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저수지' 물을 깨끗한 '4대강 지천'으로 보낸다고?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91개 저수지, 지천보다 수질 나빠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96개 저수지 둑을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 사업이 오히려 하천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조3000억 원을 투입해 저수지 둑을 높이고, 이렇게 확보한 물을 갈수기 때 4대강의 지천에 대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지만, 정작 저수지의 수질이 4대강 지천의 수질보다 나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정범구 의원(민주당)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96개 저수지 수질조사 현황과 4대강 지천 수질조사 현황' 자료를 보면, 둑 높임 사업 대상인 96개 저수지 중 91개 저수지의 수질이 4대강 지천의 수질보다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정범구의원실

충북 영동의 추풍령저수지의 경우 수질이 '나쁨'인 반면, 갈수기 시 물을 대기로 한 금강 하류 추풍령천의 수질은 '매우 좋음'으로 4단계나 차이가 났다. 경북 청송의 신풍저수지 등 저수지 4곳은 하류보다 3단계 수질이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하류보다 수질이 2개 등급 이상 나쁜 저수지도 33곳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범구 의원은 "수질이 더욱 악화되는 갈수기에 이런 저수지 물을 하천으로 방류하게 되면 수질 악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리 기준 자체가 낮은 저급수를 지천을 통해 식수원인 4대강으로 흘려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갈수기의 지천 건천화를 막기 위해 저수지 물을 공급하려면 둑 높이기에 앞서 저수지 수질 악화를 초래하는 비점 오염원을 제거하고, 저수지 수질 개선 사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족한 농업용수 보충할 것" VS 농민 "농업용수 충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통해 "추가 확보된 수자원으로 부족한 농업용수를 보충하고, 남는 물은 갈수기 하천으로 흘려보내 소하천의 수생태계 보존 및 4대강의 수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둑 높이기 사업이 벌어지는 저수지의 대다수는 농업용수 부족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충북 보은군 회인면 쌍암리 주민들은 지난달 쌍암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중단해달라며 한국농어촌공사에 주민 서명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의 사업 추진 명분인 농업용수 부족 문제가 없을뿐더러, 불필요한 둑 높이기 사업으로 오히려 농지 침수와 안개일수 증가로 인한 농사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충남 청양군 신대저수지, 충북 증평군 삼기저수지, 괴산군 소수저수지, 제천군 비룡담저수지, 강원 춘천시 원창저수지, 전남 담양군 광주호에서도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주민들은 "현재 저수량으로도 농업용수가 공급에 지장이 없는데 왜 둑을 높이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 기사 : 4대강 사업 '저수지 둑 높이기', 곳곳에서 주민 피해)

이에 대해 정범구 의원은 "4대강 사업 관련 둑 높이기 대상 96개 저수지 인근은 농업용수 부족 현상이 없는 곳"이라며 "주변 천수답(수리시설이 없어 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을 수리안전답(수리·관개시설이 잘돼 가뭄에도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없어 농업용수 공급 효과는 거의 없고, 오로지 4대강에 배 띄우는 일에나 기여하게 될 실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