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충성 맹세'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김인규 사장을 지지했던 기존 KBS 노조 10대 집행부가 김 사장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
10대 KBS 노조 위원장이었던 진종철 KBS 시청자보호국장은 31일 KBS 사내게시판에 "청와대 '인사 개입' 장본인의 허무맹랑한 궤변"이라는 글을 올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진종철 전 KBS 노조위원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연임 직전인 지난 2006년 4월 당시 김인규 사장이 양 전 비서관을 만나 "(내가 KBS를) 확실히 장악해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 "특히 노조 하나는 확실히 장악해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 불쾌감을 토로했다.
진 전 위원장은 "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양 전 비서관과의 만남을 일기식으로 메모해둔 내용을 보여줬다"며 "김 사장이 보여준 구체적인 메모 내용과 평소 보여준 인품을 신뢰하며 김 사장이 그 같은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진종철 전 위원장이 이끌던 KBS 기존 노조는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후임 사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김인규 전 KBS 이사가 39.4%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진종철 전 위원장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김인규 전 이사를 만나 '직원들의 정서를 잘 헤아려 고민해달라'고 말했고 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보겠다'고 한 것이 김 사장 답변의 전부였다"면서 "이러한 대화 내용으로는 '확실하게 노조를 장악하겠다'는 등의 주장을 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대체 양 씨는 왜 이 시점에 그같은 무리한 주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려 하고 있을까"라며 "알만한 사람들은 양씨가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전략적 노림수를 던진것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당시 정연주 씨의 KBS 사장 연임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당시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 아니냐"며 "당시 KBS 사장 인사에 불공정하게 개입한 당사자가 누구였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 KBS 새 노조)는 김인규 사장의 '충성맹세' 의혹에 대해 "정권 향한 '충성 맹세'가 사실이라면 김인규 사장은 더 이상 KBS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에 진 전 위원장은 "철딱서니 없는 저질 인사의 발언에 현혹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양 전 비서관의 일방적인 주장을 확인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보도한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일부 매체들은 KBS 노조를 상대로 저질 테러를 가한 것으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위원장 당시 '정연주 퇴진 투쟁'에 앞장섰던 진종철 전 위원장은 이병순-김인규 사장 시기를 거치며 KBS홀팀장, 시청자사업팀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지난 6월 회식 자리에서 부하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을 일으켜 KBS 자체 감사를 받았으나 '경고' 조치에 그쳐 KBS 사내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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