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졌듯 <조선일보>의 소송건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 오래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 2009년 2월의 일이니 벌써 2년 전에 끝난 논란인 셈이다. 추정하건대 라디오본부 간부들이 이 문제를 이유로 든 것은 둘 중 하나일 듯 싶다. '대(大) 조선일보' 혹은 '이승복 어린이 반공 신화'에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 '응징'해 마땅하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었거나 혹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둘러댄 '핑계'이거나.
'<프레시안>에 기고를 한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진행자를 교체하는 공식 이유로 엄존하는 다른 매체를 꼽는 '오만함'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방송에서 이러저러한 실수가 있었다"거나 "방송 내용에 편향성이 있다"고 지적하지 못한 채 <프레시안> 탓을 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거니와, 이런 이유를 뻔뻔하게 밝힐 수 있을 만큼 오늘의 MBC는 엉망인 것인가?
이 발언을 한 당사자는 <프레시안>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어느 매체에 기고한다'는 황당한 기준을 문제로 삼으려면 이미 MBC 라디오에는 걸러질 여러 출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경우 <한겨레>에 기고할 뿐더러 웹방송국 '하니티브이'에서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어준 총수에게는 프로그램을 새로 맡기면서 김종배 씨의 출연에는 문제를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최근 MBC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시사 주제로는 이야기하지 말라"며 '깨알같은' 금지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금요일마다 '다 상담'이라는 코너에 매주 출연하기로 했던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지역갈등, 지역차별 이야기를 하면서 신공항, 종부세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출연 2주만에 잘렸고 코너는 없어졌다. 이 역시 '막나가는' MBC의 현실이다.)
이들이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들은 김종배 씨는 언론에 기고했다는 것만으로 교체하면서 한나라당, 즉 특정 정파의 선거 유세에 참여했던 김흥국 씨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거나 "직접 지지하는 말을 했는지 알아보라"며 감쌌다고 한다. '신뢰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운운의 어이없음은 잘 드러난다.
▲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MBC |
MBC 라디오본부 간부들이 원하는 '목표'는 다른데 있다고 본다. 지난해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김미화 씨 교체설이 팽배할 때 라디오 PD들은 "김미화 다음은 손석희다"라고 우려해왔다.
이들의 우려는 올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김미화 씨가 강제 하차하자 그 다음의 칼 끝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으로 향했다. 다만 그 타깃이 김종배 씨에게 먼저 향했을 뿐이다. MBC 경영진은 손석희 씨를 교체하고 싶지만 손석희 씨만의 자산과 청취자들의 반발이 두려워 건드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상황이 이대로 전개된다면 다음 수순은 불보듯 뻔하다.
MBC 평PD협의회의 표현대로 라디오본부 간부들은 "본부장의 정치적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이유를 불문하고 '신뢰성 없는 인물'로 낙인찍어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살생부 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 정권과 일종의 '깔맞춤'이 하고 싶은 것 아닌가.
묻는다. MBC 경영진이 진짜 '낙인'을 찍고 싶은 상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감히 충고하자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한 후 레임덕의 수순을 밟아가는 정권에 뒤늦게 충성하는 그 '감각'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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