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다시 고려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힌 이후 일부 여당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까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고 나서 '분양원가 공개'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원희룡 "분양원가 공개해야…아파트 후분양도 시급"
한나라당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은 21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현재의 선 분양 제도 하에서는 주택 분양원가 공개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지금은 모델하우스 그림 한 장 놓고 선 분양을 해서 실제 아파트에 들어간 자재나 시공법이 과연 그 가격에 맞는 것인지 소비자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의원은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아파트를) 지어놓고 소비자가 그것을 보고 판단해서 분양받는 후분양 제도로 고쳐야 된다"며 "주택 분양 제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에선 분양원가 공개 주장 잇따라
이에 앞선 지난 18일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후분양제도로의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제도의 개혁이 어디에서 좌초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복기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분양원가 공개의 좌절이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여당과 청와대의 이견의 핵심이 '세제완화'만이 아니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당의 총선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좌절시킨 청와대가 오히려 부동산 문제의 진원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최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거기(분양원가 공개)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국가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자치단체의 공기업인 SH공사 등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의원은 "아파트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와 선분양제는 연동된 제도였다"며 "이제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가 풀려 있는 만큼 당연히 후분양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뒤 송영길 정책위 부의장도 사견을 전제로 "분양원가 공개가 우리당의 일관된 입장이 아니었느냐"고 말했고 부동산 기획단 간사인 윤호중 의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거들었다. 우원식 의원도 "일부 항목에 그치고 있는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 최재천 의원은 "비대위 출범 즈음에 서울지역구 의원들이 김 의장을 만나 선거 패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분양원가 공개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의원들이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최근 김 의장이나 여러 의원들이 (원가공개를) 말하는 것은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이심전심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던 김근태, 이번에는?
의원들의 자발성과는 별개로 분양원가 공개 논란을 촉발시킨 당사자가 김근태 의장 본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김 의장은 최근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내가 분양원가 공개 문제로 '노 대통령과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했는데, 그때 원가공개 했으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완패 이후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당권을 맡은 김 의장에게는 이번 분양원가 공개 관철 여부가 '홀로서기'를 가늠할 시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 의장이 최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당내의 각종 잡음에 대한 "교통정리" 쪽에 강조점을 둔 만큼 '계급장 떼고' 정면으로 붙어보려는 의도보다는 부동산 정책 완화 쪽에 경사된 분위기의 균형점을 잡아보자는 의도에서 분양원가 공개 발언이 다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이 문제는 청와대 및 정부와 조율이 쉽지 않고, 한나라당 또한 다수가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서민경제추진본부 구성이 난항을 겪는 등 당 내에서도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실질적인 입법화로 이어지기는 난망한 상황이다.
다만 여야에서 새롭게 촉발된 분양원가 공개 논쟁이 세금 정책 위주로 추진된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반성론에 기반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또한 일부 대선 주자들이 개혁성의 징표로 이 문제에 집중할 경우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