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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해병대 지원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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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해병대 지원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프덕프덕] '부자감세' 나라와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

1.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 절정에 올라 있는 배우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한다는 소식이 화제다. 가수 오종혁 씨도 해병대에 간다고 한다.

과거 연예계는 병역 비리의 대명사였다. '사구체신염' 조작 병역 비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고, '외국 국적'도 더러 있었다. 역으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병역을 성실하게 마친 연예인에게는 칭송이 뒤따랐다. 그러면서 얼마 전부터 연예인들은 병역을 착실하게 이행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그리고 병역 이행 양상도 점점 변화되고 있다. 입대 하던 날 수천 명의 팬들이 입소식에 몰려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 벌어지더니 요즘은 '몰래 입대'가 대세다. 또한 스포츠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해 계속 운동을 하는 것처럼 연예인들이 이른바 '연예 사병'으로 입대 해 복무 중에도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이 흔해지자 최근에는 일반 전투병으로 입대 해 묵묵히 복무하는 것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가수 강타가 8사단 수색대, 이정이 해병대 출신이다. 속된 말로 '더 빡세게', '더 조용히' 있다 와야 대접 받는 것이 요즘 연예계 트렌드다. 가히 '병역 인플레'다. 앞으로 더 주목 받기 위해서는 특전사나 UDT 부사관 정도는 해야 할지도 모른다.

2.
현빈의 해병대 지원을 두고 "<시크릿 가든>에 꽂혀 있다"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홈페이지에 "현빈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칭찬했다. 전 의원은 "요새 세상의 노블리스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빈이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숱한 정치인들, 많은 재벌 2세들, 드라마 <시크릿 가든> 기준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병역을 기피하는 것이 사실임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군 복무=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공식은 영국 왕실의 왕자들이 자원 입대하면서 언급되는 레퍼토리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영국은 모병제 국가다. 따라서 군대에 안 가도 되는 왕자들이 군대에 입대하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인데 대한민국은 엄연히 징병제 국가이다. 군대를 가야 할 사람이 군대에 가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 더 해 현빈이 전투병에, 그것도 해병대라는 더 험한 길을 택한 것이 칭송 받는 것도 이른바 '사회 지도층'은 군에 입대해서도 각종 특혜를 받고 있다는 사회 불만의 방증일 수도 있다.

▲ 드라마 <시크릿 가든> ⓒSBS

3.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다른 데서 찾았으면 좋겠다. 현빈이 화제의 중심이 됐으니 드라마 <시크릿 가든> 얘기를 더 해보자.

극중 재벌 3세인 김주원(현빈)이 순직한 소방관의 딸로 스턴트우먼을 하며 살고 있는 길라임(하지원)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는) 누가 키웠느냐"고 묻는다. 길라임이 "혼자 컸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으로"라고 답하자 김주원은 "생활비는?"이라고 되묻는다. 길라임이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라고 대답하자 김주원은 "내가 낸 엄청난 세금들이 다 그 쪽한테 갔구나"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길라임이 눈을 치켜뜨며 "아깝냐?"라고 쏘아 붙이자 김주원은 이렇게 말한다.

"더 낼 걸 그랬다. 그 쪽을 내가 키우는 줄 알았으면."

드라마 속에서 김주원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대하는 사회 지도층의 윤리는 이런 것이야"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드라마 전개 맥락과 캐릭터의 특색을 모르고 들으면 다소 재수 없는 말이지만 '부자감세' 대한민국에 날리는 시원한 어퍼컷 같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현빈의 군입대가 아니라 김주원의 이 대사가 아닐까.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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