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현재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미 전세기 등을 띄워 자국민 소개에 나섰고, 이라크 등 8개국은 대사관까지 폐쇄한 상태다.
▲ 원전 사고로 일본 열도에 '핵 재앙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일본 나리타 공항이 일본을 빠져나가려는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 떠나라"…자국민 탈출 권고에 대사관까지 폐쇄
잇따른 냉각 작업 실패로 후쿠시마 원전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미국 정부는 전세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자국민에게 일본 정부의 지침을 따를 것을 권유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하루 뒤인 17일 원전 반경 80㎞로 대피령을 확대한 데 이어 외교관 가족을 비롯한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대피시키기로 방침을 바꿨다.
미 국무부는 이날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일대의 외교공관원과 가족 등 600여 명에게 자발적인 대피를 권하는 '철수 인가(authorized departure)'를 내렸다. 이는 '철수 명령(ordered departure)'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권고지만, 패트릭 케네디 국무부 관리담당차관은 "전세기를 동원해 일본 내 미국인들의 출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의 '소개령'임을 시사했다.
영국 역시 일본 동북부 지역은 물론 후쿠시마 원전에서 273km 떨어진 도쿄 거주 영국인들에게 철수를 권고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하기로 했다. 영국 외교부는 본국으로 귀국하려는 자국민이 비행기편을 구하기 힘든 경우, 일단 전세기를 통해 홍콩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도 자국민에게 일본 남부로 이동하거나 본국으로 귀환할 것을 권하면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항공기 2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스위스와 뉴질랜드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80㎞ 이내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즉각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고, 도쿄와 다른 피해지역의 자국민들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중국은 지난 15일부터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이와테현, 이바라키현에 사는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으며, 전세버스를 들여보내 중국인들을 나리타공항과 니가타공항으로 이동시킨 뒤 본국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다롄(大連)을 통해 귀국한 중국인이 4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와 크로아티아 등 8개국은 아예 대사관을 폐쇄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도쿄에 있던 대사관을 오사카 내 영사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18일부터 도쿄에 거주하는 대사관, 영사관, 기업 및 정부 기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지진·쓰나미 피해 현장에 파견했던 의료구호팀을 사흘 만에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의료구호팀 발레리 르제프카 단장은 "일본에 파견갈 때 방사선 유출에 대비한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귀환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더 이상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며 구조대원 70명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 뭐하나"…비행기 만석에 '자발적' 탈출 행렬
원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 공포가 현실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신속하게 자국민 대피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교민 철수 문제에 현재까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교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다는 원칙을 재차 밝히고 있지만, 원전 반경 80㎞로 대피령을 확대했을 뿐, 교민 철수를 공식화하는 것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교민 철수를 공식화 할 경우 외교적 '마이너스'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그러나 국내 취재진까지도 서둘러 일본에서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민과 유학생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외국에 비해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며 항의하고 있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진대책특위에서 "(원전 사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세기, 선박, 군용기, 해경 경비함, 군함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국민을 대피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민 철수'는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의 '느슨한' 대책에 교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일본을 떠나려는 교민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은 특별기까지 모두 만석인 상황이다. 18일 하루만 67편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인 가운데, 99%의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한공은 오늘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두 편, 하네다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한 편을 증편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하네다와 나리타에서 들어오는 항공기를 각각 2편과 1편 추가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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