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그간 백신 접종에서 제외됐던 돼지에게도 백신 점종을 검토 중이다. 구제역이 6개 시·도로 확산된 상황에서 한우를 접종하는 것만으론 확산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4일 "가축방역협의회에서 돼지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일단 씨돼지·어미돼지를 1차 접종 대상으로 하고, 새끼돼지를 포함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1000만 마리로, 한우·젖소(340만 마리)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 이 중 어미돼지·씨돼지는 전체 돼지의 10%가량에 달한다.
정부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돼지 예방 접종을 검토 중인 까닭은 그간 소보다 내성이 강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돼지에게서도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 3일 충남 보령군 천북면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도 충북 괴산군 사리면 돼지농가에서 감염 신고가 접수되고, 충북 진천과 강원 양양·횡성, 경기 용인의 농가에서도 의심 신고가 나오고 있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돼지는 소와 비교하면 바이러스 내성이 강한 편이지만, 일단 감염되면 전파력이 소의 3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모든 돼지에 예방 백신을 접종(2회)할 경우, 1000억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백신 접종 예정 지역은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경기 안성·이천·여주·평택, 충남 보령·홍성·당진·서산 등 씨돼지와 어미돼지를 주로 사육하는 8개 지역 △경기도, 충남 천안의 구제역의 발생 지역 반경 10㎞ 이내 지역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은 홍성과 서산의 한우개량사업소, 청양의 충남축산기술연구소, 천안의 축산연구원 등 국내 축산업 기간시설과 인접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면 국내 대표적인 축산 단지가 초토화될 뿐만 아니라 구제역이 호남으로 남하할 가능성이 커져 돼지에 대한 백신 접종 등 선제적인 방역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 구제역의 전방위적인 확산은 이날도 이어졌다. 경기 의정부시 산곡동과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서도 구제역이 새로 발생해, 구제역 발생 지역은 전국 40개 시·군·구 93곳으로 늘어났다. 이미 구제역이 발병한 천안과 강원 철원·홍천에서도 추가 발생이 확인됐다.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은 2769농가의 77만8850마리로, 하루 만에 10만 마리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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