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많은 이들은 두 손 번쩍 들어 환호할 것이며, 또 적지 않은 이들은 음반사의 상업주의가 자신의 영웅을 갉아먹는 현실을 개탄할 것이다.
이번 리마스터 작업은 그의 배우자이자 비틀스 팬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인 오노 요코(Yoko Ono)의 지휘로 진행됐다. '진실을 보여주시오(Gimme Some Truth)'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의 모든 리마스터 음반은 오리지널 앨범 아트웍과 부클릿, 사진 자료를 포함해 최근 유행하는 LP 모양을 본딴 디지슬리브스 형태의 네 장 짜리 시디(CD)로 발매된다.
[Power To The People: The Hits]라는 제목의 시디 두 장 짜리 모음집(Compilation)이 추가 발매되며 수집가들을 위한 박스세트도 나온다. 이 박스세트는 그의 정규 앨범 여덟 장과 미발매 음원, 희귀녹음본 등을 포함해 총 11장의 시디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1980년 발매한 여덟 번째 정규앨범 [Double Fantasy]는 새로운 형태(2CD)의 [Double Fantasy Stripped Down] 버전으로 새로 발매된다.
오노 요코는 보도자료에서 "한 때 인류애를 이끌어갔던 그의 엄청난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
그의 영향력은 정말 컸다. 음반사는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했다. 사람들은 그가 남긴 문구를 아로새긴 티셔츠를 소비했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전쟁보도를 시청했다. 그의 노래는 상업 광고에 쓰였고, 숱한 후배 음악인들에 의해 다시 불리었다. 그가 노래한, 행동으로 보여준 새 세상에의 의지는, 그러나 여전히 현실화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도, 팬도, 음반사 사장도, 정치인들도 그가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세상을 노래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이들에게 존 레논은 가장 안전한 도피처였다. 이 덕분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위력을 발휘했다. 가장 날카로운 칼날은 이렇게 자본의 힘을 빌려 가장 무뎌졌다. 메이저 음반사에서 혁명을 노래하던 많은 후배뮤지션들이 그의 전철을 따라 밟았다. 혁명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전하게 소비되는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비틀스를 좋아했던 이들에게 존 레논의 앨범 리마스터는 진정 반가운 소식이다. 한때나마 혁명을 꿈꾸던 이들에게도 존 레논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이름이다. 새로이 비틀스의 팬이 된 이들에게도 존 레논은 빠뜨릴 수 없는 아이콘이다. 음반사에게, 카페 주인에게도 그의 음악은 좋은 아이템이다. 1980년. 대처와 레이건이 정권을 잡았다. 군부독재는 동양의 조그만 나라에서 기승을 부렸고 세계는 빈부격차에 신음했으며, 20여년 전 히피 공동체를 꿈꾸던 이들은 여피가 돼 주류 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존 레논은 그를 사랑한 팬의 총탄에 쓰러져 만신전에 올랐다. 영웅은, 이렇게 모두를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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