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에 대한 '포퓰리즘' 논란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번졌다. 15일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포퓰리즘 주장을 쏟아내는 야당을 한나라당이 따라가고 있다"며 등록금 정책을 추진해온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16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등록금 문제에 관해 설전이 오갔다.
소장파 '역공'…"포퓰리즘 비판, 쇄신 흐름 저해 말라"
소장파의 '반격'은 당내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 소속 황영철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이기도 한 그는 "비대위원이지만 비대위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요즘 비대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뗀 뒤, "등록금 인하라는 국민적 화두를 '준비되지 않은 정책',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쇄신과 변화의 흐름을 저해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많은 대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봤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는 포퓰리즘도, '표(票)퓰리즘'도 아닌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절실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이란 비판으로 변화의 흐름을 저해하지 않았나"라고 작심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줄곧 황 원내대표의 등록금 인하 움직임을 비판해왔던 정의화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것.
정 위원장은 지난 13일에도 "(등록금 인하 방안은) 집권 여당답게 당·정·청 조율 뒤에 발표했어야 했다. 반값 등록금 화두만 던졌다는 비판에 한나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황우여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었다.
황 의원은 이어 "등록금 인하는 쇄신의 출발"이라며 "이 정책이 재정 여건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는 안이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하며, 포퓰리즘이란 비난은 지양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의 '작심 발언'에 친이계 나성린 의원은 "등록금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국가 재정은 제한돼 있고, 그 제한된 재정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써야하는지는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남는 재정을 죄다 등록금에 쓰자는 건데, 우리 당은 여기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대학생들이 즉각적으로 표가 된다고 하니까 너무 거기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민본21' 소속 김선동 의원은 "등록금 문제를 (당내에서는) 총론적으로 포퓰리즘이다, 아니다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있다"면서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이를 바로잡으려 하듯이, 비싼 등록금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황 의원을 거들었다.
이런 공방에 박영아 의원까지 가세하며 논쟁이 길어지자,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을 의식한 듯 "공개할 부분만 이야기하자. 비대위 회의 자리에서 정책 얘기를 길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서둘러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틀 연속 계속된 한나라 '집안 싸움'…쇄신파 "공개석상에서 끝장토론 하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민본 21'의 정례모임에서도 당내 등록금 정책 반대 기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권영진 의원은 "등록금 논의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어서 걱정"이라며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전인 15일 정몽준 전 대표가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은 '망국노'"라며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맹비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놓고 김성식 의원은 "'망국노'를 말하는 정치인은 국민의 눈물을 어떻게 닦으려고 하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고, 현기환 의원 역시 정몽준 전 대표를 겨냥한 듯, 농담조로 "몇조원 내놓으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김성태 의원 역시 "한나라당에서 사라져야 하는 보신주의 세력들이 서민을 향한 노력을 포퓰리즘으로 몰고 가면서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공개석상에서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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