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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가까스로 '4대강 삽날' 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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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가까스로 '4대강 삽날' 피했지만…

하회마을, 보 설치로 무산될 뻔…여주보 건설에 영릉도 '위태'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이 두 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조선왕릉 40기가 한꺼번에 등재된 것에 이은 것으로, 이로써 한국은 열 번째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정자, 정사(精舍·학문을 가르치고 마음을 닦는 공간), 서원 등 마을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로운 배치와 주거 문화가 조선시대 사회 구조와 유교적 양반 문화를 잘 보여주며, 이런 전통이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점에서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받은 안동 하회마을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안동 하회마을 앞에 '하회보'를 설치를 추진했으나, 주민들과 환경단체, 문화재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 일대. ⓒ뉴시스

정부는 애초 안동 하회마을 앞(부용대~만송정)의 낙동강에 길이 300m, 높이 3m의 보를 설치해 이곳을 물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친수·레저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하회보를 설치하면 강 주변의 모래톱과 만송정이 사라져 경관을 크게 해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 설치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해 7월 '낙동강지키기 대구경북시민행동'이 발표한 현장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하회보가 설치되면 보 위쪽의 수위 상승으로 식생 구조가 바뀌어 천연기념물인 만송정 등 주변 소나무 숲이 온전하지 못할 수 있으며, 보 위쪽 모래톱은 물에 잠길 수 있고, 보 아래쪽의 모래톱 역시 계속되는 침식으로 점차 사라지거나 변형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환경단체의 반발에 이어 문화재청까지 하회보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난해 9월 국토해양부는 논란 끝에 하회보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예정대로 하회보 설치가 추진됐다면, 하회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큰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하회보 건설 계획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좋아할 일 만은 아니다. 당장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1일에도 하회마을의 병산서원 앞에서는 준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비판했다.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당장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일에도 병산서원 앞에서는 준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비판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지난 30일부터 1일까지 낙동강 일대의 예천, 안동, 영천 지역을 현장 조사한 황 소장은 "다행히 하회보는 건설이 무산됐지만, 하회마을과 함께 대표적인 물도리동(물이 돌아가는 마을)으로 꼽히는 영주 무섬마을 역시 영주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라며 "외교력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밀어붙이며 좋아할게 아니라,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회보 건설은 무산됐지만…4대강 '삽날' 앞에 훼손 위기 놓인 문화재

논란 끝에 하회보 건설이 무산되면서 하회마을은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될 수 있었지만, 4대강 사업의 다른 구간에 대한 문화재 조사 및 보호는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잇따라 문화재가 대규모로 출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문화재 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인 것.

당장 지난달 4대강 사업 구간으로 지정돼 관광·레저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춘천 북한강 의암호 안의 하중도에서 돌무지무덤, 집터 등 선사~삼국시대의 유적과 유구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중도는 청동기·철기시대의 문화적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으로 꼽혀 1980년대부터 학술 발굴 조사가 진행됐던 곳이지만, 4대강 공사 예정지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지난 5월에는 남한강 지류인 강원 원주시 문막읍 섬강 일대에서 청동기 초기 삼국시대의 집단 거주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일대 역시 4대강 공사 예정지로, 정부는 이곳에 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여주군 세종대왕릉(영릉·英陵)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여주보와 불과 2km 남짓 떨어져 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여주보 공사 현장이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영릉·寧陵)에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주변 경관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적 195호로 지정된 영릉은 조선 왕릉 중 최초로 하나의 봉분에 왕과 왕비를 합장한 능이자, 조선 전기 왕릉 배치의 기본이 되는 능으로 세계적으로도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이 일대에 건설되는 여주보로 인해 경관 훼손은 물론, 보 설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 등의 위험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평우 소장은 "여주보 건설로 인해 영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 있음은 물론, 이 일대의 유적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의 고층 건물 건설과 여주 영릉 일대의 4대강 개발 문제에 대해 유네스코의 실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달 보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영릉 등 조선왕릉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나,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더라도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되는 경우 등재 자체를 취소하기도 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례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경관을 지녔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역사·자연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다리를 지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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