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검찰과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한 대학강사 박정수 씨가 "나에게 아이디어를 준 것은 이명박 정부"라며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 박 씨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에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박 씨의 '배후'를 집중적으로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상 '배후' 찾는 검찰, 북한 · 중국 공안 같아"
박정수 씨는 1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난 다음에도 검찰은 핸드폰의 전화내역과 문자를 계속 조사를 하면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던 친구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계속 하고 또 제 핸드폰 내역에서 혹시 국가보안법 위반에 관련된 사람이 없는지 거기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항상 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검찰이나 경찰 조직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에게도 배후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제 등 뒤에서 등을 떠민 배후를 묻는다면 이 시대의 무거운 공기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4대강 공사를 하기 위해서 별로 실용적이지도 않은 자전거 도로를 닦거나 국토를 지면으로 삼아서 거대한 공공미술을 하는 정부가 저에게 아이디어를 준 것"이라고 비꼬면서 영국의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씨'도 자신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단순한 재물 손괴 사건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정부에 대한 반국가적인 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북한이나 중국의 모습하고 자꾸 겹쳐진다"면서 "'공안'이라고 하는 배후나 조직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우리 시대를 더욱 더 무겁게 만들고 일상에서 북한이나 중국 공안처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이 속한 '수유+너머'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수유+너머'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연구자들의 생활공동체"라며 "경찰이나 검찰이 생각하는 것처럼 뭔가 음모를 꾸미는 단일한 색채의 위계적인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그림을 그렸던 여대생이 체포시한인 48시간을 넘겨 불법 구금된 것에 대해 "분명히 지적해야 할 문제"라며 "인권 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훨씬 더 분명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래피티 아트를 가지고 공안부까지 가나"
박정수 씨는 G20 포스터에 '쥐'를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일단은 뱅크시의 작품에서 쥐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도 있고 서구 사회에서 쥐는 약간 지하의 어둠에 있는 권위, 권력자,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폭넓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자꾸 특정인들을 자꾸 연상하는데, 그건 작은 배경에 불과하고 G라고 하는 이니셜에서 아이디어를 뽑았다"면서 "전통적인 민중문화의 한 방법인 언어유희로 한국어로 발음했을 때 쥐라는 형상이 떠올라서 그것도 하나의 G라고 이니셜에 숨어있는 하나의 형상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피티 아트라고 하는 것이 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우리 사회의 허용의 범위를 넓히자는 예술정신의 표현이기 때문에 항상 법에 부딪히게 된다"며 "그러나 경범죄 수준에서 걸리지 공안까지 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한 때 독재시대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지 않느냐"며 "또 쥐라고 하는 형상에는 꼭 그렇게 단순하게 특정인만 결부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권세나 많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권력욕이나 탐욕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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