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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앙 화약고' 원전 4호기, '죽음의 재' 뿜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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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앙 화약고' 원전 4호기, '죽음의 재' 뿜어내나

냉각수 고갈 위험에 '핵분열' 가능성까지 제기돼

일본 열도가 원폭 이후 최악의 '핵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양의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4호기의 냉각수가 고갈됐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규모 방사능 유출을 일으킬 핵연료 노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일본 정부는 17일 오전부터 살수차와 헬기를 동원해 냉각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바닷물 투입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측정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아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 17일 일본 자위대가 원전에 투입할 냉각수를 바다에서 퍼올리고 있다. ⓒ뉴시스

'핵 재앙 화약고' 4호기…"핵연료 노출되면 대재앙"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의 원자력 관련 기관들은 상당한 양의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된 원전 4호기를 '핵 재앙 사태'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

16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재스코 위원장은 "4호기의 냉각수조에 물이 완전히 증발했다"고 밝혔고, 이어 미국 정부는 자국민들의 대피 범위를 80㎞로 확대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조치한 20㎞의 4배에 달하는 범위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를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17일 현재 일본 정부는 4호기의 냉각수 고갈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이를 불신하는 상황이다. 하루 전인 16일 일본 도쿄전력조차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대기 중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핵분열 가능성을 언급했을 정도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오랫동안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20~30년 동안 수조에 냉각 보관하게 된다. 이 냉각수가 고갈돼 핵연료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말 그대로 방사능 유출의 '핵 재앙'이 일어나게 되는 것.

실제 1997년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연구를 보면, 사용후 핵연료가 공기 중으로 노출될 경우 반경 500마일(800㎞) 이내 100명이 곧바로 숨지고, 최종적으로 13만8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

'죽음의 4호기', 핵분열 가능성은?

일각에선 4호기의 '핵분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INS)의 한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분열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핵분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수조에 투입된) 물이 핵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려면 중성자의 속도가 적당해야 하는데, 대기 중의 중성자는 너무 빨라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려운 반면, 핵연료가 물에 잠겨 있으면 중성자의 속도가 느려져 핵분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핵분열 및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선 냉각수 주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바닷물을 계속해서 주입하려는 이유는 일단 핵연료의 온도를 낮춰 화재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관 중인 핵 연료의 양이 적기 때문에 4호기의 수조에서 핵분열이 일어 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사용 후 핵 연료에는 강한 방사선 물질이 원자로내의 핵연료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될 경우 사태는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30년을 물속에 냉각시켜도 6분 만에 인간에게 치사량인 것이 사용후 핵 연료의 방사선"이라며 "핵분열이 없어도 빠른 시일 내에 수조에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강한 방사능이 걷잡을 수 없이 유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방사선은 사용후 핵연료봉보다 수심이 약 2.5미터 높다면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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