자살사망률은 13.2명(인구 10만 명당)으로 OECD 평균에 비해 2.5배, 가장 낮은 그리스에 비해 13.2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 의원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책방향이 심각히 잘못돼 가는 증거"라며 "국가가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살 통계를 바로 잡을 것 △경제상황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연구 및 자살 방지 위한 사회적 자본 확충 △자살관리전담기구 설치 △상조회사 광고 규제 등으로 사회적 배금주의 억제 △사행 산업 규제 △학교, 종교계 등 상담 인력 보강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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