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사가 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등 MBC 사측은 14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표면적으로는 '본부장 책임제'와 '국장 책임제 강화', '공정방송협의회 운영 규정' 등을 둔 갈등이 원인이나 오는 2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재철 사장이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BC 사측 "노조가 '본부장 책임제' 거부" vs 노조 "사측 날조"
MBC 사측은 14일 정오께 MBC 노조에게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사측은 보도자료에서 "그간 '성실협상'의 원칙에 따라 노조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측이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 정신과 취지에 따라 본부장 책임제를 명문화하면서도 중간 평가를 가능하게 한 것은 노사 실무팀이 진통 끝에 얻어낸 합의였다"면서 "노조가 이 안조차 거부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을 끝내 외면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으며 MBC는 불가피하게 단협해지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MBC 사측이 단협 해지의 책임을 노조에게 묻는 것에 대해 MBC 노조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성명에서 "뻔한 사실을 이렇게 날조하느냐"며 "조합 집행부는 '본부장 총괄책임제-국장 실무 책임제'와 중간평가제 도입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노사는 이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사측은 느닷없이 교섭 중간에 회사가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상 '보직 변경' 조항을 통째로 삭제하자고 주장했고 조합이 추가로 협의하자고 요구한 지 한시간도 안돼 단체협약 해지 통보서가 날아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역제안한다. 사측이 밝힌 대로 노조는 본부장 책임제와 중간평가제를 수용할 테니 단협을 체결하자"고 꼬집었다.
"'연기대상' 때 김재철을 보라…연임 불투명해지자 무리수"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단협 해지는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봤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단협 해지라는 도발을 감행할 조짐은 이미 여러 채널로 감지되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오는 2월 MBC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은 무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즉흥 통치'로 회사의 경쟁력을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들을 때 마다 혀를 차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언행이었다"면서 "지난 연말 MBC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았는가. 한 여자 탤런트 옆에 선 김재철 사장의 횡설수설은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토록 수준 낮은 인사가 MBC의 사장일 수 있냐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 때문에 방문진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조차 김재철을 대체할 만한 다른 후보감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연임을 자신하며 안하무인식 행보를 보이던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살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며 "결국 위기에 빠진 김 사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라는 정권과 방문진을 향한 충성맹세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은 "연임을 앞두고 방문진 안팎에서 김재철 사장의 '자질'에 문제제기 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단협 해지는 연임을 위한 무리수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동시에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오는 17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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