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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무상급식 서명이 선거법 위반?"…오세훈 '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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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친환경 무상급식 서명이 선거법 위반?"…오세훈 '꼼수'는?

[인터뷰] '선거법 위반' 기소된 배옥병 무상급식 연대 상임위원장

배옥병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상임위원장은 검찰이 자신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브리핑한 9일 오전 배 위원장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허광태 시의회장 등이 참석한 2011 친환경 무상급식 서울 공동협약 행사에 가는 중이었다.

배옥병 위원장은 길에서 "검찰에서 불구속 기소했다, 부장검사가 브리핑까지 다 했다더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통해서 '검사가 이 문제를 두고 좀 고민하는 것 같더라'는 것 정도만 들었다. 그런데 부장검사가 브리핑까지 하면서 이런 식으로 기소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 배옥병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상임위원장. ⓒ프레시안(김하영)

"검사도 찬성하는 무상급식, '정책 선거' 맞다더니"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지난 9일 배옥병 위원장에 대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 위원장이 지난 4월 5일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희망의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행복이다"라는 피켓을 게시하거나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등에게 생명 나무를 전달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는 길을 재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등을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또 같은 달 12일 배 위원장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5당 대표와 함께 정책협약식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무상급식의 단계적 실시 등 정책 협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기 전까지 배 위원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한 차례, 서울 중앙지검에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배 위원장은 두 번의 조사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배 위원장이 한 14가지 활동을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선관위가 모은 자료를 보니 어마어마하더라. 사실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은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많아 시. 군 단위로 넘어가면 어느날 어디에서 서명받았는지 우리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선관위가 모아둔 것을 보니 '이렇게 이쁘게 자발적으로 운동한 사람들이 많았구나' 싶더라. 그런데 그런 게 다 선거법 위반으로 취합되어 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는 조사관이 질문을 했는데 나는 일체 묵비권을 행사하고 끝냈다. 조사를 받고 나가는데 저쪽에 앉아있던 검사가 '특정 정당 지지하고 특정 정당을 낙선 시키기 운동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더라. 그래서 '아니다. 정책 선거 한 것이다. 당신은 이게 정책 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맞다'고 하더라.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좋은 밥 먹이자는데 반대하느냐고 물었더니 '찬성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책 선거가 맞다면 이게 왜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더니 검사는 '국회에서 법을 그렇게 만들었잖아요'라고 답하더라."


"2002년부터 해온 운동 왜 이제야 선거법 위반?"

배 위원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본부는 2002년 창립됐고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제소하려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대선, 총선, 지방선거는 왜 그냥 넘어갔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때마다 지난 지방선거처럼 공약 요구를 했다. 대선이 있던 2007년에는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전국 순회 간담회까지 했다"면서 "그 전 과정을 다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야 하는데 왜 이번 선거만 문제삼는가"라고 물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선관위는 '선거 쟁점'이라는 개념을 내놨다. 선관위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이나 무상급식 운동을 두고 "선거쟁점으로 부각된 현안을 두고 서명운동 등을 받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친환경무상급식 운동본부에서는 "'선거 쟁점'은 법에도 없는 개념"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선거 쟁점'이 된 것도 아이러니한 측면이다. 2002년부터 시작되어 조례 주민 발의 등을 거치며 아래에서부터 커온 운동이지만 작년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우리와 논의해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화 할 때만 해도 의제가 되진 않았다. 의제가 된 건 예산을 올렸는데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결시키면서 전국적으로 의제가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핫 이슈, 선거 쟁점으로 만든 건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이 무작정 거부하다보니 무상급식 이슈가 특정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슈가 된 것 아닌가. 본인들이 안 받겠다고 한 거다.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14가지를 보면 알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우리 공약 안받으니까 이 정당 찍지 말라는 식의 발언 한 적 없다. 서명 받은 것은 이렇게 많은 국민의 요구니까 공약으로 받으라고 요청한 것 뿐이다. 정치인을 겨냥해서 말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운동을 두고 포퓰리즘, 사회주의 정책, 빨갱이 불순세력이라고 매도해 그에 대한 반론을 편 것이었다."

ⓒ프레시안(김하영)

검찰이 기소한 것 외에도 배 위원장은 진행 중인 사건이 또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연대는 지난 4월 5일 서울 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안병만 교과부 장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희망의 나무'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경찰은 이 기자회견을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집시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10일 1심 재판 판결이 나왔고 검찰이 구형한 벌금 100만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를 두고 배옥병 위원장도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기자 회견의 물품을 손괴한 혐의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 판결까지 받은 반면 배 위원장이 제기한 손배소송은 이제 고소인 조사를 했을 뿐이다. 같은 사건인데도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한나라당 2012년 대선 의식해 무상급식 어깃장 놓기"

현재 서울시의 무상급식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2011년에 초등학교 3개 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방안을 거부하고 2011년 1개 학년, 2012년 2개 학년, 2013년에 6개 전학년으로 단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이른바 '1+2+3안'을 시교육청에 제시했다. 시의회와 시교육청은 서울시가 사실상 무상급식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배옥병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아이들을 생각하고 다수로 확인된 서울시민의 요구를 서울 시장으로서 받아들이리나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서도 서울시의 태도를 2012년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봤다. 또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프레시안(김하영)
"서울시의 '1+2+3안'은 사실상 2012년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그로 국민적 지지를 받은 진영의 성과를 희석하려는 것이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이 우리와 협약한 내용은 2011년도에 초등학교, 2012년에 중학교, 2013년에 고등학교와 유치원까지 전면 실시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2011년에 초등학교 전 학년에 전면 실시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그 공약을 못지키게 하려는 것이다. 단지 "공약했는데 못했다. 예산없었다. 이것은 무리한 공약이었다"고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다."


배 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지난 지방선거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6.2 지방선거 때 1차 전면전을 치뤘다면 이번엔 선거법까지 이용해 다시 한번 전면전을 벌이려하는 듯하다"고 봤다. 그는 "2012년 이전에 자기들이 이슈를 먼저 선점하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 역시 이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고 '친환경 무상급식' 이슈는 2012년까지 핫 이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배 위원장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 이종걸 의원이 대표 변호사를 맡고 천정배, 유선호, 우윤근 의원과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식이다. 첫 재판이 열리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배 위원장은 "다음주 화요일에는 서울 시내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는 100여 개 현수막도 걸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힌 날은 친환경 무상급식 정당 정책 협약식을 열던 날이었다. 그는 "최근 오세훈 시장,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한나라당 당무회의에 참석해 '야당의 보편적 복지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저소득층만 지원하는 '선별 급식'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내세우고 있다"며 "검찰의 기소는 정부와 여당을 위한 하수인 노릇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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