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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도라산역 벽화 "민중화 같다"고 일방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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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도라산역 벽화 "민중화 같다"고 일방 철거

이반 선생 "명백한 저작권 침해" vs 통일부 "소유권 있으니 문제 없다"

경의선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그려진 원로작가 이반 선생(70)의 벽화가 작가에게 한 마디도 통보도 없이 철거돼 작가는 물론 미술계와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반 선생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형태 변호사 등과 19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품에 대한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건이자, 권력이 검열로 예술가의 창작 의지를 꺾음으로써 문화 예술 전체의 존재 기반을 위협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벽화의 원상 복구와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정부에 촉구했다.

문제의 벽화는 정부가 2005년 이반 선생에게 요청해 2007년 완성됐다. 벽화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명사상을 축으로 생명·인간·자유·평화·자연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14개의 벽화로 구성돼 있다.

▲ 도라산역에 설치돼 있던 이반 선생의 벽화 모습. ⓒ이반

그런데 2010년 5월 비무장지대 답사길에 도라산역에 들렀던 이반 선생의 지인들이 "벽화가 없어졌다"고 얘기해줘서 벽화가 철거된 것을 알게 된 것.

이 선생이 즉시 도라산역의 남북출입사무소에 질의를 하자 "도라산역 방문객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난해하여 이해할 수 없다', '정치 이념적 색깔이 가미된 민중화 같다', 일부 외설·혐오스런 표현이 있다', 일반인이 찾는 공간에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등이었다"며 "관광객의 여론을 감안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벽화 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돼 (철거를) 추진한 것"이라고 회신해왔다.

통일부 소속인 남북출입사무소 측은 2010년 3~4월 사무소 내 8개 기관 내부 검토회의, 도라산역 방문객 대상 설문조사 및 관계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5월 철거했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작가에게는 한 마디 상의는커녕 통보도 안 한 셈이다. '자문을 한 전문가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사무소 측은 "누를 끼친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벽화에 물을 뿌려 분리해내는 과정에서 벽화가 일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에게 통보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북출입사무소는 "실무적으로 벽화 소유권이 통일부에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소유권이 통일부에 있으니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형태 변호사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인격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저작권은 거래 가능한 재산권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작가의 철학과 영혼이 담겼다는 점에서 인격권적 측면도 갖는다"며 "비록 재산권은 정부에 있다 하더라도 작품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작품의 공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과 무관하게 작가에게 전적으로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거된 벽화의 원상 복원 및 재설치 △벽화 철거와 훼손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작가 및 국민에 대한 사과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약속과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다음은 도라산역에 설치돼 있던 이반 선생의 벽화 작품들 일부.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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