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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는 이중 호적? 부천시-도봉구 "둘리는 우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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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는 이중 호적? 부천시-도봉구 "둘리는 우리 주민!"

가족관계증명서 생긴 둘리 "이젠 외롭지 않아~"

성명 : 둘리
출생 일자 : 1억만 년 전에 태어났지만, 빙하 속에 잠들어있던 관계로 신체와 정신 나이가 8세 내외

발견 장소 : 빙하 속에 갇힌 상태로 도봉구 쌍문동 우이천까지 떠내려와 길을 가던 영희에게 발견 됨
종류 : 강아지, 고양이, 너구리 등 둘리의 정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X-Ray 촬영 판독 결과 '케리토사우루스'로 밝혀짐
입양 : 2007년 1월 31일 국민들의 염원에 의해 떠밀리듯 '고길동'과 '박정자'의 양자로 입양
특이사항 : 외계인들의 생체 실험에 도움(?)을 준 대가로 '초능력'을 얻게 됨


이제 둘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아기공룡 둘리(원작 김수정)'에게 가족관계등록부가 생겼다. 7일 서울 도봉구(구청장 이동진)는 쌍문동에 추진 중인 '둘리 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만화 캐릭터 둘리와 다른 주인공들을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둘리의 '명예가족관계등록부'를 보면, 둘리의 거주지는 도봉구 쌍문동 2번지 2호로 등록됐다. 만화에서 둘리가 빙하에 갇혀 떠내려 오다 우연히 발견된 곳이 도봉구 쌍문동이란 설정과 둘리라는 이름에 '2'가 들어간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일도 이 이름이 연상되도록 2011년 2월 2일로 정했다.

▲ 서울 도봉구는 7일 도봉구 쌍문동을 등록기준지로 하는 만화캐릭터 둘리의 기본증명서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도봉구

또 등록부엔 둘리의 출생연도가 1억만 년 전이지만,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관계로 신체와 정신나이가 8세 내외'이며 '국민들의 염원에 의해 떠밀리듯 고길동과 박정자의 양자로 입양됐다'고 기록됐다.

이로써 '외로운 둘리'에겐 고길동의 자녀 철수와 영희를 포함해 '쌍문동 공포의 젖꼭지' 희동이, '고길동 가족을 포함한 인간을 애완동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외계인 도우너, '라스베가스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자칭 귀부인 타조' 또치 등 5명의 형제가 생겼다. 옆집 사는 마이콜은 족보가 번잡해져 아쉽지만 '패스'다.

▲ 도봉구가 제작한 '둘리네 가계도'. ⓒ도봉구

도봉구는 2007년엔 둘리 가족의 가장인 고길동을 중심으로 가족사항을 기록한 '둘리 명예호적부'를 발급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구는 지난 2일부터 주민들이 둘리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와 구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둘리는 이중 호적? 부천시-도봉구 "둘리는 우리 주민!"

구는 둘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하며 둘리의 고향이 '쌍문동'임을 강조했지만, 둘리는 이미 다른 지자체 주민으로 주민등록번호까지 받은 상태라 '이중 호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만화육성사업에 주력 중인 부천시가 이미 2003년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해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한 것. 이에 둘리가 어느 동네 주민인지를 놓고 두 지자체간의 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부천시는 만화 둘리가 어린이잡지 <보물섬>에 처음 연재된 1983년 4월 22일을 둘리의 생일로 정해 이미 2003년 '830422-100000'이라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바 있다. 이 번호대로라면 둘리는 벌써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 지난 2008년 4월 20일 경기도 부천시 송내역 앞 '둘리의 거리'에서 둘리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제 20011년. 둘리도 나이를 먹어 어느덧 만 28살이 됐다. ⓒ연합뉴스

시는 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위치한 부천시 원미구 상동을 둘리의 주민등록상 주소로 정하고, 지하철 송내역 인근에 '둘리의 거리'를 꾸며 매년 둘리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또한 시는 둘리의 뒤를 이어 '달려라 하니'의 하니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주기도 하고, 최근엔 만화영상진흥원에 박물관을 개관하는 등 만화산업 육성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반면 도봉구는 2007년부터 쌍문동 일대에 '둘리 테마파크'를 조성해 둘리 박물관과 공원 등 문화공간을 꾸며 새로운 관광명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천시 쪽에서 "부천이 둘리를 선점하고도 빼앗길 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앞다퉈 '둘리의 고향'임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만화산업의 아이콘으로 상품 가치가 높은 둘리는 당분간 '이중 호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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