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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서울 도심, 광화문광장 탓?

102년 만의 최대 폭우라면서…서울시 대책은 '재탕' 수준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수도 서울의 '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광장이 물에 잠겼다. 광화문 일대가 한때 커다란 '호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침수되면서, 이 일대의 교통이 마비됨은 물론 인근 상가와 지하도 역시 대규모 피해를 겪었다. 이날 하루 서울에서만 259.5㎜에 이르는 집중 호우가 내렸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천재(天災)'라기보다는 시의 허술한 배수 체계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방재 전문가인 연세대 조원철 교수(토목공학과)는 평화방송(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화문 일대의 침수는 광화문광장 조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 21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 ⓒ연합뉴스

조 교수는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돌로 100% 포장을 해버려 물이 땅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졌다"며 "배수구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광화문 일대의 침수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토해양부의 설계도 몇십 년 전 2차로 기준으로 설계하는 등, 현재 8~10차로인 광화문 상황과 맞지 않게 잘못돼 있다"며 "겉만 신경을 쓰다보니까 세밀한 부분들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침수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가로수가 있으면 빗물을 머금어 물이 천천히 내려오게 되는데,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다 없애 비가 한꺼번에 땅에 닿다보니까 홍수량이 더 많아졌다"고 지적한 뒤, "예산이나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내고 보기 좋은 것에 더 신경을 쓰지,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역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주의 도시 개발, 즉 도심 대부분을 차지한 '불투수층(不透水層·물이 스며들지 않는 층)'이 더 큰 수해 피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빗물의 지하 침투 및 저장 시설, 유수지를 겸할 수 있는 녹지와 공원의 확보 등 도시 공간 자체를 홍수에 적응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02년 만의 폭우, 서울시 대책은 '재탕' 뿐?

반면, 서울시는 이 같은 물난리에 대해 "지금의 빗물 처리 시설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비가 왔기 때문"이라며 '천재(天災)'임을 강조했다. 시내 하수관거 및 펌프시설이 10년에 한 번 올만한 큰 비(시간당 75㎜)에 맞춰 설계돼 있는데, 이번 폭우는 시간당 90㎜가 넘었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23일 오후 남산에 있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대책 회의를 갖고, 하수관거 및 펌프시설 설계 빈도를 10년(시간당 75㎜)에서 30년(시간당 95㎜)만의 폭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빗물펌프장 41개소와 저류조 8개소를 오 시장의 임기 내에 추가 증설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시의 수방 대책이 이미 지난 2007년 발표된 계획의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7년 발표된 서울시의 '수방능력향상 4개년 계획'을 보면, 4645억 원을 투여해 빗물펌프장 52개소를 증설하고, 하수관거 250㎞를 정비하는 등 총 1조23억 원을 투자해 2010년까지 모든 시설을 완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공개된 시의 '빗물펌프장 세부 현황'을 보면, 2006년 이후 서울에는 빗물펌프장이 단 하나도 새로 건설되지 않았으며, 하수관거에 투자된 예산 역시 없었다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또 서울시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는 침수 시 피해가 많은 저지대 지역의 빗물펌프장 41개소의 배수시설 능력을 75㎜에서 95㎜로 향상하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그 결과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한 큰 피해 및 안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이는 결국 23일 발표된 시의 중장기 수방 대책이 기존 대책의 '재탕'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의 중장기 수방대책은 이미 완료됐어야 할 2007년 계획을 재탕한 것으로, 지난 4년간 홍수 관리를 위한 시의 정책과 예산은 말 그대로 실종 상태였다"며 "기존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됐다면 이번 재난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또 "서울시는 이번 한가위 물난리 원인을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103년 만에, 강서 지역의 경우 500년 빈도로 역사상 최대 기록(9월 기준)'이라고 했지만, 2002년 태풍 루사 때 강릉에선 하루 871㎜의 비가 내렸으며 1998년 순천에선 시간당 145㎜의 비가 내렸다. 수도 서울이 하루 259.5㎜, 시간당 98.5㎜에 침수되고 마비된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천재(天災)'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고 졸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4개년 계획 따라 빗물펌프장 증설 중"

반면, 서울시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서울시의 수방 대책을 왜곡하여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유감"이라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는 "2007년에 발표한 4개년 계획은 펌프장의 시설을 증설하겠다는 것이지, 신규로 펌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며 "4개년 계획에 따라 2010년 9월 현재 빗물펌프장 9개소를 증설 완료했으며, 현재 1037억 원을 투입해 19개소가 증설 중이고 연내에 13개소를 추가로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빗물펌프장 및 하수관거를 무한정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2004년부터 올해까지 508억 원을 들여 빗물저류조 16개소를 설치해 기상이변에 따른 빈번한 집중 호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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