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긴급회의 취소,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긴급회의 취소, 이유는?

정진석 추기경 '4대강 옹호' 발언 파문 확산? 봉합?

한국 천주교 최고 지도자인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옹호' 발언 이후 천주교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이 확산되자 천주교 내부에선 "교회의 분열을 막자"며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등 내부를 추스르고 있지만, 이미 안팎으로 확산된 갈등이 쉽사리 수습되지 않을 모양새다.

16일 정진석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최근 천주교 내부의 4대강 사업 논란과 관련, 이례적으로 사제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결국 취소했다. 이 회의에선 "추기경의 발언은 궤변"이라며 추기경을 강하게 비판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일부 원로 사제들의 정 추기경 '용퇴' 요구에 대한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 정진석 추기경. ⓒ천주교서울대교구
서울대교구는 이날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사제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교회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함에 따라 사제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14일 염수정 총 대리주교 명의로 서울대교구 사제 긴급회의를 16일 오후 2시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개최한다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 자리엔 주교평의회 의원, 사제평의회 의원, 서품별 기수 대표 등 사제 6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는 총 722명이다.

서울대교구의 사제들이 특정 사안을 두고 회의를 여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정 추기경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에 대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함세웅 신부 등 원로 사제들이 정 추기경의 '용퇴'까지 촉구하는 등 내홍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회의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한 원로 사제들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내고,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사제단을 이끌어온 함세웅 신부에 대한 징계안까지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었다.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이 회의 초반 잠시 참석한 후 퇴장하고 나면 염수정 주교 주재로 비공개 난상 토론을 진행한 후, 논의 결과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16일 오전에 가진 서울대교구청 회의에서 사제 회의에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돼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며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조치 가능성 등 불필요한 추측들이 많았다"고 회의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천주교의 평신도 조직인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15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취소됐다. 평협 측은 "교회에서 대립하는 첨예한 문제에 대해 성명을 내는 것이 교회의 일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화방송, 추기경 지시로 '4대강 강연' 녹화 중지시켜"

한편, 평화방송 <PBC특강> 녹화 중 4대강 사업 관련 내용이 나오자 방송사가 정진석 추기경의 지시로 녹화를 중지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영천 산자연학교 교장인 정홍규 신부(대구대교구)는 15일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의 인터뷰에서 "<PBC특강> 녹화 과정에서 4대강 사업 관련 언급을 제지당했으며, 담당 PD로부터 '추기경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정홍규 신부는 지난달 10일 '생태교육을 통한 생태 평화 실천'이라는 주제로 <PBC특강> 녹화를 진행했으며, 특강 1편을 녹화하는 중 4대강 사업 관련 언급을 하자 담당 PD가 강연장 앞으로 걸어 나와 녹화를 중지시켰다. 당시 담당 PD는 "추기경님이 4대강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지시하셨다"고 녹화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 정홍규 신부와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의 인터뷰 내용.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 신부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며 "결국 4대강 관련 내용을 빼고 1편 녹화를 마치니 10분이 남았고, 할 수 없이 남은 10분을 생태 평화 활동 사례나 본당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즉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원고없이 뒷부분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 신부는 이어 "그 자리에는 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방청객도 있었고, PD가 이런 말은 따로 불러내서 할 수도 있었을텐데 당혹스러웠다. 다른 방송도 아니고 평화방송에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고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 추기경의 발언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도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관련 성명서와 환경에 대한 주교회의 지침서를 추기경님 스스로도 지키지 않았기에 교회의 공신력을 실추시켰다"고 비판한 뒤, "결과적으로 마치 교회 안에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고 있지만, 실제는 추기경님의 잘못된 판단이 낳은 결과이며, 결국 천주교회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누구보다 추기경님이 나서서 다시 한 번 입장을 정리해주시든지, 아니면 주교회의에서 더욱 분명하게 추기경의 견해에 대해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며 "참된 권위는 잘못된 판단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보다 오히려 용서를 청할 때 확인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PBC특강> 담당 PD는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의 인터뷰에서 "녹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은 외부에 말할 수 없게 되어 있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